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서버칩 대체하겠다"…암페어컴퓨팅, 아시아 지사 설립

한국 시장에 관심…국내 호스팅업체·서버업체 ARM 공급

컴퓨팅입력 :2019/09/03 14:24

서버용 ARM 프로세서 제조사 암페어컴퓨팅(Ampere Computing)이 최근 아시아 지사를 설립하며 서버칩 시장에서 인텔과의 전선 확대에 나섰다. 아시아 지역 담당 임원이 방한해 하반기 이후 신제품 출시 계획을 내놓고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귀추가 주목된다.

암페어컴퓨팅은 64비트 ARM서버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활용한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와 엣지컴퓨팅 서버 인프라 시스템 시장과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쉽게 말해 현재 인텔이 거머쥔 x86 서버 시장의 현재 지분과 향후 성장할 수요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목표다.

암페어컴퓨팅은 이를 위해 직접 설계하고 제조한 서버용 ARM CPU를 판매하고, 서버 제조사 및 IT서비스 업체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 보드와 시스템을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32코어 칩 출시에 이어 내년 72코어 칩을 출시할 계획이다.

암페어컴퓨팅은 지난달 13일 중국 상하이에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성격의 아시아 지사를 설립했다. 본사가 자리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아시아 시장으로 보폭을 넓힌 셈이다.

같은달 29일 암페어컴퓨팅 로버트 이(Rober Ye) 사장 겸 아태지역 담당 총괄 매니저가 한국에도 다녀갔다. 그는 한국의 시장 잠재력을 파악하고 국내 파트너 가야데이터의 하만정 대표와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가야데이터는 그간 데이터보호 소프트웨어와 스토리지OS 개발, 솔루션 및 어플라이언스 공급 사업을 수행해 왔다. 이에 더해 암페어컴퓨팅의 ARM CPU를 탑재한 서버 및 스토리지시스템 신제품을 생산하고 출시할 계획이다.

■ 암페어컴퓨팅과 이맥 칩

암페어컴퓨팅은 지난 2017년 칼라일그룹 투자로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설립 초기 대형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주도하는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4월 반도체설계자산(IP) 라이선스업체인 ARM의 투자도 받았다. 회사가 설립되기 수년전부터 개발됐으나, 수익화에 실패한 기술 자산을 활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르네 제임스 전 인텔 사장

64비트 ARM 서버 칩은 2010년대 초부터 개발됐다. AMD와 어플라이드마이크로(Applied Micro)가 인텔 x86 아키텍처 대항마로 이 분야에 투자 중이었다. AMD는 이 프로젝트를 도중에 접었고, 어플라이드마이크로는 2016년 '마콤(Macom)'에 인수됐다. 마콤은 2017년 어플라이드마이크로 CPU 사업부를 칼라일그룹에 되팔았다. 2016년 2월 인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르네 제임스가 당시 칼라일그룹 경영진에서 물러나 이 조직을 맡은 게 암페어컴퓨팅의 시작이다.

과거 '인텔의 2인자'로 불렸던 르네 제임스 전 사장이 암페어컴퓨팅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지난해 9월 EE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암페어컴퓨팅의 서버용 시스템온칩(SoC) 개발팀은 칼라일그룹이 마콤으로부터 인수할 당시 어플라이드마이크로 ARM CPU 사업부뿐아니라 인텔, 퀄컴, 카비움, AMD 출신 엔지니어들이 모인 조직이다. 대다수가 엔지니어로 구성된 회사의 인력 규모는 2017년 하반기 출범 시점에 약 250명이었다. 지난해 첫 제품 출시로 언론에 보도될 시점엔 400명, 최근 아시아 지사 설립 시점엔 500명 가량이 됐다.

암페어컴퓨팅은 지난해 첫 제품으로 서버용 ARM칩 '이맥(eMAG)' 32코어 모델을 출시했다. 지난해 9월 벤처비트 보도에 따르면 첫선을 보인 이맥 칩 성능은 같은 가격의 인텔 제온 골드 6130 프로세서의 성능을 SPECint 벤치마크 결과상 두배 수준으로 앞섰다. 당시 이맥 칩은 32코어 3.3GHz 모델이 850달러, 16코어 3.3GHz 모델이 550달러였다. 암페어컴퓨팅은 이맥 칩이 데이터센터 대용량 범용서버부터, 엣지, 스토리지, 웹애플리케이션 서버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사 제품 대비 가격당 성능과 전력당 성능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맥 칩은 현재 주요 x86 서버용 운영체제(OS)인 리눅스 배포판과의 호환성을 확보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환경의 공식 지원도 기다리고 있다. 이미 몇몇 서버 및 클라우드서비스 업체를 통해 상용화된 상태다. 지난해 9월 더넥스트플랫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서버제조사 레노버는 이맥 칩을 탑재한 1U 및 2U 서버 출시를 준비했고, 암페어컴퓨팅은 자사 칩을 탑재한 화이트박스 서버를 공급할 계획도 세운 상태였다.

■ 인텔 생태계 노하우로 'ARM 서버칩 게임체인저' 자신

로버트 이(Rober Ye) 암페어컴퓨팅 사장 겸 아태지역 담당 총괄 매니저

암페어컴퓨팅이 수행하는 64비트 서버용 ARM CPU 설계 및 제조 사업은 과거 여러 기업을 돌며 수차례 수익화에 실패한 이력을 갖고 있다. AMD와 퀄컴같은 쟁쟁한 경쟁 상대에서도 손을 뗀 프로젝트다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로버트 이 암페어컴퓨팅 아태지역 담당 총괄매니저는 이런 지적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과거 실패는) 서버용 ARM 칩의 기술이나 제품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재무적인 문제가 작용한 결과였다. ARM서버가 데이터센터 영역에 안착하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IT인프라가 왜 현재 x86 아키텍처를 두고 ARM 기반으로 갈 것이냐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그 답으로는 첫째, ARM이 같은 가격에 더 많은 코어를, 또 같은 코어 수를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로 인텔 서버가 현존하는 99%의 ARM 기반 스마트폰과 통신하려면 그 사이에 인터프리터가 필요하다. 셋째로 엣지컴퓨팅 영역에서 기존 x86 아키텍처는 ARM 코어만한 성능과 경제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범용 인텔 x86 기반 아키텍처로 돌아가는 서버가 동일 가격으로 제공하는 코어 수나 에너지 효율면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고, '안드로이드 인 더 클라우드(AIC)' 기반의 스마트폰 게이밍 서비스같은 네이티브 ARM 워크로드 제공시 부담이 있고, 엣지컴퓨팅 워크로드 구동시 고효율 처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체시의 성능과 경제성 우위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인텔칩이 활용되는 이유는 단지 성능우위 때문만이 아니다. x86 아키텍처 기반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개발 환경과 상호운용성에 의한 안정성, 생태계가 큰 몫을 차지한다. 이런 지적에 이 총괄매니저는 또 이렇게 답했다.

"암페어컴퓨팅의 창업자 겸 CEO인 르네 제임스를 비롯해 주요 임직원들이 인텔에서 일해 봤다. 이들에게 CPU 기반 기술 생태계 구축을 위해 독립소프트웨어개발업체(ISV) 및 독립하드웨어개발업체(IHV)와의 협력 노하우가 있다. 현재 레드햇 계열, 센트OS, 우분투 등 리눅스 배포판 OS를 지원한다. 향후 윈도 서버OS도 지원할 예정이다. 상용 서버, 엣지서버, 임베디드 및 클라우드용 하드웨어 제조사들에게 CPU와 레퍼런스 보드 및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5대 클라우드 업체 모두 이미 자체 ARM서버를 제공하고 있고, 우리 칩을 활용한 대기업들의 개념증명(PoC)도 진행 중이다. 검증여부와 세일즈에 따라 기존 x86 서버가 많이 대체될 것이다."

■ 스토리지 솔루션업체 가야데이터, ARM서버 신사업 진출 예고

암페어컴퓨팅은 우선 상하이의 아시아 지사와 베이징, 베트남과 타이완 지사 등을 통해 중국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과 일본 지역에서도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는 별도 지사를 두지 않았지만 이미 서버에 암페어컴퓨팅 CPU를 쓰고 있는 한국 호스팅업체도 있다고 한다. 이에 시장성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한국에서 주요 파트너로 스토리지 솔루션 업체 가야데이터와 사업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하만정 가야데이터 대표

가야데이터는 데이터보호 소프트웨어 및 스토리지OS 개발과 공급 사업, 이를 탑재한 어플라이언스나 백업 스토리지시스템 하드웨어 공급 사업을 주로 수행해 왔다. 더불어 정부지원 과제 수행을 통해 데이터보호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었다. 올해까지 실시간 스토리지 사용 중 데이터 이관, 미러링, 스냅샷, 중복제거, 원격복제 등 기술을 갖춘 솔루션을 국산화하고, 내년부터 암페어컴퓨팅과 협력해 x86 CPU가 아닌 ARM CPU 탑재 하드웨어 시스템 제품을 개발, 제조, 공급하는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하만정 가야데이터 대표에게 암페어컴퓨팅과의 협력이나 그 CPU를 활용한 사업 추진 계획을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지난해부터 암페어컴퓨팅 CPU 기반 ARM 서버 시스템 테스트를 수행했다. 보드와 섀시,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을 갖고 스토리지 솔루션, 데이터보호 제품, 엣지서버와 클라우드 서버 용도 검증과 호환성을 검증했다. 암페어컴퓨팅의 CPU를 탑재한 하드웨어에 스토리지OS를 설치한 스토리지시스템과,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HCI) ARM서버 라인을 새로 만들어 제공할 계획이다. 그간 제품 R&D에 집중해 왔고, 생산을 위해 진주에 서버 및 스토리지 하드웨어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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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대표는 이런 계획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이렇게 첨언했다.

"단일 소프트웨어 공급만으로는 비즈니스 성장 전망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 스탠드얼론 서버 사업을 새로 추진해 ARM 기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토털솔루션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이 구상이 거의 완성 단계다. HCI 및 HCI관련 데이터프로텍션 어플라이언스 서버뿐아니라 클라우드 네이티브, 5G 시대 대응 엣지 서버 인프라 시장 기회도 보고 있다. 암페어컴퓨팅의 CPU 기술에 가야데이터의 소프트웨어 기술로 부가가치를 더한 서버 어플라이언스를 제공하고, 클라우드 영역의 데이터보호 솔루션 시장 기회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