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원자력발전소가 본격적인 수출 궤도에 앞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최종 설계 인증만을 앞두고 있다.
NRC의 설계 인증 절차는 이르면 7월 말께 무리없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봤다. 인증을 취득하면 국내 원전업계가 수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전망이다.
23일 한국수력원자력 등 업계에 따르면 미국 NRC는 한국형 원전 'APR 1400'을 2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관보에 게재했다. NRC는 이후 한 달간 대중의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설계 인증 절차에 돌입한다.
■ 7월 말 인증 취득 전망…韓 원전 수출경쟁력에 가속 페달
원전이 설계 인증 취득에 앞서 연방관보에 게재됐다는 것은, 곧 모든 인증 절차가 종료된다는 의미다.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이 원전을 소유 중인 한수원은 "연방관보 게재는 법제화 과정의 일부"라며 "7월 말께 설계 인증 취득 절차가 모두 끝나면 법제화 과정이 완료돼 법률안이 공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증은 미국이 아닌 국가가 처음으로 받는 원전설계 인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NRC 설계인증을 취득한 노형은 'AP1000', 'ESBWR' 등 미국 노형 뿐이다. 이 마저도 ESBWR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구조가 동일해 발주 가능성이 막혔다.
원전 강국인 중국, 일본, 프랑스도 NRC 설계 인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심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에 APR 1400의 설계 인증을 시작으로 공인받은 국내 원전 기술력이 향후 수출 경쟁력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원자력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NRC가 타국이 개발한 원전에 설계 인증을 내준 것은 한국의 APR 1400이 처음"이라며 "이는 다시 말해 미국을 시작으로 원전 수출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고, 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 美 인증 30년 유효…유럽도 수출 '눈앞'
미국에서의 APR 1400 원전 인증은 향후 15년 동안 유효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인증 기간을 최대 1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앞으로 30년간은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보장된 셈이다.
APR 1400은 정부가 지난 1992년부터 약 2천300억원을 투입해 주력 원전 모델인 'OPR1000'을 개량·개발한 차세대 원전으로, '한국 신형원전'으로 불린다.
원전 이름인 'APR'은 '개선된 원전(Advanced Power Reactor)'이라는 영문의 첫 글자에서 각각 따왔고, '1400'은 발전 용량이 1천400메가와트(MW)급이라는 뜻이다.
이 원전 기술은 신고리 3~6호기와 신한울 1~4호기에 적용됐다. 국외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총 4기가 건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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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RC 인증을 통해 유럽에서도 APR 1400의 기술이 접목된 모델 'EU-APR'이 인증 절차를 끝내고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수원과 한전은 앞서 지난 2014년 공동으로 미국 NRC에 APR 1400 표준설계에 대한 설계인증을 신청했다. 이후 2015년부터 심사가 진행돼 지난해 9월 NRC로부터 표준설계인증서(SDA)를 받았다. SDA는 미국 정부가 APR1400의 미국 내 건설·운영을 허가하는 증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