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맥 사용자에요. 그러나 기업과 개발자 입장에선 애플 아이폰의 정책은 답답한 점이 많습니다.
유명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애플의 개발자 정책을 비판하는 모험(?)을 감행하고 나섰다. 기업과 개발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도발적인 발언의 주인공은 네오위즈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팀에서 안드로이드 부문을 맡고 있는 강순권 팀장이다.
그는 집과 회사에서 모두 매킨토시 컴퓨터를 쓰는 로열티 높은 애플 사용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모바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이폰보다는 안드로이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네오위즈의 경우 아이폰, 안드로이드, 윈도 모바일 등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용 앱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개발자들끼리 플랫폼별 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비교도 수시로 이뤄진다.결론은 최종 사용자들은 모르겠지만 기업과 개발자들은 구글이 친숙하다는 것이다. 그는 안드로이드 마켓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등록한 즉시 사용자들이 검색할 수 있고 업체들이 별도 심사과정 없이 일정을 진행할 수 있어 개발자들도 업그레이드 등 유지보수가 편리하다고 말했다.
검증절차가 없어 전체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불만족시 환불해주는 정책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며 오히려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성공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애플 앱스토어, 맞춰주기 힘들어
애플은 전문공개를 금지한 개발자 약관 이외에 명확한 앱스토어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규정이 언제 갑자기 바뀔지도 모른다. 강 팀장은 앱스토어에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해 잘 판매하고 있던 1인기업이나 소규모 벤처가 있을 경우, 어느날 갑자기 앱스토어 정책이 바뀌어 애플리케이션이 퇴출당하면 바로 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휴대폰 결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던 애플리케이션이 갑자기 앱스토어에서 거부된 사례를 들었다.
앱스토어 등록을 위한 심사 기간이 길고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다. 강 팀장은 아이폰 앱을 개발해 앱스토어에 올리면 처음 등록되기까지 2주는 기본이고 한 달을 넘기기도 한다며 끝나는 시점이라도 알아야 제때 이벤트, 마케팅 프로모션도 할텐데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일정이 틀어지더라도 불확실한 앱스토어 승인 절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점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얘기다.
등록기간이 길어져도 개발자는 영문을 모른 채 출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애플은 등록을 거부한 뒤에야 사유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 할 때도 매번 심사를 거치는데 처음처럼 오래 걸리지 않지만 잦은 업데이트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일수록 불리한 셈이다.
■안드로이드, 아이폰 발전속도 따라잡는다
애플 아이폰은 아직도 경쟁 제품에 비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사용자 경험(UX)이 주특기로 통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도 빠르게 진화하면서 격차는 점점 줄어드는 양상이다.
강 팀장은 애플은 아이팟 터치, 아이폰,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혁신 속도가 점차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번에 애플이 아이폰4와 iOS4를 내놓으며 보여준 변화도 예전만한 파급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멀티태스킹은 윈도 모바일부터 지원했고 폴더 관리는 안드로이드도에서 기본적인 기능이었다고 평했다.
다만 진작 허용됐어야 할 기능을 뒤늦게 내놔도 사람들이 좋아하게끔 만드는 것 만큼은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강 팀장은 제한적 멀티태스킹 지원, 폴더 만들기, 사용자인터페이스(UI) 개선 등에 사람들이 감동하더라며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과연 포장의 천재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아이폰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 플랫폼 단점으로 여러 단말기에 최적화가 어렵다는 문제를 꼽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최적화 문제는 화면크기나 버튼 개수 등 하드웨어 특성이 다른 기종마다 애플리케이션을 맞추지 못해 생긴다. 강 팀장은 해상도 차이로 줄간격이 약간 어긋나거나, 화면 밑이 허전해 보이는 수준이라며 미세한 부분까지 최적화하면 개발 비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 구글 개발자 대회 SNS 1위 개발자의 다음 프로젝트는?
네오위즈 자회사 네오위즈랩에서 모바일앱을 개발하는 강 팀장은 지난해 제2회 구글 안드로이드 개발자 대회(ADC2)에서 트위터 API를 활용한 매시업 애플리케이션 '씨리얼'로 소셜 네트워킹부문 1위를 수상했다. 동료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회사 차원의 지원을 받아 올린 성과였다.
강 팀장은 '씨리얼'과 음악앨범 애플리케이션 '벅스' 등만 계속 업데이트해왔다고 한다.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한 두달 사이 시장에 개발인력이 많이 늘었지만 정작 경력자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짧은 역사를 보여준다. 강 팀장도 출신 성분은 웹개발자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 서로 공부하면서 이끌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강 팀장의 다음 프로젝트는 아직 베일속이다. 그러나 조만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는 조만간 네오위즈랩 개발자 부서가 바빠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안드로이드 모바일앱 시장에서 개인 개발자들이 꾸준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안드로이드 개인 개발자들이나 1인 기업 체제는 애플리케이션 판매나 외주개발만으로 먹고살기 어렵다며 유료 애플리케이션 판매 시장이 늘어나야 개인 개발자들의 숨통이 좀 트일 것이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안드로이드 호환성 논란, 다소 부풀려졌다"2010.06.17
- 1인기업의 눈에 비친 애플 생태계의 매력2010.06.17
- 잘나가던 자바 개발자, 왜 모바일에 꽂혔나2010.06.17
- 美, 반도체 장비 中 수출 또 규제…HBM도 포함2024.12.02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다는 표정이다. 개인 개발자 지원 정책이 단기 실적을 뽑아내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꾸준한 수익을 만드는 길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똑똑한 대학생 개발자 100명을 뽑아 지원한다는 식으로 SW를 육성한다고 경쟁력이 생긴다는 보장은 없다며 잡스처럼 시장에 혁신을 몰고 오려면 머리 좋은 사람을 찾을게 아니라 SW시장 자체에 연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