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는 정말 리누스 토발즈의 창작품일까.발표되기 전부터 논란을 일으켜온 한 보고서가 20일 공개됐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의 연구기관인 ATI(Alexis de Tocqueville Institution)는 이날 발표한 92페이지 분량 보고서에서 미닉스(Minix)가 리눅스의 모태로 인정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미닉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브리헤 대학의 앤드류 타넨바움이 운영체제및 소프트웨어를 강의하며 개발한 유닉스 클론 운영체제로, 토발즈 역시 1991년 리눅스를 개발하기 전까지 이 운영체제를 사용했다. 한편 토발즈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보고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한 보고서에서 언급된 미닉스 창시자인 타넨바움도 보고서 내용을 비난하고 나섰다.ATI의 연구보고서는 “운영체제에 대한 오랜 기간 경험과 유닉스 소스코드에 익숙했던 타넨바움이 3년만에 미닉스를 개발했다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운영체제 개발 경험도 거의 없는 학생에 불과했던 리누스가 같은 일(운영체제 개발)을 단 반년 만에 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또 보고서는 “리눅스 운영체제가 완전한 독립체로서 그렇게 개발하기 쉬운 것이라면 컴퓨팅 역사동안 수억달러의 자본을 가진 현명한 사업가들이 왜 유닉스 소스코드를 라이선싱 해왔겠는가. 그렇다면 유닉스 운영체제 역시 참고할 소스코드조차 없이 단 몇개월 만에 개발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엔지니어이자 일루미나타의 애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고든 하프는 보고서 내용보다는 다소 중립적인 입장이다. 그는 “물론 리눅스가 제로에서부터 시작된 완전한 독립체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리눅스를 '파생물'로 보느냐의 여부는 법률적인 측면에서 다룰 문제”라고 말했다.그는 보고서가 지적한 토발즈의 ‘지나치게 빠른 개발 속도’에 대해서는 “토발즈가 개발한 최초의 리눅스는 상당히 기초적인 상태에 불과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리누스를 변호했다.이 보고서는 최근 리눅스가 여러 방면에서 공격받고 있는 와중에 발표된 것이다. 특히 리눅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MS는 “리눅스가 저렴하다는 편견을 버리라”와 같은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리눅스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의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내용의 보고서가 SCO의 소송 와중에 나왔다는 점이다. SCO는 리눅스가 자사 유닉스 지재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토발즈의 항변 "나는 베끼지 않았다"보고서를 작성한 켄 브라운은 인터뷰에서 보고서보다 더 직설적인 표현을 구사했다. 그는 “타넨바움의 의견을 근거로 볼 때, 리누스가 미닉스를 기반으로 리눅스를 개발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포드 설계를 기반으로 크라이슬러를 만들어놓고 포드에 대해서 전혀 그 의미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브라운은 타넨바움의 말을 인용해 “리누스는 미닉스를 기반으로 리눅스를 개발했다. 파일 시스템, 소스 트리 등을 비롯한 많은 아이디어를 미닉스에서 차용했다”고 말했다. 보고서 주장대로 리눅스가 미닉스의 파생품이라면 프렌티스 홀은 리눅스에 대해 지재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학술관련 출판업체인 프렌티스 홀은 미닉스 소스코드를 책으로 공개했으나 그 사용을 2000년까지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프렌티스 홀은 미닉스 도서 매출 감소로 수천만 달러 규모의 매출기회를 날린 셈”이라고 주장했다.보고서 주장에 대해 리누스 토발즈는 자신을 비롯한 리눅스 개발자들은 "정당함을 인정 받았다"고 반박했다.그는 “리눅스는 미닉스 코드를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유닉스로부터 아이디어는 얻었다. 따라서 리눅스는 항상 유닉스를 존중해왔다. 리눅스가 유닉스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토발즈는 자신이 미닉스 코드를 점진적으로 리눅스로 바꿔 나갔을 것이라는 보고서 주장에 대해 “미닉스는 리눅스 개발 플랫폼으로 사용했을 뿐”이라며 “리눅스는 미닉스 상에서 개발했다. 하지만 이 말은 윈도우 운영체제 상에서 원고를 쓰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원고가 윈도우 소스코드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한편 미닉스를 창시한 타넨바움도 보고서 내용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게시글에서 “물론 토발즈는 내가 쓴 책을 봤으며 미닉스를 사용했고 그 개발 과정도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리눅스 코드는 토발즈가 창작한 것”이라고 썼다.보고서 배후엔 MS?한편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보고서의 배후가 MS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MS는 ATI에 지난 5년간 자금을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MS 대변인은 이를 인정하면서 “MS는 ATI외에도 미기업연구소(AEI), 전략 및 국제학 연구센터(CSIS), 헤리티지 재단, 카토 연구소 등 다양한 공공정책 기관에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브라운은 "자금은 MS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받고있다"면서 특히 "연구내용은 그러한 것과 관계없이 독립적이며 우리는 누군가의 홍보를 위한 수족 노릇을 하진 않는다”고 불쾌함을 표시했다.브라운과 토발즈가 의견을 일치하는 부분은 ‘발명가’라는 호칭이다. 토발즈 역시 “내가 리눅스에 대해 한 역할을 ‘발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보고서는 또한 토발즈가 유닉스 소스코드를 열람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존 라이온스 교수가 수업에 사용하기 위해 주석이 달린 유닉스 소스코드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불법으로 대량 유포됐으며 토발즈 역시 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주장이다.이에 대해 토발즈는 “유포됐다는 라이온스의 강의노트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본적은 없다. 유닉스 소스코드 역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브라운을 비롯한 ATI 연구원들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20여명을 인터뷰하며 토발즈에게도 언급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며 토발즈는 “ATI로부터 어떠한 이메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브라운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때문에 미국은 기술적인 우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마음대로 도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지적재산권 기반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브라운은 이번 보고서에 내용을 추가해 수개월 내에 e북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이와 같은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의 리눅스 문제는 이후 더 많은 관심을 끌게 될 전망이다. 한편 ATI는 보통 연구 결과를 자체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데, 이번 리눅스에 대한 보고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최근 며칠사이 사이트가 두 번이나 다운됐다고 브라운은 전했다.일루미타나의 하프는 “이 보고서는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오픈소스의 역할에 대한 재고를 불러일으킬 만한 어떤 혁신적 내용이나 새로운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