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모바일 플랫폼 넘으니 서비스 플랫폼 보인다

일반입력 :2011/03/03 08:38    수정: 2011/03/03 08:45

박재현
박재현

지난달 모바일 업계의 이슈가 집중됐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열렸다. 여러가지 전망과 새로운 기술 그리고 다양한 기기들이 소개됐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모바일 플랫폼을 둘러싼 힘겨루기였다.

그동안 모바일 플랫폼 분야는 아이팟/아이폰이라는 모바일 기기에 아이튠스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절묘하게 결합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와 앱스토어란 장터를 제공하는 에코 시스템에 의한 플랫폼을 제시한 애플과 이를 견제하고 모바일 분야까지 광고 수익을 넓히려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픈 플랫폼간의 첨예한 경쟁이 주를 이뤄왔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노키아가 심비안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7을 주력 모바일 플랫폼으로 선택한 것이다. 노키아와 MS의 전략적 제휴는 구글 대 애플로 양분되어 있는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 변화가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과거 모바일 OS의 60% 이상을 점유했던 심비안 OS를 앞세워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를 점유했던 노키아는 애플과 구글이 밀려 실추된 경쟁력을 회복하고자 안드로이드 오픈 플랫폼을 채택한 다른 업체들과 달리 MS 모바일 플랫폼을 선택하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현재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채택해 봤자 기존의 삼성, HTC 등 이미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채택해 시장에서 성공한 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할 수도 없고 오히려 후발주자로서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MS와의 달콤한 동거는 현재로서는 최선의 결정이었을 것이다. 결국 , 노키아는 자신의 플랫폼을 포기하고 MS 플랫폼을 선택함으로써 '애플 대 구글 대 MS' , 세개 플랫폼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구도를 이끌어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3개 플랫폼은 결국 애플과 구글, MS의 각자 이득을 위해 만든 생태계이고 이 생태계가 커질 수록 결국 3개 업체의 강력한 통제와 영향력이 커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만큼,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의 경우 아이튠스을 통해 막대한 디바이스와 수수료를 챙긴데 반해 고객에게 값싼 음악을 제공해야 한다는 애플의 논리에 음반 업체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을 계속 인하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음반업체 입장에서는 초기 P2P를 통해 음악 다운로드가 확산될 때 , 이를 거부만 하지 말고 더 좋은 조건으로 이들 업체와 협상을 하여 수익을 나누는 방법을 채택했다면 애플과의 협상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제 하면서 검색과 각종 서비스를 통해  광고 수익을 늘리고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을 탑재하는 제조업체들은 자의반 타의반 구글의 플랫폼 정책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과 방안을 준비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그릴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 플랫폼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사업을 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첫째, 방안은 대응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독자적인 플랫폼은 의지와 역량이 있어야 가질 수 있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해 기존 플랫폼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내부 방안과 역량을 준비하고 , 동시에 기존 플랫폼 소유자와의 협상에서도 보다 좋은 위치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의 독자 플랫폼인 바다가 좋은 예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자칫 핵심 역량이 분산될 수도 있지만 플랫폼 지배자와의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독자적인 대응 플랫폼 역시 플랫폼 공개 등을 통해 반대되는 세력을 결집시키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령, 페이스북 플랫폼을 견제하기 위해 구글은 오픈 쇼셜이라는 개방형 쇼셜 플랫폼을 공개하고 여기에 마이스페이스를 비롯한 많은 페이스북의 경쟁 업체를 결집시켰다. 구글 안드로이드 역시 애플 iOS를 견제하기 위한 대표적인 대응 플랫폼이다.

둘째, 멀티 플랫폼안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동등한 플랫폼을 구축해 플랫폼 차원의 경쟁을 펼치는 것보다 해당 플랫폼 내에서 독립적인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또한 현명한 방법이다. 가령, 안드로이드용 아마존 킨들 서비스는 내부에서 사용자 관리와 빌링 , 그리고 고객 지원을 제공한다. 내부에서 독립적인 콘텐츠 관리 프로세스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서와 콘텐츠를 발굴해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특정 플랫폼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상에서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안드로이드와 애플, 그리고 윈도폰7 등 모든 모바일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플랫폼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전략은 아미존의 킨들 전자책 기기처럼 독자적인 디바이스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있다. 특히, 이종 디바이스간 컨버전스 서비스와 컨텐츠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플랫폼에 국한된 대응 전략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플랫폼을 지원하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다양한 사용자 디바이스가 모바일화되고 있는 환경에서는 각종 디바이스간 콘텐츠와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애플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모바일미와 같은 서비스 플랫폼을 강화하면서 구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MS와 노키아간 제휴도 노키아가 그동안 다수 서비스 및 콘텐츠 회사를 합병해 구축한 오비(OVI) 서비스 플랫폼을 버리고 대신 MS 서비스 플랫폼으로 채워나겠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대만 HTC는 올해 들어 영국계 비디오 스토어 플랫폼 회사인 사프론 디지탈을 4천860만달러에 인수했고 미국 게임 콘텐츠 업체인 온라이브도 4천만달러에 집어삼켰다. 독자적인 미디어 서비스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업체들의 움직임은 모바일 플랫폼 전쟁 이후 , 새로운 전쟁이 멀티 디바이스 환경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새로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서비스 플랫폼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기술을 포함하는 플랫폼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우선 휴대폰, TV 등 다양한 디바이스간 컨버전스 서비스를 위해서는 멀티 디바이스에 대한 프로파일과 식별 체계와 그리고 사용자 관리가 필수적이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많은 디바이스를 사용하게 될것이다. TV 같은 기기는 공유 디바이스이기 때문에 이들 하드웨어와 사용자간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용자에게 스마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용 로그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대용량 로그 분석을 위한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오픈소스 기술인 Scribe ,Chukwa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콘텐츠와 서비스 제공자를 위한 비즈니스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가상 화폐 등 유용한 지불 및 결제 수단과 정산 서비스 등 매력적인 수익 배분 모델과 손쉬운 빌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언급한 기술 외에도 대용량 콘텐츠 관리도 필요하다. 특히, 콘텐츠 관리는 모바일 환경을 고려해 빠른 다운로드와 다양한 크기와 포맷으로의 변환 , DRM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밖에도 고려해야 할 것은 서비스 인프라다. 사용자 폭주에 따른 서버 자동 증가, 효율적인 인프라 관리, 글로벌 IDC , 저렴한 운영 비용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서비스 오픈 초기에는 아마존과 같은 상용 클라우드를 사용한 후 서비스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이관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인프라가 효율적인 이유는 초기 오픈한 서비스의 경우 사용량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클라우드를 사용해 사용량 폭주에 대처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실제, 쇼셜 게임으로 성공한 징가는 서비스 초기 아마존을 사용한 후 안정화가 되면서 자체 클라우드로 이관을 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든, 아이폰 OS를 사용하든 원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언제라도 원하는 기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서비스는 이미 사용자가 생성한 정보를 웹이나 디바이스에 무관한 저장소에 저장해주며 , 여러 플랫폼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주고 있다. 실제 필자의 경우에도 에버노트를 사용해 아이폰과, 갤럭시탭 그리고 데스크톱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기를 변경하더라도 에버노트 서비스만 사용할 수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

이젠 어느 모바일 플랫폼이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플랫폼에 종속적이지 않고 모든 모바일 플랫폼에 적용가능한 서비스 플랫폼이 더욱 중요한 시기가 됐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현 IT컬럼니스트

포항공대에서 DBMS와 Mining 등을 전공 후 현대전자 S/W연구소에서 DBMS,OLTP 엔진 등을 개발했으며 Core Java , Core CORBA 등 다수의 책을 집필,번역하였다. 에이전텍과 와이즈프리를 창업해 에이전트와 검색엔진, 텍스트 마이닝 기술 기반의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 씽크프리에서 웹 오피스와 삼성전자에서 챗온 메세징 서비스와 삼성페이 서비스를 비롯하여 빅데이타 플랫폼 등 다스의 글로벌 플랫폼과 서비스 개발을 주도했다. 현재 차세대 모바일 디바이스인 자동차를 중심으로 공유 경제, 인공지능 ,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개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