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대리점에 신뢰가 안 간다. 휴대폰 유통은 후진국 수준이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의 일갈이다. 직함 그대로 일반 휴대폰 고객 대응을 총괄하는 그의 반성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표 사장은 28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서 간담회를 열고 후진적인 국내 휴대폰 유통구조에 대해 이례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인, 휴대폰 교체 주기 가장 짧아”
표 사장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이 투입한 보조금은 무려 4조2천억원. 제조사들의 판매 장려금 5조4천억원을 더하면 9조6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치가 나온다.
이 같은 보조금을 고객 혜택이라 생각하면 오산. 휴대폰을 빨리 바꾸게 만드는 미끼일 뿐이다. 우리나라 이용자들의 휴대폰 교체 주기가 세계서 가장 짧아진 이유다.
KT 조사 결과 국내 휴대폰 교체 주기는 약 27개월로 실제 해지 기준으로는 19개월에 불과하다. 수십만원짜리 휴대폰을 사서 2년도 안 쓰고 버린다는 뜻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휴대폰 교체 주기가 46개월로 국내 대비 2배에 달한다. 미국(21개월)과 영국(22개월)이 우리나라 보다 휴대폰 교체 주기가 짧은 것은 선불폰이 유행하기 때문이다.
표 사장은 “일선 대리점들이 할인 혜택을 제시하면서 고객에게 기존 휴대폰 해지를 강권하기에 교체 주기가 짧아졌다”며 “이통사 입장에서는 경쟁을 의식해 보조금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대폰을 믿고 구입하기가 어려운 유통구조의 후진성이 심각한 수준이다”고 우려했다.
■중고폰 한해 2천만대 ‘골치’
휴대폰 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중고 휴대폰이 급증한 것도 문제다. 지난해 버려진 중고 휴대폰이 무려 2천280만대에 달했다. 막대한 자원 낭비다.
근래에는 신종 스마트폰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면서 대리점 판매 경쟁이 더 불붙었고, 쌓여가는 중고폰 처리 문제는 대부분 무시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을 포함한 주요 휴대폰 모델에 대한 공정가격을 직영 온라인 쇼핑몰 올레샵과 2천700여개 전국 대리점으로 공개, 고객이 한 눈에 확인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른바 ‘페어 플라이스(공정가격 표시)’ 정책이다.
표 사장은 “페어 프라이스를 통해 휴대폰 가격 투명성을 확보하면 출고가 인하도 가능하다”며 “고객의 실 구입가 하락에 따라 1조3천억원 가량의 후생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계획이 제대로 시행되면 고객은 싼 매장을 찾아 돌아다닐 필요가 없지만 어디까지나 KT 제품만 대상이다. 다른 이통사들의 동참이 없으면 성공이 쉽지 않다는 것이 KT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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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 한 관계자는 “콜라 한 병도 가게마다 가격이 다른데 페어 플라이스는 현실성이 없다” “대리점에 대한 과도한 제어다” 등의 비판도 비공식적으로 쏟아졌다.
어쨌든 KT는 강공 자세다. 어느 정도 손해를 각오하고 유통구조를 뜯어 고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KT의 새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