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막연하게 동남아에서 해보자고 했어요. 현지 전문가도 없이요. 사실 무식하게 시작한 거죠. 그렇게 한 1년 하다 보니 삽질의 노하우가 쌓였어요.”(방경민 코드브릭 대표)
“이전 회사가 문을 닫게 돼서 무슨 일을 고민할까 고민하던 중에 방경민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게 됐어요. 뜬금없이 무모해 보이는 동남아를 가자고 해서 의아했지만, 바닥부터 다시 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의기투합하게 됐습니다.”(코드브릭 홍진만 이사)
코드브릭은 태국에서 한 번의 실패와 인도네시아에서 2개의 프로젝트로 쓴맛을 본 뒤, 전자상거래 솔루션 서비스 ‘토코톡’으로 성공궤도에 이제 막 오른 국내 스타트업이다. 해외 시장을 어렵게 개척할 수 있었던 전략과 비결을 물었더니, ‘삽질’과 ‘무모’와 같은 단어들이 돌아왔다. 치밀한 전략 보다는 끈질긴 실행력이 중요했다는 의미로 읽혔다.
코드브릭은 2016년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에서 8억원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최근 알토스벤처스로부터 31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토코톡은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SNS) 커머스 판매자들을 위한 대화형 커머스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이 SNS를 통해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면 토코톡을 통해 판매자와 대화하듯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 채팅봇을 통해 상품 조회와 구매가 편리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지역 별로 각기 다른 택배비도 자동으로 찾아져 편리함을 더했다.
인도네시아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국내 지마켓이나 11번가처럼 인터넷 쇼핑몰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 웹브라우저 기반의 인터넷 시대를 건너뛰어 모바일 시장부터 생겨나면서 SNS를 통한 상품 판매와 구매가 활성화 됐다. 별도 쇼핑몰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게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방경민 코드브릭 대표에 따르면 700만~800만 명 정도가 인스타그램에서 판매자로 활동 중이다.
코드브릭은 바로 이 시장의 틈새를 발견, 판매자와 구매자가 SNS에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솔루션인 토코톡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판매자와 고객이 직접 1:1 별도 채팅창을 통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이미지를 캡처해 보내고, 배송지 확인과 결제 관련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렇다 보니 상품 문의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판매자의 업무 부담이 굉장히 컸다. 또 고객 역시 번거로운 과정과 불필요한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반면 토코톡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형태로 원하는 상품을 발견하고, 수량을 결정하고, 최종 주문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용자가 불편해 하는 지점을 정확히 공략하면서 토코톡은 서비스 1년 만에 누적 판매자 수 10만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들어 월 평균 20억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누적 100억원의 주문이 거래됐고, 최근 6개월 간 주문 금액, 이용자 수 등 주요 지표가 매월 35%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봤을 때 코드브릭의 멤버들은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로 보인다. 국내도 아닌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투자까지 유치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방경민 대표를 비롯해, 공동창업자인 홍진만 이사와 노재연 이사는 코드브릭 창업 전까지 해외 시장에서 성공 경험이 전혀 없었다.
대신 방경민 대표는 레이싱 게임인 ‘레이시티’를 개발한 J2M을 EA에 성공적으로 매각하고 개인 투자자로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홍진만 이사 역시 ‘소개요’라는 이성 간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를 출시해 시장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누렸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해 회사를 접었다. 현재 동업자인 방 대표는 당시 소개요의 ‘엔젤 투자자’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묘한 관계다.
방경민 대표는 사업에 실패했음에도 누구보다 열정 넘치던 홍진만, 노재연 이사 등 소개요 멤버 전원을 코드브릭 멤버로 '모셔'왔다. 그리고 맨땅에 헤딩하듯 인도네시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왜 동남아 시장부터 뚫어야 하는지 의아했지만 홍 이사와 노 이사도 힘을 보탰다. 그 당시엔 인도네시아 시장의 특성과 이용자 성향에 대한 이해도는 ‘제로’였지만 말이다.
“일단 막연하게 동남아에서 해보자고 했어요. 전문가도, 어떤 연줄도 없이 직접 하나씩 방법들을 찾아 나갔어요. 태국에서 한 번, 인도네시아에서 두 개 프로젝트를 실패하면서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어요. 어떻게 현지에서 채용을 한다든지 하는 자신감이 붙었죠.”(방경민 대표)
“우리는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장바구니 담기 버튼도 모르더라고요. 인터넷 시대를 건너뛰고 모바일 시대가 바로 되다보니 웹사이트라든지 도메인 같은 단어도 모르고요. 예상치 못한 차이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죠.”(노재연 이사)
“인도네시아는 빈부격차가 굉장히 커요. 재력가나 상위층들은 실사용자 생활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직접 도매시장을 걸어서 돌아다니면서 판매자들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요구를 파악했는데 현지인이 (도매시장을) 처음 걸어봤다고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죠.”(홍진만 이사)
이처럼 코드브릭이 낯선 땅인 인도네시아에서 자리 잡았던 비결에 대해 방경민 대표는 ‘삽질의 노하우’를 꼽았다. 남들이 주저하고 고민할 때 직접 몸으로 부딪쳐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뜻이다. 덕분에 시장에 여러 경쟁자가 있지만 토코톡만큼의 영향력을 갖기 힘들 거란 자신감이 붙었다.
“저희가 인도네시아 시장을 다 차지한 것도 아니지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어요. 비슷한 시스템을 누군가 뚝딱 만들 수는 있겠지만, 저희처럼 전파하는 건 쉽지 않다고 봐요. 아직 생소한 시장이다 보니 경쟁자를 걱정할 시장 환경도 아닌 것 같고요.(방경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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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대표는 이번에 받은 투자금을 기반으로 더 많은 인력들을 충원함으로써 1년 뒤 월거래액을 100억원~15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월정액 모델도 가상계좌 에스크로 시스템을 구축해 결제 수수료 기반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술력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다.
“조금 더 기술을 가진 전문가 집단, 조직을 만들고 싶어요. 구글이 아닌 네이버가 국내 포털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서 개발자로서 인터넷 서비스를 경험했고 만든 힘이 있거든요. 한국 이외의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방경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