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스타크래프트2’ 용수철 판정…왜 이러나?

일반입력 :2010/04/15 11:37    수정: 2010/04/16 08:31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수근)가 지난 14일 열린 제29차 등급분류회를 통해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인 18세 이용가를 판정했다.

게임업계와 전문가들은 게임위의 상식 밖의 판정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를 의식한듯 게임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엄격한 심의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게임위의 판정이 과연 정당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 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크래프트2의 이전 버전은 15세로 판정을 받았다. 블리자드측은 출시에 앞서 12세 이용가를 위해 게임위가 지적한 사항을 수정을 하고 재심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오히려 18세로 지난번 보다 더 높은 등급을 부여받았다.

재미있는 점은 청소년이용불가는 게임위 내부직원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게임물을 심의 하는 과정은 우선적으로 게임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전문위원들이 게임플레이와 분석을 거쳐 심의에 올린다. 이후 이를 근거로 심의위원들이 12세, 15세, 18세 버튼중 하나를 누르게 된다. 스타크래프트2 같은 경우 전문위원들이 15세로 판단해 상정했다. 하지만 심의위원들은 전문위원들의 의견에 따르지 않고 18세로 판정을 내렸다. 이날 참석한 심의위원들은 12명이다. 이중 과반수가 18세 버튼을 선택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에 관해 너그러운 진보 성향을 가진 심의위원들도 18세를 눌렀다”라며 “이런 사례는 처음인 것 같다. 당황스럽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게임위 내부에서는 15세 이용가를 예상했다가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이 나오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수근 위원장은 관련 팀장을 급하게 호출해 30분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심의위원들에게 이러한 판결이 나온 사유에 대해 회람을 돌리게 했다.

심의위원들의 종합적인 결과는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과몰입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3D게임으로 제작되었고 줌인기능을 통해 더 폭력성이 더 세부적으로 묘사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버전에서도 줌인 기능은 존재했기 때문에 변명거리가 될 수 없어 보인다. 결국 현재 게임위의 해명처럼 사회적 이슈가 심의위원들을 움직이게 하는데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 과몰입과 스타크래프트 승부 조작설이 겹쳐 심의위원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결정은 게임위의 게임판정 잣대가 용수철처럼 늘었다 줄었다한다는 기존 업계의 주장이 그대로 드러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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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도 현 시점에서 심의를 넣는 것이 불안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국내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12세와 13세를 판정 받은 스타2도 18세를 받는 마당에 게임출시를 늦추면서 때를 기다려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게임위는 판정 논란이 있을 때마다 공정한 심사를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판정으로 심의의 잣대가 없다는 시비가 더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