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티 입고 나타난 최종구..."금융위 빗장 열렸네?"

"현장서 답 찾겠다...과거 규제도 다시 볼 것"

일반입력 :2019/01/16 15:37    수정: 2019/01/16 18:20

"금융위원회에 질문이나 건의할 내용이 있는 분들은 손을 들어 성함과 소속을 말씀하신 후, 자유롭게 얘기해주시길 바랍니다."

16일 서울 마포 공덕 서울창업허브. 금융위원회 핀테크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핀테크 업체 대표 및 관계자들은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질문 열기가 뜨거웠다.

핀테크 디렉셔널의 정지원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블록체인 기반으로 주식 대차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 중이지만, 주식 대차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해 공매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고 싶은데, 규제 해소가 가능한가"란 첫 질문을 던졌다.

카카오뱅크와 신한카드 관계자도 거들었다. 두 업체는 전자금융업법 상 접근매체 발급 시 본인 확인을 하라고 돼 있지만, 하위 규정인 감독규정에는 '실명 확인'을 하라고 돼 있어 애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한카드 디지털본부장은 "생체인증을 통한 결제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실명확인이 아닌 본인인증만으로 가능하게끔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 공덕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현장간담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핀테크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고려 중이라는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지원 과정에서 투자나 공동계약 체결 시 예상하지 못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면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미 핀테크 업무를 영위 중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카카오페이·8퍼센트 대표들이 규제 완화에 대해 제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국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잡은 토스 이승건 대표는 "새로운 규제 완화 움직임을 환영한다"면서 "핀테크의 위상 강화도 더불어 갈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는 "전자금융업자에게 소액 여신을 허용해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류 대표는 소액 여신까지 마련해줄 경우 교통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으며, 지갑과 카드없이 휴대전화만으로도 경제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8퍼센트 이효진 대표는 "법제화를 통한 소비자 보호에 적극 찬성한다"며 "다만 금융기관의 투자 비율 제한없이 가야 실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핀테크 현장간담회'에서 핀테크산업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수많은 질문에 대해 금융위 측은 사전 검토를 통해 풀 수 있는 규제는 확실히 풀겠다고 약속했다. 금융위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생체인증 시 본인인증만으로 할 수 있도록 상당 부분 검토 중"이라며 "개인 투자자의 대차거래 활성화 시 공매도 불평등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금융혁신특별지원법이 시행되니 혁신 서비스로 신청해달라"며 질문에 답을 이어나갔다.

또 권대영 단장은 소액여신 기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체크카드에도 일부 신용 기능이 되는 '하이브리드 카드'가 있는 것으로 안다. 검토를 해보겠다"면서도 "여신 기능이 포함될 경우 회사 건전성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자 이날 참석한 핀테크 관계자는 '금융위의 빗장이 많이 열렸다'며 다들 놀라워했다. A업체 전략기획을 담당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금융위가 핀테크 업체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현장 소통의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양복이 아닌 회색 후드 재킷을 입고 연단에 섰다. 최 위원장은 "이 옷을 입고 출근하니 주변 분들이 어색해하더라"면서 "금융권 전반에 핀테크 혁신이 확산될 수 있도록 금융위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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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핀테크 업체가 건의한 규제는 물론이고, 과거 반려됐던 규제 역시 되돌아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금융위가 핀테크 인프라를 마련했다. 올해는 이를 토대로 핀테크 산업을 내실화하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과거에 안된다고 한 규제도 다시 보고 최대한 노력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1분기 내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무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던 당부의 말도 전했다. 최 위원장은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하며, 정부의 도움을 간절하게 원하는 청년창업가의 낡은 수첩을 봐야 한다는 말이었다"며 "피붙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라 듣고, 그 어려움을 해소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