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이 오는 2013년 '소프트웨어(SW) 아카데미(가칭)' 개원 소식으로 업계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김상헌 NHN 대표는 지난 25일 관련 간담회를 열고 SW아카데미를 통해 실무형 인력과 'SW 한류' 흐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초기 투자와 운영 계획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SW아카데미는 오는 2년뒤 경기도 판교에서 5개 전공과 겸임 포함 교수진 20명을 갖춰 문을 연다. 초기 3년간 신입생 120명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고 2년간 교육과 반년간 인턴 실습을 통해 실무에 투입 가능한 졸업생을 배출한다는 구상이다.
■SW업체 대표들 환영한다
주된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29일 웹 기술 교육, 컨설팅 업체 미래웹기술연구소의 조만영 대표는 기업이 적절한 인력을 키워내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점에 일단 환영한다며 공공영역 대신 기업이 주도해야 할 정도로 국내 IT업계 유입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커뮤니티 '안드로이드펍'을 운영하는 박성서 소셜앤모바일 대표는 일반 학교 졸업한 사람들 중에 실무에 투입될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며 NHN 계획처럼 뽑아서 확실하게 (SW 개발) 할 줄 아는 사람만 길러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베디드 솔루션업체 MDS테크놀로지가 운영하는 'MDS아카데미'의 오형관 원장도 국가가 못 했던 역할을 기업이 맡고 나선 것을 바람직한 방향이라 본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 SW인력 양성이란 측면에서 이쪽(MDS아카데미 등 기존 교육시설)과 경쟁할 여지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차별화 요소 불확실?
다만 기존 교육기관과의 차별화는 숙제로 지적됐다.
업계 관계자들이 기존 사례로 꼽은 곳은 IT 관련 교육시설 가운데 비트컴퓨터, 삼성SDS 멀티캠퍼스 등과 또 타분야인 삼성디자인학교(SADI),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개발과정 교육프로그램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웹기술 스터디 커뮤니티 운영자는 기업 지원을 통해 학점과 전공, 수업료와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기업 지원을 받아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키운다는 설명이 먼저 있어온 학원, 기관들과 차별화된 특징을 알기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다.
맥OS, iOS용 SW개발업체 링고스타의 윤성관 대표도 SW 개발에 학위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회사 입장에서 실무에 필요한 사람 키워 뽑겠다는데 나쁘게 볼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보도된 내용을 자세히 살피진 않았지만 크게 특징잡을만큼 인상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위는 SW실무와 무관하나…
NHN측은 입학조건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상 자격만 갖추면 학력과 연령을 불문할 방침이다. 다만 졸업자들이 공인된 학위를 받을 것인지 불분명하다. 현재 SW아카데미는 정식 인가된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 대표가 학위를 언급한 이유다.
이에 대해 NHN SW아카데미 관계자는 정식 교육기관으로 승인받고 학위를 부여하는 방향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설립 이전 단계고 그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 진학 대신 SW아카데미에 들어와 졸업하더라도 최종학력은 '고졸'로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 학력지상주의 풍토가 만연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같은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오형관 MDS아카데미 원장은 앞서 NHN 시도를 칭찬하면서도 우리사회가 SW아카데미에서 배출될 수 있는 '2.5년 전문기술교육 수료 고졸자'들의 역량을 제대로 인정하고 안착케 해줄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되느냐는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역으로 학위를 줄 수 있는 인가를 받을 경우 운영에 국가기관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업계가 원하는 실무형 SW인재 양성을 위한 독립적인 운영이라는 당초 SW아카데미의 설립 취지가 빛바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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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어리거나 젊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기술역량에 초점을 맞춘 커리큘럼에 매몰됨으로써 균형잡힌 인성 함양은 뒷전이 될 것이란 걱정도 나왔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기회에 대한 요구다.
한편 NHN은 SW아카데미를 세우고 운영키위해 올해부터 100억원, 10년간 1천억원을 투자할 뜻을 밝혔다. 다른 기업들의 투자도 함께 받아 다양한 커리큘럼을 구성해 나갈 방침이다. 크게 투자한 기업들에 맞춰 커리큘럼이 짜일 여지는 없는지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