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패드용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승인절차를 강화하자 국내 유통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유료 전자책을 결제할 때 반드시 애플의 IAP(In-App Purchase)를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한국이퍼브는 애플이 연초 아이패드용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에 IAP 탑재를 의무화 하고, 이를 이유로 국내 유통업체들의 앱 승인을 거절하자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달 초 애플코리아에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한국이퍼브는 예스24, 알라딘, 리브로 등 국내 주요 도서유통업체들이 참여해 설립한 전자책 전문 회사다. 이 업체에 따르면 애플은 2월 이후 아이패드용으로 신청한 전자책 앱 다수에 대한 승인을 보류 또는 거래거절 중에 있다.
한국이퍼브측은 애플이 IAP 탑재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 공정거래 위반 행위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가 익스플로러 끼워팔기를 통해 브라우저 시장을 독식한 것처럼 애플도 IAP를 통해 전자책 유통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는 것이다.
업체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해 인터파크 등 일부 업체에서 신청한 IAP 미탑재 유료 전자책 앱이 아무 문제 없이 심사를 통과해 현재도 정상 운영중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퍼브측은 애플이 결과적으로 일부 업체의 앱만 승인한 것이라며, 이는 공정거래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IAP를 탑재한 앱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설명없이 애플이 승인 보류중인 사례도 있다. 알라딘측은 IAP를 도입한 버전도 심사를 신청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그것도 계류 중이라며 IAP를 써도 이렇게 쓰면 안된다는 피드백도 없이 리뷰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이퍼브 관계자는 일단은 애플과 원만하게 일을 해결하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내용증명을 보냈음에도 보름 안에 회신이 오지 않으면 공정위에 제소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입장은 강경하다.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유료 애플리케이션 매출 중 30%를 애플과 나누듯이, 애플리케이션 내부에서 판매되는 콘텐츠 매출 수익도 똑같이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앱에서 클릭을 통해 모바일 웹페이지로 넘어가 판매되는 유료 콘텐츠의 경우도 마찬가지 규칙을 적용했다. 일부 업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우회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애플의 태도에 국내 도서유통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자책을 한 권 판매할때 마다 유통업체들이 가져가는 마진은 20~25% 정도. 애플이 말하는 30% 수익 공유는 유통업체로 하여금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예스24 관계자는 IAP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앱스토어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하라는 이야기라며 이렇게 엄격하게 칼을 들이밀면 도저히 (판매)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애플코리아에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애플이 모든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에 IAP 탑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아이폰용 전자책 앱은 IAP를 탑재하지 않은 유료 버전이라도 현재 별 문제 없이 심의를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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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을 두고 업계에선 애플이 전자책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모든 전자책 콘텐츠 판매를 아이북스 안에 묶어 놓으려는 시도라는 것. 특히 태생부터 전자책 단말기로 자리매김했던 아이패드를 강하게 단속함으로써 전자책 생태계 형성에 영향력을 극대화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튠스를 통해 음원시장 영향력을 강화했듯이 아이북스로 전자책 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국내선 태블릿이 보급되야 전자책시장도 살아날 수 있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애플이 이렇게 통제권을 행사하면 앞으로가 더 막막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