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외식해서 살림살이 나아지셨나요?”

일반입력 :2011/07/01 10:45    수정: 2011/07/02 10:27

봉성창 기자

[편집자주] 전제품의 반값 판매를 내걸고 소셜커머스가 우리 일상을 맹렬히 파고 들고 있다. 소셜커머스 반값 판매의 간판 격인 외식업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가 본지를 통해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요즘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소셜커머스에 대한 외식 업체들의 고뇌가 담긴 해당 글과 인터뷰를 통해 취합된 내용을 지디넷코리아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꾸몄다.

저는 일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요즘 급속하게 뜨고 있는 소셜커머스, 여러분도 잘 아시죠? 요즘 계속되는 불경기로 얇아진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과 잘 맞아떨어져 어느덧 ‘반값할인’의 대명사가 된 그 ‘소셜커머스’ 말입니다.

저희 같은 가게 업주들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영업사원들의 말을 듣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소셜커머스’를 합니다. 일단 50% 할인에 10~25%의 수수료, 그리고 거기에 추가되는 인건비, 그리고 대부분 사장님들이 생각도 안하고 있는 부가세까지 계산하면 사실 상당한 적자를 보는데도 말이죠. 원재료를 덜 쓰거나 아니면 질이 떨어지는 원재료를 쓰는 꼼수를 쓰지 않으면 도저히 남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이러한 꼼수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꼼수를 쓰는 냄새만 나도 바로 퇴출 당하게 돼 있거든요.

이 세상에 어느 누가 적자 감수하고 매장 홍보하려다가 퇴출 당하고 싶은 업자가 있겠습니까? 물론 저희도 그런 꼼수를 써서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이 많고, 소셜커머스 손님들이 제값 내는 손님들에 비해 차별받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꼭 그런 것 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값 주고 먹는 손님들이 역차별 받는 경우도 있거든요.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도 좋게 만들어진 것은 소셜커머스 손님들한테 나가고요. 조금 안좋은 것은 제값 주고 먹는 손님이 먹어야되는 역차별이 소셜커머스에서는 가능합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잘 따지는 소셜커머스 손님들이 무서워 외식 업소들이 알아서 기는 경우죠. 소셜 손님들은 댓글이라는 날카로운 무기와 혹시 내가 불이익 받지는 않을까 하는 자격지심으로 생긴 눈치 신공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마치 하이에나처럼 힘없는 외식 업체를 설거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표현이 너무 과했나요? 그러나 속 사정을 들어보시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가실 겁니다.

음식점들이 소셜커머스 행사를 하는 이유는 손님들의 추가 주문이나 재방문을 바라보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반값할인에 익숙해진 손님들은 다른 반값 할인을 찾아가지 제값 주고는 이제 못먹습니다.

그럼 안하면 되지 않냐고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가진 똑똑한 손님들이 반값할인이라는 좋은 도구가 있는데 굳이 제값 주고 외식할까요?

정말로 제가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손님들이 외식업소들의 가격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이문없는 장사가 어디있냐고 하지요? 그렇게 많은 가게들이 소셜커머스 판매를 하니 반값으로 할인을 해도 이익이 생길것이라고 손님들은 막연하게 추측합니다. 그래서 여지껏 음식점들이 폭리를 취해 왔다고 생각하는거죠. 저는 주변에서 단골로 자주 가던 식당도 발길을 끊는 현상을 심심치 않게 보고 있습니다.

명퇴다, 은퇴다 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식당이나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야말로 진입장벽이 없는 치열한 싸움판이죠. 그 치열한 싸움편에서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싸움을 부추기고 수수료를 얻어먹고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환호합니다. 이것이 저희에게는 슬픈 현실입니다.

아마 이러한 소셜커머스 광풍은 계속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이 싼게 비지떡이고 탈도 많다는 사실을 인식할때까지는 말이죠.

어쩌면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10~20%만 할인하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그쪽도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 보이더군요. 40~50% 수준의 반값 할인이 아니라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말이죠. 게다가 반값을 하든 말든 자기들은 수수료만 챙기면 되니까 그런 모험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세금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소셜커머스 업체에 위탁 판매하는 모든 상품은 세무상으로 현금매출로 신고를 누락시키게 유도하는 창구가 됩니다. 세금 신고 하면 되지 않냐고요? 반값 할인에 10~25%의 수수료, 여기에 인건비까지 감수하는데 어느 자영업자가 현금으로 통장에 보내오는 매출을 세무서에 신고할까요?

요즘 이쪽 상황이 어떤지 아십니까? 소셜커머스가 등장한 이후 경영난에 문닫는 외식업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희 가게 주변에만 해도 60여곳의 업소가 있습니다. 다들 여기서 오랫동안 자리잡고 장사하던 쟁쟁한 가게들이죠.

그런데 이제 이곳 사장님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합니다. 일단 가게를 문닫고 새로 열어서 소셜 반값 할인을 해도 조금 이윤이 남게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거죠. 그래서 소셜커머스 행사를 자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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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반값 행사를 하면 더 적자가 나고, 하지 않으면 경쟁업소에 치이는 진퇴양난 속에서 나온 묘책 아닌 묘책인 셈이죠. 아마도 결국 그 높아진 외식 비용의 부담은 결국 손님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반값 할인은 이제 대세입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기업이 커 나가고 잘되는 것은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소셜커머스는 뭔가 신뢰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 편지를 읽고 계신 손님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반값으로 외식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