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헝그리합니다. 사용자가 1억명은 돼야죠."
비즈니스 모델로 특례 상장을 추진중인 플리토(Flitto) 이정수 대표는 이같이 밝혔다.
인터뷰를 위해 최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뜬 거는 독이 될 수 있다"면서 "외부에 많이 알려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숫자로 알려주는 것,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는게 중요하다.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회사"라고 덧붙였다.
■통번역앱 플리토로 국내외 스타트업 상 휩쓸어
통번역앱 '플리토'를 운영하는 플리토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유명기업이다. 2012년 회사 설립이래 최근 6년간 각종 국내외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2012년 유명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테크스타스(TechStars)' 런던 지사에서 아시아기업중 처음으로 인큐베이팅을 받았고, 이듬해인 2013년에는 KBS 창업 프로그램 '황금의 펜타곤'에 나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매년 한차례 이상 국내는 물론 스위스, 중국, 대만 등 해외서 열린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했다.
하지만 기업은 '숫자'로 말하는 조직이다. 플리토의 명성은 높았지만 매출은 쉽게 발생하지 않았다. "비전만 파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는 "의미있는 매출이 발생한 건 2017년부터"라며 "이전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플리토(Flitto)라는 이름은 다소 시적이다. 나비가 팔랑팔랑 날다는 플릿(flit)과 어디를 향한다는 투(to)를 합친 말이다. 나비가 장벽을 넘듯이 언어 장벽을 넘어 언어로 고생받는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언어 데이터로 세계 정복에 나선 플리토는 또 하나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기술이 아닌 사업모델로 특례상장(일명 테슬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는 못한 기업에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것으로, 2017년 처음 시행됐다.
■비즈니스 모델로 테슬라 상장 추진
특례상장은 기술성과 사업모델 두 종류가 있는데 이중 플리토는 사업모델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국내 첫 회사다.
플리토 시장 가치는 1000억 원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플리토는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2016년까지 벤처캐피탈(VC) 등에서 약 140억 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이르면 2분기 말, 늦어도 3분기중에는 상장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상장 이유로 미국 지사 설립을 1순위로 꼽았다. "미국에 고객이 많은데 지사가 없어 출장갈 때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면서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어바인 등을 후보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한 판 붙고 싶은 것도 한 이유다. 이 대표는 "플립토 사용자가 현재 1천만명"이라며 "하루빨리 1억명으로 늘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플립토 이용자는 2015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연예인 사용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금은 완만한 증가세다"고 덧붙였다.
■MS 등이 고객...내로라하는 데이터 회사로 변신
통번역 앱에서 시작한 플리토는 지금은 내로라하는 데이터 판매 회사로 변신했다. 매출의 대부분도 데이터 판매에서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 텐센트, NTT도코모,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이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같은 공공기관이 플리토 데이터를 구매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35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85%인 30억 원이 데이터 판매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에서 플리토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언어 데이터 분야 세계적 잡지 슬레이터가 이 분야 유망 기업 두 곳을 지난해 11월 집중 조명했는데 그 중 하나가 플리토였다.
이 대표는 "2014년과 2015년만해도 해외에서 플리토라고 하면 듣보잡 반응이는데 지금은 아니다"면서 "최근 일본 출장을 갔는데 글로벌 기업 본사 사람들이 먼저 와 아는 척을 해 뿌듯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이 곳에서 대기업 지사장으로 근무했다. 16년을 중동에서 살다 IMF 이후인 중3때 귀국했다. 이 대표는 "중동 외국인 학교에 다니면서 언어, 특히 고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당시 외국어 데이터를 모아놓으면 고어 해석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대원외고를 거쳐 고대(01학번) 경영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생회 간부로 활동하며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 나오는 물건을 판매한 경험도 있다. 대학때부터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었던 셈이다. 대학때 경험을 살려 2007년 창업, 1년만에 쫄딱 망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지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올리면 이를 번역해주는 서비스였는데 시장 안착에는 실팼다.
■SK텔레콤 사내벤처 1기...호주 어펜 등과 경쟁
이후 이 대표는 SK텔레콤에 들어가 이 곳에서 3년반을 일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해외 제휴, 인수합병(M&A) 등이였다. 당시 SK텔레콤이 운영한 사내 벤처 1기생이기도 하다. 현재 플립토 CTO를 맡고 있는 강동한 씨와 CSO인 김진구 씨는 플리토 공동창업자로 이 대표와 함께 SK텔레콤 사내벤처팀에서 일한 멤버다. 당시 강 CTO와 김 CSO는 신혼이였음에도 이 대표를 따라 대기업을 버리고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집단지성을 이용한 통번역 서비스인 '플리토'는 세계적으로 120만 번역가를 두고 있다. 수집하는 언어 종류는 24개국가에 달한다. 영어를 비롯해 아시아어, 유럽어, 중동어 등 다양하다. 하루 평균 생성하는 데이터는 3만개고, 누적 언어 데이터가 1억1000만개나 된다. 데이터 종류는 텍스트가 83%로 가장 많고 음성이 15%, 이미지가 2% 정도다.
플리토 경쟁사는 호주 기업 어펜(Appen)과 포르투칼 기업 언바벨(Unbabel)이다. 이 대표는 "언어 데이터를 최대한 빨리 정확하게 많이 생성하는게 우리 경쟁력"이라며 "이 분야 세계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플리토'를 사용한 번역은 기본적으로 무료다. 다만, 보다 정확한 번역을 원할때는 돈을 내야 한다. 제일 저렴한 가격이 100원이다. 간혹 1억 원을 넘는 번역물을 요청하는 사용자도 있다. 번역 종류는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 7개다.
이 대표는 "플리토 앱을 이용해 짭짤한 돈 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면서 "월 700만 원을 버는 사람도 있다"고 들려줬다.
■"스타트업 경영자에 가장 중요한 건 신념"
이 대표가 꼽는 스타트업 경영자의 마인드 1순위는 '신념'이다. 스타트업을 하다보면 어려움이 반드시 오는데 신념이 있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도 그랬다. 각종 상을 휩쓸었지만 창업 후 몇년간 한푼도 벌지 못해 힘들때 신념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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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나도 여기까지 오면서 죽고 싶은 마음이 여러번 들었다"면서 "그때마다 나를 믿는 직원과 언어로 차별받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신념이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돈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고, 신념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둘다 성공 확률은 비슷하다"면서 "하지만 어려울때 견디는 건 결국 신념과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