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회사 둘로 쪼개는 이유 알고보니...

일반입력 :2011/06/01 03:23    수정: 2011/06/01 14:26

정현정 기자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 분사라는 독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 방법론으로는 개방을 택했다.

SK텔레콤은 31일 공시를 통해 오는 10월 플랫폼 사업부문을 통신영역과 분리해 100% 자회사로 분사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플랫폼 전략의 실체와 사업성은 아직까지 베일 속이다.

포화된 통신시장은 스마트를 화두로 급속히 진화하면서 통신사들은 기존 사업모델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때문에 SK텔레콤이 플랫폼 분사란 탈통신을 선언한 현 상황도 새삼스럽지 않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IT컨버전스 그룹’과 ‘탈통신’을 화두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오픈플랫폼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개발자를 끌어 모아 앉은 자리에서 수익의 30%를 챙기는 애플과 구글의 사업 전략도 SK텔레콤에게는 자극이다.

■거추장스러운 조직 구조 ‘탈피’

SK텔레콤은 이번 결정으로 미래 먹거리인 플랫폼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최적화 된 조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SK텔레콤이 밝힌 분사 배경도 플랫폼 사업에 맞는 조직 구현이다. 통신 사업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플랫폼 사업에 맞는 경영 구조와 기업 문화를 도입하겠다는 설명이다. 빠른 결단과 도전 정신이 필요한 플랫폼 사업에 신중한 통신기업의 문화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하성민 SK텔레콤 총괄사장은 이날 분사 배경으로 “통신과 플랫폼 영역별 특성에 맞는 자율책임 경영 구조와 기업 문화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플랫폼 자회사는 자유로운 운영 시스템과 시행착오를 인정하는 혁신 문화를 정착시켜 창조적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간 CIC(Company In Company)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음에도 근본적으로 플랫폼 사업의 ‘업의 속성’과 ‘기업문화’ 차이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CIC 분사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플랫폼 승부수가 통하지 않았을 때 꼬리를 잘라버리기 쉬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와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았던 만큼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플랫폼? 대체 뭘 하겠다는 건데...

하지만 플랫폼 사업의 방향성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현재 플랫폼 분야가 매출에 기여하는 비율이 미미한데다 사업모델도 아직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10월 정만원 전 사장이 밝힌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 도약 전략에서 힌트를 찾을 수는 있다. 당시 정 사장은 향후 3년 간 플랫폼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7대 조기육성 서비스 플랫폼군도 선정했다. ▲LBS(T맵) ▲메시징(SMS·네이트온) ▲콘텐츠 유통(멜론·T스토어·TV포털) ▲커머스(11번가·모바일 결제) ▲SNS(싸이월드) ▲기업시장(U헬스·e러닝·스마트오피스) ▲범용 플랫폼(모바일 광고·개인화엔진) 등이다.

하성민 신임사장 취임 후에는 조직개편을 단행해 오픈플랫폼과 뉴비즈 부문을 서비스플랫폼 부문과 뉴미디어 사업부문으로 재편했다. 스마트폰 콘텐츠를 TV에서 이어 보는 N스크린 서비스 ‘호핀’과 IPTV, TV포털 등을 통합해 뉴미디어 사업 확대 의지를 강조한 게 눈에 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하나의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이 API 개방을 통해 확장성을 보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개발되는 시스템이 바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T맵 모델을 참고하면 이해가 쉽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부터 T맵 기반기술(API)를 공개해 1인 개발자와 중소 개발업체가 자유롭게 T맵을 활용한 제3의 서비스를 만들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T맵내비’ 솔루션을 중소 내비게이션 업체에 공급하고 추가 서비스도 공동 기획하고 있다.

■뼈아픈 자기반성 “개방이 답”

이러한 플랫폼 전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은 ‘개방’이다.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도록 확장성을 확보하고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0월 당시 정만원 사장은 폐쇄성을 통렬히 반성했다. SK텔레콤이 직접 만든 무선네이트의 콘텐츠 수준이 개발자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게 해 규모와 수준을 키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 못 미친다는 고민이었다. 향후 개방형 플랫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성과도 엿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 연말 위치기반서비스(LBS), 문자메시지(SMS·MMS) API를 외부 개발자에게 공개했다. 자사 핵심 서비스를 외부에 공개해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SK텔레콤은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T스토어·멜론·모바일 결제 등을 기반기술 공개 센터인 ‘T API센터’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SK텔레콤의 핵심 부가서비스를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이 가능하도록 확장성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매진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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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개방과 함께 전문 개발자 육성기관인 ‘T아카데미’를 통해 설립 1년 만에 4천명이 넘는 수강생을 배출하는 등 개발자 끌어모으기와 생태계 조성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텔레콤의 플랫폼 자회사가 ‘버리는 카드’가 될 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할 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