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L Ver.3가 노리는 네트워크 효과

윤종수입력 :2007/07/11 18:57    수정: 2011/03/11 11:47

윤종수(서울북부지원 판사)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는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이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가는, 즉 그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인 편승효과와 거꾸로 다수가 소비하는 상품의 선택을 꺼리고 남들이 사기 어려운 고가의 물건을 선택하는 현상인 속물효과가 있다. 그런데 주로 인용되어지는 네트워크 효과는 전자인 편승효과에 해당된다.

사실 이 이론이 경제학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한참 오래 전인 1950년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말 그대로 네트워크 혁명으로 상징되는 지금의 IT 시대에 있어서 네트워크 효과는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다. 즉 네트워크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네트워크의 가치가 증가한다는 것인데, 이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가는 정보량이 늘어나고, 이용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자연스럽게 많아짐에 따라 다시 다른 이용자들을 불러 모으게 되는 식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포탈 같은 웹사이트나 이동전화사업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에다 소비자가 한번 특정 네트워크에 가입하게 되면 다른 네트워크로 전환하기 어려워지는 전환비용의 증가현상이 더해지면,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지고 시간이 감에 따라 그 격차가 점점 커져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실 네트워크 효과는 IT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성배와도 같은 것이다. 그들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자연스러운 독점과 이익의 극대화를 항상 꿈꾸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를 선점해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물론 영구적 보장은 아닐지라도- 탄탄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효과를 미처 차지하지 못한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상황이다. 암만 신선한 기술과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굳건한 네트워크효과의 장벽을 못 뚫게 되면 그대로 사장되어 버리게 되는 후발주자의 서글픈 운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의 부작용은 주도권을 상실한 기업이나 후발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소비자, 즉 이용자들의 맹목적인 추종이 한 몫을 한다. 경제학의 기본전제는 모든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 가정한다. 여기서의 ‘합리적’은 자신의 목표, 즉 욕구 충족과 같은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네트워크 효과 안에서의 소비자들의 선택은 오로지 네트워크의 규모와 그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부수적인 조그만 혜택들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네트워크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 검증이나 대안에 대한 이익형량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경향은 독과점에 따른 산업의 불균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다양성의 상실과 문화의 획일성까지 확대된다.

反네트워크 효과와 新네트워크 효과

과도한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비판은 “反네트워크효과(Anti Network Efect)”에 목표를 가지는 다양한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부정경쟁방지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적 규제나 시장의 균형 회복을 위한 관련부처의 정책적 개입 등 제도권 내부에서의 대응도 점차 그 강도를 더하고 있으나, 한편 네트워크효과의 대상이 되던 당사자들 스스로에 의한 조직적 움직임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그런 움직임을 NGO나 시민운동 등으로 포섭하곤 했지만 점차 그러한 명칭이 갖는 개념적 뉘앙스와는 차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점차 구체적인 대체 솔루션의 제시를 통한 대안운동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한 움직임 중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FSF(Free Software Foundation)의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이다. 리처드 매슈 스톨만(Richard Matthew Stallman, 흔히 RMS라고 부른다)에 의한 공개운영체제 프로젝트인 GNU 프로젝트로 시작한 위 운동은 독점 내지 상용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안으로 배포, 수정이 자유롭고 소스공개 등을 원칙으로 하는 자유소프트웨어를 확산시키기 위하여 GPL(General Public License)이라는 법률적 수단을 탄생시켰다. GPL은 저작권법(우리나라의 경우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라는 특별법이 적용된다)에 의거하여 저작권법의 적용을 축소시키는 기발한 전략으로 그 이후의 온갖 다양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나 CCL 같은 개방형의 라이선스를 탄생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GPL이 다른 문화적인 대안운동과 차별되는 점은 GPL의 목표가 네트워크 효과의 감소나 분산에 의한 다양성의 확보에 있다기보다는 새로운 네트워크 효과의 창설에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독점소프트웨어를 자유소프트웨어로 대체해 나감으로써 종국적으로는 자유소프트웨어에 의한 네트워크효과를 끌어내는 것이 GPL과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목표라고 평가된다. 이는 GPL의 대상이 문화적 성격이 강한 다른 저작물에 비해 기능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문화적 저작물, 예를 들어 어느 음악이 아무리 인기가 많더라도 다른 음악을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같은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 사이에는 서로 대체성이 있어 한 쪽이 다른 쪽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느 프로그램이 GPL로 라이선스 되면, 이를 이용하여 만든 2차적 프로그램들을 배포할 경우 그 기여도가 얼마이건 간에 전체를 GPL로 공개하여야 하는 이른바 바이러스효과(virus effect)라고 불리는 효력과 어느 경우에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엄격성이 더해지면서 그와 같은 전략이 힘을 얻게 된다.

또다른 논란을 예고하는 GPL Ver.3

지난 29일 GPL의 새로운 버전이 공개되었다. 1991년 버전 2가 나온 이래 16년 만에 새로운 버전이 나온 것인데, 약 18개월간의 격렬한 논쟁을 거친 사실이 잘 나타내듯이 기본적인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몇 가지 뜨거운 이슈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파장에 관해서는 앞으로 차분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고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한 번 언급해보겠다. 일단 필자의 눈에는 두 개의 규정이 눈에 들어오는데, 하나는 라이선스 된 프로그램과 관련된 특허의 효력을 막기 위한 특허 관련규정이고, 다른 하나는 SAS(Software as a Service), 즉 컴퓨터네트워크를 통한 서비스의 제공을 배포 개념에서 제외함으로써 GPL에 의한 의무를 면제한 규정이다. 이 두 규정은 FSF가 GPL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선택한 전략적 순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두개의 거대한 기존의 네트워크 효과에 대하여 하나에 대해서는 더욱더 공세적인 선전포고를, 다른 한군데에 대해서는 개전을 미룬 채 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네트워크는 뜨거워지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