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이어폰 들어보고 뜯어보니…

일반입력 :2011/11/01 09:50    수정: 2011/11/08 11:34

소위 '짝퉁'이라고 불리는 이미테이션 제품은 주로 가방, 시계, 의류 등 고가 명품브랜드를 중심으로 생산된다. 언뜻 보기에는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 정교하게 만들어져 진짜를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명품 뿐만 아니라 전자제품도 짝퉁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어폰, 헤드폰이다. 이들 제품은 성능이나 제조 브랜드에 따라 명품 못지 않은 고가 제품이 많다. 특히 최근 일부 고가 브랜드가 높은 인기를 끌면서 모조품 제작이 급격히 증가했다. 수십만원짜리 이어폰을 쓴다는 과시욕을 노린 웃지못할 현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짝퉁 이어폰은 이미 수년 전부터 홍콩, 대만 등지에서 성행해 왔다. 특히 정품 생산 공장이 중국 현지에 대부분 몰려있어, 생산 과정에서 정품 도면을 빼돌려 제품 디자인은 물론 포장 박스까지도 그대로 베끼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불과 수년전만 하더라도 국내 이어폰 시장은 짝퉁이 크게 성행하지 않았다. 고가 이어폰 자체가 워낙에 마니아 시장인데다가 비싼 이어폰을 써도 일반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 열풍과 함께 고가 제품이 크게 늘었고 여기에 유명 연예인들이 이들 제품을 착용하면서 짝퉁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음악감상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로 여기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관련 업계서는 국내 시장에 급격히 늘어난 모조품에 대해 크게 경계하는 모습이다. 소비자가 모조품임을 인지하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경우는 상관없지만, 일부 업자들 사이에서 모조품을 진품처럼 속여 파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대로 해당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정교한 모조품은 일반 소비자가 쉽게 분별하기 어렵다. 진품을 옆에 두고 비교해야 조금씩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는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외의 피해 사례도 있다. 기업이 경품 행사를 위해 고가 브랜드 헤드폰 제품을 내걸었는데, 알고 보니 모조품인 경우 등이다. 올해 초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가 뒤늦게 파악하고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유사 사례가 계속 발생하자 해당 업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경품 행사가 정품을 제공하는지 여부를 공지하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겉모습은 유사, 음질과 내구성은?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짝퉁 이어폰인 비츠바이닥터드레의 '아이비츠' 이어폰을 구입해 진품과 비교했다.

우선 포장 박스만 보면 진짜와 가짜를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됐다. 문구 하나 틀린 것 없고 다양한 이어팁과 휴대용 주머니, 사용 설명서 등을 모두 그대로 갖췄다. 단 실제 제품과 비교했을 때 포장 박스 재질의 차이가 보인다. 특히 매장 판매대에 걸어두기 위해 제작된 박스 윗부분의 플라스틱 부분은 진품과 달리 잘 펴지지 않았다.

이어폰 자체도 얼핏 봐서는 구별이 어렵다. 다만 진품과 비교했을 때 케이블의 굵기가 보다 가늘고, 고무 재질이 상대적으로 유연했다. 정밀 가공 부분인 금속면 홈 고무 도포나 음각 인쇄는 조악한 느낌이다.

해당 브랜드 국내 공식 수입원인 CJ E&M 관계자는 헤드폰의 경우 분리가 가능한 헤드밴드 부분의 재봉 상태가 불량하고, 프레임의 코팅 상태나 재질 차이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질이다. 실제로 일반 소비자가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품과 가품을 동시에 들어보면 그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모양만 따라한 제품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저렴한 드라이버 유닛을 사용해 음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아이비츠 이어폰 모조품의 경우 모든 음역대가 절반 정도 깎여있다는 느낌이 든다. CJ E&M측은 모조품은 특히 고음 음역대를 청취할 때 노이즈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공식판매처, 품질보증서 반드시 확인해야

이처럼 겉모습으로는 진품과 모조품을 쉽게 분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음질이 진품과 모조품을 구별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전자제품 특성상 구입 전에 포장 박스를 뜯기가 쉽지 않다.

진품과 모조품의 가장 큰 차이는 고장이 났을 경우 사후서비스(AS) 여부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처럼 정교한 제품은 고장이 다른 가전 제품과 비교해 쉽게 일어난다. 보통 저가 이어폰의 경우 소모품에 가깝지만 고가 브랜드는 교환, 수리 등의 사후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공식 수입원이 지정한 공식 판매처에서 구입하는 것이 피해를 입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CJ E&M은 품질 보증서로 진품 여부를 정확히 가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츠바이닥터드레의 경우, 모조품 구입자가 정품과 동일한 AS를 받기 위해 가짜 품질 보증서를 따로 약 3만원에 거래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CJ E&M은 자사 공식 판매 제품에는 반드시 1개의 보증서만 발급되기 때문에 가짜 보증서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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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관계자는 공식 판매되는 정품 가격에는 AS 비용을 포함했기 때문에 100% 신제품 교환 방식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년에는 제품 및 보증서 고객 등록 시스템과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정식으로 수입된 공식 판매 제품 확인이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소비자 입장에선 공식 수입원의 정책에 따른 정품 확인이 필요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병행 수입 제품이나 모조품과 달리 정품은 소비자 정책의 차이가 크다며 의심될 경우 수입원이나 유통사 측에 문의하는 방법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