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주제로 다루는 컨퍼런스에 가면 주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활용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사례나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은 청사진 제시 등을 접하게 된다.미래의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을 목표로 하지만 아직은 작은 규모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에게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빅(big)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데이터 그 자체이고, 데이터에 특화된 사업 아이템을 다루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면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있다는 점이다.
NHN과 지마켓에서데이터를 활용해서 신규 서비스와 사업을 만들고 키워 보았고, 이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스타트업을 운영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종류의 많은 스타트업들을 만나며 컨설팅과 자문을 해보니, 스타트업은 데이터를 활용해야만 한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다음 10가지 관점에서 스타트업은 데이터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한다.
1.잘못된 의사결정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고 서비스와 사업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하나뿐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잘못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굉장히 크다. 물론 어차피 이룬 것이 별로 없으니 감수해야할 대가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자세로 계속하다가는 절대로 성장할 수 없다. 서비스와 사업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명확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의 근거를 만들 수 있으며, 이런 근거를 토대로한 의사결정은 개인의 직관이나 철학에 기반한 의사 결정에 비해 틀릴 확률이 낮다.
2.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초기 생존게임에서 살아남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 스타트업에게는 선택과 집중이 핵심이다.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와 사업의 구체적인 상태를 데이터로 남기고 이것을 분석함으로써 단기적인목표를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다. 또한 목표가 달성되는 과정 역시 데이터를 통해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설정한 목표를 평가하고 그와 관련된 다음 단계의 목표를 잡을 수 있으며,결국중장기 목표를 체계적으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3. 비용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다
기업들이 고려해야 하는 비용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특히 스타트업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게 되는 비용은 시간과 사람이다. 짧은 시간 안에 최소의 인원으로 목표로 삼은 성과들을 단계적으로달성해 나가면서 시장에서 살아 남고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에 비해 사람 구하기가 훨씬 어려운 점도 큰 이유이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통찰을 뽑아내는 것은 데이터 활용의 일부분이며,또 다른 실질적인 활용은 자동화이다. 즉,서비스 운영의 요소 요소에서 사람이 해야 할일들을 자동화시켜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 이러한 자동화의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데이터에서 뽑아낸패턴이다. 자동화는 당연히 시간 비용도 크게 줄여주며,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솔루션들을 적절하게 이용했을 때 이 효과는 더욱 커진다.
4. 신규고객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맨땅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초기에 중요한 것은 신규고객의 확보이다. 문제는 ‘아무나’와 같은 신규고객이 아니라 자신의 서비스를 기꺼이 이용하고 가치를 느껴서 돈까지내는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큰돈을 들여서 비싼 자동차와 같은 경품을 걸고 론칭 마케팅을 해봐야 유입되는 것은 경품만 노리고 들어오는 체리피커뿐이며, 더군다나 이들에 묻혀서 진짜 챙겨야할 고객이 누구인지도 안보이게 된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각종 채널에 있는 잠재고객의 성향과 행동 패턴 및 이미 사용중인 고객의 패턴을 분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쓸데없이 돈을 쓰지 않고 필요로 하는 딱맞는 고객을 타겟팅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다.
5. 고객 이탈을 줄일 수 있다
서비스와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규 고객의 유입이 아니라 기존 고객의 유지이다. 마케팅을 열심히 해서 아무리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여와 보았자 ‘밑빠진독에물붓기’와 같은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스타트업은 생존할 수가 없다. 고객을 유지시키려면,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리텐션(retention)을 높이려면, 어떻게해야할까? 정공법이최고다. 독 어디에 구멍이나 있는지를 찾아내서 때워야 한다. 퍼널 설계(funnel design)를 해서 독을 세부 구획으로 나눈 다음, 퍼널 별로 로그 데이터를 남기고 분석해서 구멍이 있는 구획을 찾아내고, 데이터에 기반한 실험을 통해 최적의 땜질법을 찾아내서 막으면 된다.
6.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을 잘할 수 있다
초창기 스타트업의 경우는 확장성, 범용성 등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뾰족하고 정확하게 설정한 서비스와 사업을 목표한 궤도로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정 수준의 궤도에 올라간 다음에는 연계하여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와 사업 모델을 고려하고 구현해서 성공시켜야 다음 단계의 성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한편 해오던 서비스와 비즈니스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것을 명확하게 검증했기 때문에 다른 살길을 찾아야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때 데이터는 확장의 방향을 찾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확장 가능성이 생기기도 한다. 페이스북은 수많은 사람들의 프로필과 친구관계와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를 모두 체계적인 데이터로 남겼기 때문에 최적화된 타게팅 광고 플랫폼 및 광고 채널을 구축할 수 있었고, 이러한 모델 확장은 광고 사업을통해 막대한 매출로 이어졌다.
7. 투자를 잘 받을 수 있다
투자를 잘받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투자가들이 빼놓지 않고 고려하는 요소는 팀의 역량과 아이템의 시장성이다. 팀의 역량을 평가할 때 팀멤버들이 과거에 어떤것들을 이루어 냈는지를 보기도 하지만 창업 이후 단계적으로 어떤 성과들을 만들어 냈는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때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데이터이다. 단편적인 성과 지표의 나열만으로는 투자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쉽지 않다. 하지만,어떤 문제점들을 어떤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분석한 결과, 어떤 해결책을 도출해서 어떻게 적용했고 그 성과가 무엇이다라고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 주면 투자가에게 강력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서비스와 사업 아이템 자체가 머신러닝이나 추천엔진, 데이터 시각화 등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분야의스타트업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스타트업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8. 팀워크를 향상시키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자원 세가지는 시간, 사람, 돈이다. 시간은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기에 논외로 제껴두면,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사람 문제가 원천적으로는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사람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팀원들 사이의 시너지, 즉 강력한 팀워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팀워크에 영향을 주는요소는 의사소통의 코드, 동기부여시스템, 공동의 목적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수시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코드가 맞지 않으면 좋은 팀워크를 만들기가 어렵다. 이때 데이터는 코드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는 의사 소통을 정착시키는 데에 효과적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원칙에 따라 생성된 데이터, 달리말해 팩트(fact)를 기반으로 이야기하면,쓸데 없이 감정적이거나 기분 상하게 되는 경우를 미리 방지할 수 있어서 결국 팀워크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9.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준비할 수 있다
어떤 아이템은 한국도 충분히 큰 시장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아이템은 한국만으로는 시장이 작아서 글로벌로 진출해야만 한다. 시장 크기 관점을 떠나서 이런 저런 이유로 글로벌에 진출하고 싶은 스타트업도 있다. 문제는 한국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한 다음에 성장하는 것이며, 그에 맞는 최소한의 기본 역량은 갖추고 나가서 계속 역량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직접경험해 본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준으로 하면, 좀 한다 하는 스타트업들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 들을 제대로 하고 있다. 즉,저런 부분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해외 시장에서 살아 남는 것부터가 꽤 어렵다. 특히나 미국쪽 시장은 데이터 기반의 아이템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역량에 굉장히 높은 가중치를 두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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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업의 역사와 정체성을 살펴볼 수 있다
창업하고 1, 2년유지하다가 적당한 가치로 매각하고 돈을 벌기 위한 스타트업도 전혀 없지는 않지만, 많은 스타트업은 자기들 고유의 정체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나름의 역사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서비스와 제품의 탄생부터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운영, 매출, 시뮬레이션 등의 모든 데이터들을 보관하면서 주기적으로 살펴보고 분석하다 보면 제품과 기업의 역사가 다양한 관점으로 표출되면서 놓치고 있던 정체성과 고유의 특징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를 만나게 된다. 기록이 중요한 이유와 다름이 없다. 앞서 언급한 다른 이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놓쳐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이유일 수도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할 때 역사의 중요성이 언급되곤 한다. 과거의 데이터가 역사처럼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우 현재 해당 케이스의 데이터와 과거의 관련 상황 데이터를 비교해 보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훨씬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응책들의 일련의 방향이 결국 정체성의 한축을 구성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