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스마트폰을 쓰면서 기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서비스 경쟁만 있을 뿐이다. 기술은 보이지 않을 때 완성도가 가장 높은 상태라고 본다. 블록체인은 혁신적인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못생기고 눈에 거슬리는 기술이다. 초기 PDA와 같다. 곧 블록체인도 서비스 경쟁시대에 진입하리라 생각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은 4일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19' 기조연설을 통해 블록체인 산업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블록체인 산업 긍정적인 의미의 '불확실성' 존재
송 의장은 이날 현재 블록체인 산업이 직면한 상황과 나아갈 방향을 'U.D.C'에 맞춰 키워드로 설명했다.
첫 번째 키워드는 U에 해당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송 의장은 "지난해 시장 상황인 '혼돈(Chaos)'과 달리 변화의 방향성을 여러가지로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시장을 긍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신호로 ▲올해 들어 뉴욕증권거래소를 보유한 ICE, JP모건, 피델리티 등 제도권 금융 플레이어들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는 점 ▲페이스북·카카오·삼성전자·다임러 같은 다양한 기업들이 전략 사업으로 블록체인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취급업체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신고제를 권고한 점을 꼽았다.
송 의장은 "이제 암호화폐가 금융 시장의 자산 중 하나로 편입되고 있다"며 "제도권 금융 기관의 진출, KYC, AML, 과세 등과 같은 규제 도입은 기존 금융 시장의 틀로 암호화폐 산업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흐름의 일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블록체인이 단순히 IT플랫폼들만의 떠들썩한 주제가 아니라 제조사, 모빌리티, 리테일 등 다양한 버티컬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블록체인이 다양한 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용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성과 입증하고 다양한 산업과 협력해야"
그가 두 번째로 꺼내든 키워드는 D에 해당하는 실증(Demonstration)이다. 송 의장은 "블록체인을 대중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해왔고, 이제 그러한 성과들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고 이 키워드를 꺼낸 배경을 설명했다.
송 의장은 "두나무도 AML체계를 FATF 요구 사항인 은행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며, 업비트 엔터프라이즈, 업비트 세이프 등 기업 고객을 위한 암호화폐 관리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또 현재까지 블록체인·핀테크 영역에 약 600억원의 자기자본을 투자했고 루니버스를 통해 서비스형블록체인(BaaS)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 노력을 소개했다.
지난 2~3년간 블록체인 산업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대중적인 서비스를 통한 블록체인 확산은 아직 먼 얘기다. 인터넷 보급을 이끈 넷스케이프나 모바일 확산의 주역이 아이폰 같은 제품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 의장은 블록체인 기반 대중적인 서비스가 나오려면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과 블록체인만의 차별화된 가치 제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용자 경험을 높이기 위해 가격 변동성과 성능의 확장성 문제를 풀어야 하고, 보상을 통한 데이터 획득이나 다자간 이해관계 조정 등 차별화된 가치 제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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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송 의장은 C에 해당하는 키워드로 협력(Collaboration)을 꼽았다. 송 의장은 "우리가 입증하고 증명해야 할 문제들은 단순히 블록체인이라는 하나의 영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며 "우리는 더 많은 개발자가 필요하고 더 많은 기획자가 필요하며, 더 많은 AI전문가, 더 많은 IoT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금융뿐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에너지, 광고 등 더 많은 버티컬들과 새로운 가치 제안을 시도해야 한다"며 "AI, IoT와 같은 기반 기술이나 다양한 버티컬에서 블록체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