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이준영입력 :2006/05/11 02:12

이준영 (트레이스존 대표)

1996년부터 웹 서비스에 대한 기획과 개발, 직접 운영을 했던 나는 글로벌 웹 사이트(Global web site)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이런 생각을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글로벌이라는 개념이 웹(WWW)에서는 매우 쉽게 구현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주 쉬운 일이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면 그것은 곧 글로벌 웹 사이트가 된다.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고정 관념은 무서운 것이었다. 한국 사람이 왜 영어로 웹 사이트를 만드나? 한국 사람이 한글을 안 쓰나? 해외에 현지 법인도 없으면서 뭐 하려고 영어로 웹 사이트를 만드나? 이런 고정 관념을 깨고 “영어로 먼저 웹 사이트를 만들자” 라고 주장하는 건 많은 반대 의견에 일일이 답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난 가볍게 답하길 포기했고 다른 사람들과 평화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게 맞는데’ 인터넷을 통해 접근 가능한 문서 혹은 웹 페이지는 접근성을 기준으로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언어의 접근성이다. 한국어로 만들어 진 훌륭한 웹 사이트는 그것 자체로써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업적인 관점에서 훌륭한 한국어 사이트와 조금 덜 훌륭한 영어 사이트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이제는 후자를 선택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돈을 벌고 싶다면 보다 큰 마켓 플레이스에 개입할 필요가 있는데 인터넷에서 마켓 플레이스의 접근성을 가장 확실히 가로 막는 게 그 웹 사이트가 어떤 언어로 제작 되었나 이기 때문이다.반론이 존재하겠지만 지역 도메인은 이런 접근 제한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만약 내가 만드는 웹 사이트가 co.kr이나 co.jp 혹은 de와 같은 TLD(최상위 도메인, Top Level Domain)으로 만들어 진 경우 그것은 지역 도메인을 의미한다. 과거보다 훨씬 현명해 진 검색 엔진 크롤로(수집기)는 이런 지역 단위 도메인에서 콘텐츠를 수집하여 인덱서(분류기)에게 전달할 때 이렇게 말한다,"얘들 그 쪽 동네 애들이에요!"크롤러의 능력을 신뢰하는 인덱서는 수집된 콘텐츠를 분류하며 꼬리표에 이렇게 적는다,"얘들, 한국어로 쓰인 한국에 존재하는 도메인의 콘텐츠"이 사이트는 이제 한국 사이트로 검색 엔진에게 규정되었다. 자, 이제부터 한국 사람만 엄청나게 밀려들기 시작할 것이다. 총 인구 4천 7백만 명에 인터넷 인구 3천 3백만 명인 마켓 플레이스에 진입한 것이다. 한국어를 읽고 쓸 수 있는 인구나 해외 거주 한국인을 합쳐도 도토리 키재기다. 원래 모든 웹 사이트는 글로벌 웹 사이트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co.kr이라는 도메인을 최초 설정했다는 이유와 한글로 콘텐츠가 제작되었다는 이유로 구글과 야후와 MSN과 기타등등 검색 엔진은 이 사이트를 지역 사이트로 구분해 버린다. 물론 사이트에 영어로 많은 자료를 올린다면 방문자의 지역은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색 엔진은 냉정하다. 한국에서 만든 한국어로 된 웹 사이트가 무슨 얼어죽을 글로벌 사이트, 정확히 말하자면 영어로 된 컨텐트를 제공하는 사이트라고 판단하겠는가? 그냥 지역 사이트다.지역 도메인에 대한 언급을 말 그대로 믿지 말기 바란다. 지역 도메인에 대한 언급은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지역 사업자로서 마인드”를 의미한다. 인터넷에서 사업을 할 작정이고 그것이 주력이라면 지역 사업자로서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그래야 언제든 세계인을 위한 웹 사이트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비록 현재 웹 사이트 방문자의 99%가 한국인이고 모든 콘텐츠가 한국어로 쓰여 있더라도 가능성은 존재한다. 콘텐츠가 아니라 서비스를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지 한국인을 위한 웹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할 생각이라면 굳이 인터넷을 로컬 네트워크로 사용하겠다는 고집을 부리는 셈이다. 마켓을 한국으로 정확히 설정한 소수의 독특한 비즈니스 아이템을 제외하고 인터넷을 통해 공급되는 아이템은 지역적 한계가 아닌 브라우저와 OS와 도메인과 비즈니스 카테고리의 한계에 의존해야 한다. 나는 최근 컨설팅을 하는 업체들에게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 때 항상 영어로 먼저 만들고 다음에 한글로 만들라고 권고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6년 전부터 계속 해 왔다. 그 때는 사람들이 내게 이렇게 반문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사업을 할 것이고 나중에 해외 사이트를 따로 만들면 되는 게 아니냐?" 정말 그랬다. 나는 뭐라고 잔뜩 설명을 했지만 그들을 이해시키는데 실패했다. 지금은 어떠할 것 같은가? 다들 이렇게 이야기한다, "와, 정말 그렇죠! 그럼 영문 사이트를 함께 만듭시다. 근데 돈이 너무 많이 들지 않아요?"당신들이 뽑은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등을 보라. 그들의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제출한 이력서에는 "내가 토익에서 몇 점을 받았소" 라는 항목이 있다. 아마 당신들은 그 항목, 즉 영어를 얼마나 잘 하는 가를 모른 척하고 싶지만 지신도 모르게 고려 했을 것이다. 이제 그걸 써 먹을 때가 왔다. 토익 900점 맞은 직원에게 작문을 시켜라. 뭐 어렵나? 영문 웹 사이트? 간단하다.못한다고? 그럼 그 직원을 자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 왜! 토익 점수가 높은 직원을 뽑았는가? 정말 잘려야 할 사람은 채용하려는 직원의 이력서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바로 자신 아닌가. 혹은 개념없는 채용 담당이 아닌가?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면 정말 진지하게 물어 보라, 그럼 왜 그 사람을 뽑을 때 영어 점수를 보려고 했는가?글로벌 웹 사이트를 만드는 것 정말 쉽다. 영어로 사이트를 처음 만들고 한글 사이트를 만들라. 내부 직원에게 영작을 시켜라. 만약 영작을 할만한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왜 그랬니?오피스 정글의 법칙은 이러하다,"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사자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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