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10년, 현황과 미래 전망

일반입력 :2001/08/27 00:00

로이터 제공

핀란드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학생인 리누스 토르발즈가 소스 공개형 컴퓨터 운영체계(OS)인 리눅스를 발표한 지 25일(이하 현지시간)로 만 10년이 흘러 이제 리눅스는 IBM이나 휴렛팩커드 등 업계 거물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게 되었다.리눅스는 기본 소스 코드가 완전히 공개되 있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라고 불리우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철저한 보안 속에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 않은 채 독점적으로 개발과 수정을 해나가고 있는 다른 소프트웨어와 차별성을 보이는 점이다.그러나 VA 리눅스 시스템스, 레드 햇, 칼데라 리소시즈 등 리눅스 OS에 힘을 더해 준 많은 신생 기업들은 초고가 행진을 거듭하던 주가가 폭락하면서 리눅스 10주년 축하 무대에서는 다소 소외되고 있는 느낌이다.대기업 가운데에서는 IBM이 리눅스를 자사 소프트웨어 전략의 핵심 부문에 위치시키고 있으며 10억달러 투자를 공언하는가 하면 여러 도시에 "평화와 사랑, 그리고 리눅스"라는 광고판을 설치하기도 했다.터보리눅스의 CEO 팜 라이-황은 "리눅스는 일견 인터넷과 동의어처럼 여겨져 인터넷의 흥망과 궤를 같이 해왔다"며 "인터넷 붐이 그랬듯 리눅스 붐도 한 차례 큰, 그러나 짧은 붐으로 그쳤다"고 말했다.분석가들은 리눅스의 성공을 저해한 요인들은 리눅스 소프트웨어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리눅스를 추구하는 기업체들의 사업 모델에 있었다고 지적한다.IDC 애널리스트 댄 쿠스네츠키는 "리눅스 부문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데 성공한 대기업들은 이미 견실한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며 "다른 기업들의 경우 그렇지 못했으며 실험만 거듭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그는 리눅스 업체들 가운데 레드 햇이나 독일의 SuSE 등 몇몇 기업들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이며 그 이외의 수십개 업체들은 향후 5년 동안 피인수되거나 결국 문을 닫아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공개소스가 주된 무기일부 리눅스 업체들이 혼란을 거듭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려면 리눅스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라는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MS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요 소프트웨어에 대한 내부 구조 등 이른바 소스 코드를 철저히 보안에 부쳐 보호한 것과는 달리 리눅스는 그 소스 코드가 완전히 공개돼 있으며 프로그래머들이 필요에 따라 이를 수정할 수도 있고 인터넷을 통해 어느 누구도 그 코드를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이러한 특성 때문에 리눅스의 기본 체계는 간단하고 신뢰성이 높은 상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쿠스네츠키는 바로 이 특성 때문에 VA 리눅스와 같은 업체들은 몸집이 더 큰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그는 "일부 리눅스 업체들은 리눅스에 기초해 가치를 더한 하드웨어를 통해 사업을 전개하려 했지만 이는 지속될 수 없었다"며 "IBM이 들어와서 '우리는 전세계에 사무소가 있고 모든 종류의 하드웨어를 만들고 있다'라고 말한다면 소비자들은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라고 예를 들어 질문했다.주적(主敵)은 너무 뚜렷IT 부문의 간판급 업체들이 모두 리눅스를 채택한 것은 물론 아니며 특히 워싱턴주 레드몬드 소재 MS는 공개적으로 리눅스와 같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해 공격을 퍼붓고 있으며 지난 5월 MS의 크레이그 먼디 선임부사장은 이를 "빈약"하고 "결점투성이"라고 묘사했다.이메일 전송의 대부분을 처리하고 있는 센드메일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에릭 올먼은 "오픈 소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MS가 계속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점이 리스크이다"라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MS는 아주 강력하고 엄청난 자원을 가지고 있어 실질적인 의미에서 (압박을) 실행에 옮길 힘도 있다"고 덧붙였다.실제로 어떤 기업들이 혜택을 누릴 지는 몰라도 분석가들은 리눅스 그 자체는 계속 인기를 더해갈 것이며 특히 대형 서버 컴퓨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계속 환영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지난 1999년 24%에 그치던 서버 시장 내 리눅스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27%로 늘었으며 IDC는 리눅스가 2005년 까지는 MS 윈도우에 이어 서버용 OS로서는 2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리눅스는 여러 대의 컴퓨터, 때로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하나로 묶어 가상의 수퍼컴퓨터 한 대로 연결시키는 일에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예를 들어, IBM은 로렌스 리버모어 내셔널 래버러터리와 미국 에너지부를 위해 리눅스에 기반한 컴퓨팅 "그리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냉장고에도 사용된다그러나 리눅스의 진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으며 저가형 시장, 즉 휴대폰이나 유선방송 수신기, 혹은 지능형 가전제품 등과 같은 소형 기기에도 사용될 수 있다. IDC의 쿠스네츠키는 리눅스가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부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라고 지적했다.그는 PC 시장에서 리눅스의 점유율이 지난해 1.5%에 그친 점을 지적하면서 "데스크톱 시장에서는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하고 "MS 워드와 같은 대중적인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리눅스 프로그램이 없는 형편이다"라고 덧붙였다.이러한 특성들을 종합해 볼 때 리눅스가 고급형 및 저급형 컴퓨터 시장에서는 그런 대로 입지를 굳혀갈 것으로 보이지만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 중요한 중간급 시장(PC 등)에서는 앞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볼 수 있다.그렇지만 리눅스로서는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전세계를 좌지우지하는 큰 시스템을 작동시키면서 묵묵히 발전해간다면 그것도 나쁠 것은 없다."바로 이것이 보람있는 일"이라며 쿠스네츠키는 "꼭 일반인들이 알아주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