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네이버 뉴스스탠드 유감

기자수첩입력 :2013/07/04 14:43    수정: 2013/07/14 09:56

전하나 기자

네이버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개념을 꺼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이대로는 안 된다. 대안이 절실하다”는 성토가 이어지던 지난 2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세미나 자리였다.

공유지의 비극은 개방된 목초지에서 자기 이익만을 위해 더 많은 소를 풀어 놓다 보면 결국은 풀이 말라 모두가 굶어 죽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날 세미나에 나온 유봉석 NHN 미디어서비스실장은 “지금 뉴스스탠드가 바로 그 꼴”이라고 했다. 과거 뉴스캐스트는 물론 현재의 뉴스스탠드에서도 언론사들이 선정적인 트래픽 경쟁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 그럴듯해 보이는 비유는 애초 전제부터 틀렸다. 뉴스스탠드는 공유지가 아니다. 사유지다. 공유지는 개방이 원칙이다. 뉴스스탠드는 분명 진입에 제한을 뒀다. 현재 네이버 뉴스스탠드 제휴사는 107개다. 이중 일부 언론사는 네이버가 구성한 위원회 평가로 추후 퇴출이 결정된다.

물론 뉴스 선정성 문제에서 언론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언론도 이를 알고 있다. 한 언론 관계자는 세미나에서 “20~30대 젊은 세대는 뉴스스탠드를 외면하고 실시간 검색어에 따른 뉴스를 소비하는데 이 때문에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연성뉴스에 치중하게 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 최대 온라인 뉴스 유통업자인 네이버가 책임론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런데 네이버는 이날 언론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유독 많이 했다. “뉴스스탠드는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구조다. 언론사가 언론사 답게 편집을 하지 않으면 잘 만든 서비스도 작동될 수가 없다”거나 “트래픽이 줄어들어서 선정적인 편집을 하게 됐다는 비판이 있는데 트래픽 많아지면 더 많은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더 선정적인 편집을 하지 않겠냐”는 식이다.

이용자 불편이 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저널리즘 가치를 위해 이용자 가치가 훼손된 경향이 있다”면서 “그렇게까지 했는데 저널리즘 가치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선 네이버가 어떻게 선택해야겠나”라며 다소 격앙된 어조로 반문했다.

하지만 이 발언들이 다 핑계로 들리는 건 왜일까. 특히 “뉴스스탠드라는 단일 서비스 모델이 모든 가치를 담을 수는 없다. 뉴스스탠드가 실패했다면 서비스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1차적으로 네이버 프론트 페이지 접근성, 근본적으로는 온라인 저널리즘 전반의 문제”라는 말이 그렇다. 이는 언론사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것만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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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탠드의 접근성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결국 네이버고, 온라인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빠질 수 없는 절대적 축을 이루는 것도 바로 네이버다. 그럼에도 뉴스스탠드 개편에 대해선 “전혀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못을 박는 것은 무슨 고집인가.

카카오는 최근 야심차게 들고 나온 유료 콘텐츠 유통 플랫폼 ‘카카오페이지’가 출시 석 달 만에 실패론에 휩싸이자 곧바로 “콘텐츠 파트너사들의 쓴소리를 듣겠다”며 자리를 마련하고 전면 유료화 모델에서 부분 유료화 모델로 근본적인 방식을 개편하겠다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네이버는 불려나온 자리서 “운신의 폭이 없다”, “아직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말만 반복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