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마니아 3만 2천 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AWS 리인벤트(re:Invent) 2016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AWS 고객, 개발자 및 파트너 업체 종사자들이다. 클라우드 생태계에 정점에 있는 이들이 모인 이유는 업계의 리더 위치에 있는 AWS의 미래 전략을 듣기 위해서였다. 행사를 주최한 AWS는 re:Invent를 교육 및 배움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고자 했고, 다양한 고객의 사례를 서로 나누는 장을 마련했다.
최근 몇 년간 클라우드 컴퓨팅은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넷플릭스의 아키텍처였다가 최근에 AWS 클라우드 전략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된 아드리안 코크로프트는 그의 블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2014년에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AWS에 테스트 및 신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한 방편으로 AWS를 사용하기 시작하여, 2015년에는 대량 마이그레이션을 하거나 전체 데이터센터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대체하는 패턴을 보았습니다. 올해 들어 이 변화는 미디어 산업, 판매 산업에서 빠르게 도입을 하는가 하면, 은행, 보험 등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하는데 규제가 강한 금융 산업도 여기에 동참하였습니다. 다음은 아마 에너지, 교통, 정부, 제조 및 헬스케어 분야의 얼리 어댑터들이 클라우드 시장을 이끄는 주자가 될 것입니다.” (Cloud Trends ? Where have we come from and where are we headed 중)
앤디 제시 AWS 최고경영자(CEO)는 2014년에는 클라우드는 새로운 표준(Normal)으로서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활용을 시작했음을 알렸고, 2015년 기조 연설에서는 클라우드가 가져온 7가지 자유라는 주제로 클라우드가 스스로 원하는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올해의 화두는 무엇일까? 그는 이제 사용자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그 동안 해내지 못했던 것에 대해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슈퍼 파워(Super Power)’ 도구로서 자리매김 했다는 점을 기조 연설을 통해 강조했다.
■클라우드가 없는 곳에도 클라우드를 넣다
아드리안의 언급대로, 앞으로 클라우드 활용이 익숙해진 IT 서비스 분야에서 제조, 유통, 판매 분야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실제 세계는 사실상 네트워크 연결이 제한적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도 있다. 예를 들어, 옥수수 농장, 항공기 제조 공장, 병원등 산업 현장은 우리 생각과 많이 다르다.
일단 현장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들은 바로 클라우드로 옮기기도 애매하고, 일시적으로 현장에서 IT 환경을 꾸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로컬 환경에 클라우드와 궁합이 맞는 컴퓨팅 및 스토리지 서비스가 필요하다. Amazon Greengrass는 AWS Lambda와 AWS IoT를 결합한 로컬 디바이스로 주변 환경의 데이터 수집이나 프로그램 처리 등을 손쉽게 해준다. AWS Lambda는 서버리스 컴퓨팅 환경을 연 클라우드 함수 서비스로 임베디드 형식으로 로컬 컴퓨팅에 이식하게 됨에 따라 그 사용 범위가 훨씬 넓어질 전망이다.
Greengrass에서 사용된 임베디드 하이브리드 컴퓨팅 방식은 대량 로컬 데이터를 손쉽게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있는 데이터 운송 장치인 AWS Snowball에도 적용됐다. 새로 나온 AWS Snowball Edge는 용량을 100TB로 늘렸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네트워크 및 데이터 어댑터를 지원한다. 특히, Greengrass에서 적용했던 것과 같이 AWS Lambda 함수를 기기 내부에 탑재하여, 손쉽게 Amazon Simple Storage Service(S3) 스토리지 버킷과 작업이 가능하다.
이번 기조 연설에서 무엇 보다 깜짝 발표는 기존의 소형 Snowball 기기뿐만 아니라, 엑사바이트(Exabite) 급 데이터를 대량으로 한번에 옮길 수 있는 AWS Snowmobile이라는 데이터 선적용 콘테이너 트럭을 선보였던 순간이었다. 인터넷으로 옮기려면 수백 년이 걸릴 데이터를 한꺼번에 몇 주안에 클라우드로 옮길 수 있다는 건, 이제 현실의 데이터 제약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고객 발표사로서 이탈리아 기반 글로벌 전력회사인 Enel 이 올라온 것도 우연은 아니다. Enel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00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6천100 만 고객 190만km의 배급망을 가진 전력 업계의 리더이며, Fortune 지의 ‘세상을 바꿀 기업’ 50 개사 중 5 위에 선정된 기업이다. 스마트 전력 이용률에서는 25%, 전 세계 발전량 3위, 신 재생 에너지, 송배전 망 거리 판매액 시가 총액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전력 수요와 GDP 및 석유 소비량과 결합이 없어지면서, 석유 가격 감소 및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 증대 등 전력 산업도 변화하고 있다.
연사로 나선 인프라 담당 임원인 파비오 베로네세는 “이러한 전력 산업 변화 과정에서 Enel 역시 클라우드 우선 전략으로 변화를 꾀하게 되었으며, 2016 년 6 월까지 10,000개의 가상 서버, 30,000 CPU와 6PB 스토리지 마이그레이션을 완료하고 AWS를 활용하여 서버 프로비저닝을 3~4 주 걸리던 것을 이틀 내로 처리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컴퓨팅 자원의 소비는 21% 감소, 스토리지는 60%까지 절감하였다. Enel의 다음 목표는 사내 IT 업무 100%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오프라인 스마트 전력망 운영 체계에 있어클라우드 기반 IoT 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클라우드 기반 인공 지능으로 현실 세계와 접하다
이번 기조 연설의 메인 테마 중 하나는 단연 인공 지능(AI)이다. 이미 AWS는 머신 러닝 서비스를 1년 전에 공개한 바 있고, 최근에 GPU 기반 P2 인스턴스와 딥러닝 전용 AMI를 내 놓았고, 최근에는 MXNet에 대한 지원을 천명 하는 등 클라우드 기반 인공 지능 서비스 개발 플랫폼으로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번 키노트에서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인공 지능 분야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 몇 가지를 선보였다. 우선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음성 인식 스마트 홈 기기인 Amazon Echo를 지원하는 알렉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연어 처리 기법 및 인공 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모바일 앱 및 웹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가능한 채팅봇을손쉽게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Amazon Lex이다. Alexa에서 앞뒤 A를 뺀 Lex는 채팅봇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AWS Lambda 함수를 사용하여 엔터프라이즈급 응용 프로그램 및 데이터를 연결하는 챗봇용 비즈니스 로직을 구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로봇, 드론 및 장난감에 대한 제어 메커니즘을 제공 할 수도 있다.
딥러닝 기반 이미지 인식 서비스인 Amazon Rekognition은 그 동안 대형 IT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개발자들이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제 개발자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업로드만 함으로써 얼굴 인식, 감정 추출, 장소 및 장면 정보 등의 메타 정보 추출이 가능해졌다. AWS가 가지고 있는 완전 관리형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 조건을 가진 것도 장점이다. 프리티어로 월 5,000개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무료로 분석을 제공한다. 사실 아마존은 이미 프라임 회원을 위한 무제한 이미지 서비스에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능을 통한 사진 분류 및 태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선보인 서비스는 흔히 TTS(Text-to-Speech)라고 불리는 음성합성 엔진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내놓은 것이다. Amazon Polly는 24개 언어를 지원하며, 어른, 아이, 남자, 여자 등 서로 다른 47개 음성 종류를 제공한다. SSML이라는 음성 표현 마크업 언어를 통해, 서로 다른 2개국 언어를 섞는 다던가 감정 및강약 표현등을 합성해 낼 수 있다. 사용 비용도 저렴해, 허클베리핀의 모험 영문본을 음성 합성 MP3로 변환하는데 1회 2.41 달러에 불과하다.
이번에 공개한 아마존 AI 서비스의 특징은 테스트 수준의 API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 개발자들이 실제 음성 혹은 이미지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 시, 바로 가져다 쓸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의 기술을 클라우드가 가진 장점을 이용하여 단순화했다는 데 있다. 특히, 아마존은 구매 배송 예측, 로봇을 이용한 물류 체계 등이 이미 다양한 머신 러닝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부 기술을 서비스로 공개하는 패턴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Amazon Go, 인공 지능 결합된 계산대 없는 오프라인 상점
며칠 전 나온 Amazon Go는 클라우드와 인공 지능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이 결합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소비자 경험을 제공해 준다. Amazon Go에서 쇼핑하는 고객 경험을 보여주는 동영상에서는 물건을 사려면 계산대에 줄을 서고 결제를 해야 한다는 통념도 완전히 뒤집었다. 매장에 들어서면서 아마존고 앱을 터치하면 자동으로 소비자를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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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쇼핑백에 담으면 된다. 매장에 내장된 컴퓨터 시각 센서와 생체인식 센서, 딥러닝 기술 등 AI 기술을 이용해 전자태그(RFID) 같은 센서 없이 정확히 소비자의 쇼핑 목록을 알아낸다. 아마존은 공식 블로그에 "4년 전부터 '줄을 서지 않고 계산대도 없이 쇼핑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며 "컴퓨터 시각 센서와 AI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현장에까지 클라우드의 전선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 동안, 기업이 제공하던 구름 뒷편에 애플리케이션이나 IT 업무를 위한 인프라나 솔루션 플랫폼을 넘어, 일반인들도 현실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만나는 날이 멀지 않았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