오늘날 통신사업자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열심히 파이프를 깔아놨더니 정작 돈 버는 건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다.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기업고객들을 대거 유치해 자신들의 회선으로 돈을 긁어모으자 배도 아팠다.
통신사들은 급기야 직접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사업에 나섰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IT인프라를 대규모로 구축했다. 준비과정은 나무랄 데 없었다.
문제는 정작 서비스를 시작하려 한 시점에 드러났다. 기존 클라우드 업체와 차별화할 거리가 없었다. 네트워크엔 자신있었지만, 인프라에 대한 이해는 확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네트워크와 IT인프라를 제대로 결합하지 못한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아마존의 EC2는 x86서버와 스토리지를 대규모로 구축해 가상화한 것이다. 고객은 아마존EC2에서 가상서버(VM)를 구매한다. 그리고 일반원격에서 아마존 데이터센터에 접속해 IT환경을 꾸민다. 통신사의 IT인프라는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마존의 역할과 서비스범위는 데이터센터 내부에 한정된다. 공용 인터넷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밖 네트워크의 품질은 보장하지 못한다. 아마존 데이터센터와 기업고객 사이의 통신은 빈번하게 벌어지는데, 회선이 끊어져도 어쩔 도리가 없다. 통신사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마존을 파고들 지점이 여기다.
네트워크와 IT인프라를 결합하지 못했다는 건 최대 무기를 살리지 못한 셈이다. 네트워크를 소유하고도 자신들의 회선을 사용하는 인터넷 업체와 대동소이한 처지였던 것이다. 아마존과 차별화 요소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신사의 클라우드가 시장에 파괴력을 주긴 어렵다.
결합의 어려움은 IT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서로 단절됐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외부 네트워크를 모르고, 네트워크는 데이터센터 내부를 모른다.
이에 네트워크 전문가이자 통신사의 친구를 자처하는 통신장비업체가 나섰다. 철저히 통신사의 입장에 섰다.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다리를 놓고 위에서 둘을 보면서 관리를 자동화하는 도구를 마련했다. 알카텔루슨트가 최근 발표한 클라우드밴드(CloudBand)다.
이본 르 레나드 알카텔루슨트 동남북아시아 전략적 협력 담당 부사장은 기자와 만나 “이전의 클라우드는 네트워크 도메인과 데이터센터 도메인이 완벽히 단절돼 있었다”라며 “클라우드밴드는 두 도메인을 연결해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통신사 클라우드를 위한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밴드는 미들웨어인 관리시스템과, 클라우드 호스팅SW인 노드(Node)로 구성된다. 미들웨어는 통신사의 중앙 네트워크 관리시스템에 설치되고, 노드는 데이터센터에 설치된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와 통신사 네트워크의 모든 리소스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레나드 부사장은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큰 그림으로 IT리소스의 남는 곳과 네트워크의 남는 곳을 함께 고려할 수 있게 된다”라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네트워크까지 다이나믹하게 전체적으로 보고 IT와 네트워크의 부분의 레이턴시, 밴드위스 등을 고려해 리소스를 가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밴드는 밸연구소에서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스토리지, 서버 등의 리소스를 파악하고, 네트워크단의 밴드위스와 지연성, SLA 등을 파악한다. 이는 레이턴시와 보안을 민감하게 여기는 클라우드 이용기업들에게 더 빠르고 안전한 이용을 보장해준다.
통신사에게 주어진 더 강력한 무기는 API다. 알카텔루슨트는 클라우드밴드 API를 제공해 통신사의 서비스를 클라우드에 최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령, 데이터센터의 VM이 통신사 네트워크 자원을 이용해 외부로 연결되면, 가장 여유로운 네트워크 회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레나드 부사장은 “알카텔루슨트는 애플리케이션 인에이블러란 콘셉트로 API를 개발자들에게 제공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나 플랫폼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한다”라며 “API를 열어주는 것으로 네트워크나 IT의 복잡한 전문지식을 몰라도 자신들의 언어로 개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스턴트메시지, 비디오, MMS 등의 통신사 제공서비스도 클라우드 환경에서 쉽게 추가될 수 있다. 이전까지 전용 하드웨어를 구축해야 했던 것을 클라우드 인프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신규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VM을 하나 생성하면 된다.
레나드 부사장은 “알카텔루슨트는 통신사 서비스용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가상화할 수 있다”라며 “트래픽 최대치에 맞춰 리소스도 최대규모로 했던 것을 가상화를 통해 리소스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드밴드 도입으로 통신사업자 망의 주요 구성 요소 대부분은 클라우드에서 동작되며, 필요시 고객의 이용 패턴에 따라 온디맨드 접속을 통해 가상화시킬 수 있다.
클라우드밴드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파트너는 HP다. HP는 데이터센터 내 서버, 스토리지 등에서 통신사 네트워크와 호환을 검증하는 프로젝트를 지난 2년간 알카텔루슨트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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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향후 게임의 법칙을 바꿀 가능성을 갖는다. 아마존, 랙스페이스 등 클라우드 전문업체는 통신사와 계약을 통해 최적화된 WAN환경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통신사와 클라우드 업체의 갈등관계가 협력관계로 변화하는 것이다.
레나드 부사장은 “통신사와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모두가 윈윈하는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