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치킨이 등장한 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불과 일주일 만에 판매가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후로도 수개월간 ‘통큰’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대단했다. 통큰치킨의 장본인 롯데마트는 물론 경쟁 마트까지 나서 ‘더큰’, '착한‘, ’위대한‘ 등 각종 아류작들을 내놨지만 ’통큰치킨‘ 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통큰치킨’이 그토록 뜰 수 있었던 까닭은 가장 친숙한 서민 간식 ‘치킨’의 비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잠재의식 속 불만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한 시간을 마다 않고 줄을 서 기다린 것은 곧 비단 치킨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치솟는 물가에 대한 일종의 저항의식이다. 비록 ‘통큰치킨’은 서민 자영업자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라는 논리로 판매가 중단됐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1만원이 훌쩍 넘는 치킨을 사먹고 있다.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보조금으로 불리는 약간의 할인을 받아 24개월간 쓰겠다는 약속을 하고 할부로 구입하는 까닭에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한번 분실하거나 고장이라도 나면 그 부담이 한꺼번에 뼈저리게 다가온다.
시장 경제에서는 비싼 제품이 있으면 싼 제품이 있다. 비싼 제품이 부담스러우면 싼 제품을 사서 쓰면 된다. 요즘에는 10~20만원이면 일시불로 구입할 수 있는 저가폰도 적잖다. 보통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최신형 스마트폰이 100만원 전후임을 감안하면 통큰치킨 저리가라 할 정도의 가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가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몇 천원 아끼려고 1시간 남짓 기다려서 통큰치킨을 사간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결국 삼성, LG, 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은 그들이 가진 기술력을 모두 집약시킨 최고의 스마트폰을 내놓고 모든 마케팅을 집중한다. 보급형 스마트폰은 대부분 해외시장을 겨냥해 만들 뿐이다.
“스마트폰은 무조건 가장 좋은 것을 사야해”
이 같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의식을 만들어 낸 것은 다름 아닌 기업이다. 불과 수개월도 지나지 않아 최신 제품이 나오는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 언제나 내가 쓰는 폰은 느리고 불안정하며 업데이트도 안 되는 구닥다리로 전락한다. 오히려 2년이라는 족쇄를 버티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것조차 부족할 지경이다.
그래서 저가폰은 통큰치킨이 될 수 없다. 통큰치킨은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식품의 핵심인 맛과 양에서 여느 배달 치킨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양은 900g으로 더 많았다.
반면 시중에 선보인 저가폰은 거의 대부분 중소기업 제품이거나 혹은 중국산이다. 이래서는 저가폰이라 할 수 없다. 차라리 ‘제값폰’이라고 부르는 편이 제격이다. 그것은 마치 통큰치킨을 동네 슈퍼에서 중국산 닭으로 만든 것과 같다.
진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저가폰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이 만든 것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충분한 성능과 그에 걸맞는 합리적인 가격이기를 바란다.
가령 통큰치킨과 비견될만한 스마트폰으로 최근 17만원 갤럭시S3를 꼽을 수 있다. 물론 갤럭시S3의 출고가는 100만원에 이른다. 갤럭시S3를 17만원에 팔았다고 과연 제조사나 이동통신사가 손해를 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제 값을 주고 갤럭시S3를 삼으로써 보전이 된다. 더욱이 비싼 통신비는 갤럭시S3를 17만원 주고 산 소비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공정한 시장 질서와는 한참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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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힘을 합치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비싼 스마트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이동통신사는 보조금 방식이 아닌 매월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실질 통신료를 낮춰야 한다. 또한 제조사는 보조금 지급을 감안해 부풀려지지 않고 정직하게 책정된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소비자는 무조건 좋은 스마트폰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비교하는 합리적 소비를 지향해야 한다.
이 셋 중 하나라도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쓸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통큰치킨을 사먹지 못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