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아래아한글의 입지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행정업무용 소프트웨어(SW)의 문서표준으로 ODF(ODF, Open Document Format) 도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아래아한글의 경우 폐쇄적인 바이너리 문서 포맷으로 호환성이 떨어져 공동작업이나 해외에서의 사용 등에 있어 불편함을 초래하고, 시장경쟁의 저해나 기술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개방형 구조의 ODF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심지연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장기적 보관이 중요한 정부문서가 한컴사의 존속여부에 좌우되는 위험이 있다"며 "영국,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벨기에, 일본 등 주요 국가 정부문서에 개방형 문서 표준 포맷 사용의 강행 규정을 채택하고 있어 이를 검토해 본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컴 공공시장 입지 '흔들'
현재 공공시장에서는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한글이 전체 공공시장에서 어느정도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한글과컴퓨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한컴오피스군이 79%를 차지했고, 이 중에서 공공 및 교육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은 62%에 달한다.
정부는 문서 작성 시 한글을 강제하고 있진 않지만, 대부분 공공기관에서는 암묵적으로 한글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글의 경우 국내에서만 주로 이용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가령 해외에서 한글로 된 파일을 열어보려면 한글뷰어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고, 한글뷰어의 경우 문서의 수정·편집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표준 파일 포맷을 채택할 경우 어떤 곳에서는 문서 작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내세워 ODF 도입을 주장해 왔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문화방송통신팀장은 "개방형 문서 표준을 채택하는 이유는 정부가 문서에 대한 권한을 보유하고 문서의 장기보관이 용이하다는 것"이라며 "또 다양한 제품이 경쟁하는 생태계를 마련해 행정의 효율성 증진을 꾀할 수 있고 SW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개방형 문서의 표준인 XML은 ODF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방형 XML 포맷(Office Open XML, ooXML) 등이 있다.
■ODF 논의 본격화
국회입법조사처의 개방형 문서 표준 도입 제기로 ODF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ODF는 문서편집기 간 호환이 가능해 특정 SW에 의존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가령 한글에서 문서작업을 한 후 ODF 문서로 저장을 하면 MS워드에서 자유롭게 열어볼 수 있다.
김유향 팀장은 "오픈 오피스 포맷은 장기보존이나 열람 가능성 확보, 문서 레이웃이나 플랫폼 호환성, 광범위한 사용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다"며 "6월 중 전문가 토론회 등을 개최해 관련 의견을 수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ODF 도입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공공시장에서 한글 입지의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글과컴퓨터는 아직까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개방형 문서표준에 대한 대비를 해왔고, 지금까지 공공시장에 형성돼 있는 한글의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다.
한글의 경우 이미 ODF를 지원하고 있으며, 신제품인 한글오피스 2010의 경우 호환성 향상을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컴 관계자는 "일부 오해가 있는데 한글에 경쟁력이 없다면 정부에서도 사용을 하지 않겠지만, 다른 SW와 비교했을 때 분명 강정이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라며 "한글은 이미 ODF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