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재계·법조계 전문가 "게임이용장애 질병 규정 옳지 않다"

게임융합정책 토론회, 게임업계 사안 현실적 접근 필요

디지털경제입력 :2019/06/13 20:24    수정: 2019/06/13 20:26

학계·재계·법조계 관계자들이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게임융합정책 토론회가 이동섭(바른미래당), 조응천, 조승래(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게이미케이션포럼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계명대학교 게임모바일공학과 임충재 교수,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한동승 교수, 권선주 블루클라우드 대표, 법무법인 린테크엔로 부문장 구태언 변호사 등 각계 인물이 참석했다.

계명대학교 게임모바일공학과 임충재 교수는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에도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 전망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일상의 다양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게임적 사고방식과 처리방식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임충재 교수는 “게이미피케이션은 세계 각국에서 도심재생사업과 스마트시티 개발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WHO의 이번 결정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지면 관공서는 게임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것만으로도 게이미피케이션 도입을 꺼릴 가능성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계명대학교 게임모바일공학과 임충재 교수

임 교수는 “게임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며 응용할 부분이 굉장히 많은 놀이문화다. 지금 기준으로는 내가 만든 교육용 게임을 어떤 아이가 열심히 즐긴다면 그 역시 게임중독으로 판정할 수 있다. 이런 접근은 잘못된 접근이다”라며 “중독적 요소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회적 장치가 이미 존재한다. 이를 활용하지 않고 질병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권선주 대표 역시 임충재 교수의 주장에 동의했다. 권 대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게임업계가 이런 현실을 바라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한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또한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고 관공서를 통해 선보이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세간이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권 대표는 “교육용 기능성 게임을 개발해서 공공기관에 선보이면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이름에서 게임을 빼고 G러닝이라는 단어로 바꿨던 일도 있다. 게임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인식을 준다는 이유였다”라며 “똑같은 건강 관리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 이름에 게임을 표기하면 안 팔리고 게임을 빼고 다른 이름을 지으면 2배의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이게 현실적인 게임에 대한 인식이다”라고 말했다.

권선주 블루클라우드 대표

또한 권대표는 “게임인의 한 사람으로 산업계 종사자로 게임과 질병이 나란히 붙어있다는 것이 기분나쁘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동승 교수는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게임업계가 위기감을 느끼는 대신 적극적인 사회활동으로 게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 교수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일부 한국 학부모와 의료계의 합작품이라 생각한다. 게임업계는 질병코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막아낼 것인지를 걱정해야한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위기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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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한동승 교수

또한 그는 “게임을 개발하는 많은 이가 사회활동에 더 많이 참가하는 사례가 필요하다. 게임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활동을 해야하며 이런 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확산시켜야 한다”고 게임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게임의 사전적 의미에는 사냥감이라는 뜻이 포함된다. 모든 생존을 위한 경쟁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본질에는 게임적 요소가 있는 셈이다”라며 “생존의 본질에 해당하는 게임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규제로 산업이 성장할 시기는 지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