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지상파-케이블 재전송 협상타결, 한국은?

한국, 미국식으로 가면 케이블TV 요금 인상 불가

일반입력 :2010/01/04 11:12    수정: 2010/01/04 17:35

美 폭스와 타임워너케이블이 재전송료 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향후 케이블방송사와 지상파방송·PP간의 재전송료 협상에 있어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방송사가 콘텐츠 재전송료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때문에 국내 방송업계도 폭스와 타임워너 간의 협상결과를 주시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외신은 케이블방송사인 타임워너 케이블과 지상파 방송사 폭스 간에 불거졌던 재전송료 협상이 타결됐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타임워너케이블 가입자들이 폭스채널을 보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양사의 새로운 계약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는 50~60센트 선에서 타결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미국의 재전송료 계약기간은 보통 3년이다.

글렌 브릿 타임워너 케이블 CEO는 "우리는 고객불편 없이 적절한 합의에 도달하게 돼 기쁘다"고 1일 말했다.

체이스 케리 뉴스코프 COO도 "타임워너 케이블과 수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우리 프로그램의 가치를 인정받는 합당한 합의를 이루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뉴스코프는 지난해 12월 31일 타임워너케이블과의 프로그램 재전송 계약만료를 앞두고 가입자당 월1달러의 재전송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해왔다. 만족할 수준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프로그램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압박도 이어졌다.

타임워너케이블은 이에 월20센트를 제시했다. 양측의 협상이 미뤄지면서 타임워너케이블은 계약만료일인 31일 가입자들에게 '인터넷으로 폭스TV 보는 방법'을 광고하기도 했다.

■지상파 '콘텐츠 공급체계 마련' vs 케이블 '요금인상 불가피' 

미국 케이블방송사와 지상파 방송사의 갈등을 주시해왔던 한국방송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계약관계가 확실히 잡혀있기 때문에 갈등이 빚어져도 어떻게든 타결을 볼 수 있다"면서 "한국도 콘텐츠공급 관련 계약체계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블 방송사 측은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케이블 방송사 관계자는 "법원이 케이블 방송사의 정책적인 면을 인정한 만큼 정책적 부분을 강화해 본안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방송사는 지난해 7월부터 재전송을 둘러싸고 법정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9월 1차로 CJ헬로비전에 제기됐던 저작권침해 및 재전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달 31일 법원의 기각판결로 마무리됐다. HCN에 제기한 형사소송은 미결상태로 남아있다.

현재는 케이블방송사 5곳을 대상으로 한 재전송금지 가처분소송이 본격적인 심리를 앞둔 상태다.

지상파 3사는 재전송료 합의까지 케이블방송사가 디지털케이블 신규가입자에게 지상파 콘텐츠를 재전송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지상파 콘텐츠 재전송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였다.

케이블방송사측은 케이블TV가 지상파방송을 대신해 난시청해소, 커버리지 확대에 기여해왔다고 맞섰다. 미국의 타임워너케이블과 마찬가지로 한국 케이블TV도 재전송료를 지상파에 지불하게 되면 가입자의 요금이 인상된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공생'에서 '공방'으로...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는 공생관계였다. 지상파방송사는 케이블TV를 통해 방송커버리지를 확보했다. 커버리지는 광고수익에 연결돼 방송사에게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와 케이블의 시청유형 비율은 20 대 80 정도다. 80%의 시청자가 케이블TV로 지상파 방송을 보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도 지상파방송 재전송을 통해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또한 홈쇼핑채널번호를 지상파채널 사이에 편성해 수입을 거뒀다.

이 때문에 양자는 별도의 재전송 계약을 하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정된 광고시장 속에서 지상파의 방송광고 판매율이 몇 년째 40%대에 머물면서 콘텐츠 유통이 방송사 수입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지상파 방송사 측은 "이번 소송은 이윤추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며 "미국처럼 명확한 계약관계를 맺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와 타임워너케이블 간의 협상타결이 한국법원의 판결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의 판결결과에서 법원은 해외의 사례보다는 법리적 해석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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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향후 공방에 있어 해결사례로 언급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상파방송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소모적이고 시간끌기 식의 재판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갈등보다는 협상과 합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대화 창구는 얼마든지 열어 놓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