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00여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미국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SW) 업체가 그 핵심 제품에 한국 스타트업의 데이터베이스(DB) '마크베이스'를 탑재한다. 한국에서 개발한 마크베이스 DB의 성능과 안정성을 일정 수준 신뢰해 내린 결정으로 해석된다.
4일 김성진 마크베이스 대표는 "지난해 미국 소재 업체 SL코퍼레이션의 톰 루빈스키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직접 요청을 받아 양사간 제품 통합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성능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고 12월 양사간 OEM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마크베이스는 '시계열DB'다. 시계열 데이터 처리에 특화됐다. 시계열 데이터는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센서를 통해 주기적으로 수집,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는 데이터다. 데이터를 고치거나 지울 필요성은 낮지만, 매우 높은 조회 성능과 저장공간 사용 효율을 요한다.
동명의 한국 스타트업 '마크베이스' 소속 DB 개발 전문가들이 마크베이스 DB를 탄생시켰다. 특히 마크베이스 창업자이기도 한 김성진 대표는 앞서 범용 인메모리DB 전문업체로 다국적 업체들과 경쟁해 온 '알티베이스'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대표 역할을 거쳤던 인물이다.
핵심 제품에 한국업체 DB를 도입키로 한 실리콘밸리 업체는 1983년 설립된 애플리케이션 성능 모니터링(APM) 전문회사 '셰릴-루빈스키 코퍼레이션(Sherrill-Lubinski Corporation, SL Corporation)'이다. 이 회사는 마크베이스 4버전을 OEM 공급받아 일부 제품에 쓸 예정이다.
마크베이스에 따르면 SL코퍼레이션은 샌프란시스코 근교 소재의 엔드투엔드 모니터링 전문업체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RT뷰 시리즈 제품은 시티뱅크나 월마트같은 거대 기업이 활용하는 전문 모니터링 SW로 전세계 약 400여 대기업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RT뷰 제품 한국 총판사인 다우기술 웹사이트의 '주요 고객사' 목록을 보면 해외서는 다우존스, ING뱅크, HSBC, 뱅크오브아메리카, 펩시, 도요타, 히타치, 도이체방크, NTT그룹이 쓴다. 한국에선 기업은행, 대한생명, 인천국제공항, 삼성생명, 외환은행, 국세청, LG파워콤 등이 쓴다.
SL코퍼레이션은 OEM 방식으로 공급받은 마크베이스 4버전을 신제품인 클라우드 기반 RT뷰 프리미엄 버전에 탑재해 판매할 계획이다. 프리미엄버전은 고객사 인프라의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구축형 RT뷰에 탑재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가능성이 없진 않다.
김성진 대표는 "일단 SL코퍼레이션과 체결한 OEM 공급 계약의 대상은 마크베이스 4 버전이지만,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산업IoT(Industrial IoT, IIoT) 영역에 대해서도 양사간 협력할 분야가 많다"며 "공동 개발 및 판매에 대해서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베이스는 2013년 설립됐다. 이후 2014년부터 해마다 메이저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해 오면서 국내 고객사례를 늘려 왔다. 2017년 출시한 마크베이스 4 버전으로 이번 실리콘밸리 공급사례도 확보했다. 이는 마크베이스 5 등 후속 버전 확산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 실리콘밸리 SW업체가 한국 스타트업 DB 채택하기까지
김성진 대표에 따르면 SL코퍼레이션이 최근 당면한 숙제는 RT뷰를 사용하는 인프라에서 발생된 시계열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저장하고 실시간 시각화하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기존 DB의 느린 성능으로 새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과정에 초고속 시계열DB 마크베이스를 발견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개발한 DB를 주요 제품 기반 구성요소로 도입하는 것은 SL코퍼레이션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SW 품질을 검증하고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 기술 지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말했다.
마크베이스는 RT뷰의 원활한 동작을 지원하기 위해 마크베이스 4 버전 엔진에 초고속 SQL 지원 기능을 개발하고 성능을 높이기 위한 내부 개선작업을 지난 1년간 지속했다. SL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부터 데이터 처리량을 늘려 가며 대규모DB성능비교 테스트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당시 마크베이스 4는 5억건 데이터량 기준으로 기존 DB의 10배 이상 처리 성능을 냈다"며 "지난해 12월 SL코퍼레이션에 직접 방문해 통합결과를 공유하고 클라우드 기반 RT뷰 프리미엄 버전에 마크베이스를 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 후속 버전으로 세계 IIoT·스마트팩토리 인프라 확산 가속 기대
마크베이스 본사는 한국 서울에 소재하고 있지만 김성진 대표는 설립 초기부터 세계 무대를 상대로 사업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는 국내에 제품을 확산시키며 검증을 받고 투자를 유치할 무렵인 2016년 9월께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김 대표에게 마크베이스 미국법인의 현황을 묻자 그는 "현지 직원 2명이 근무하고 있고, 엣지컴퓨팅(Edge Computing) 영역에서 고객을 발굴하며 활발하게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이 영역에 고객 두 곳과 테스트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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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객 두 곳'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미국 소재 IIoT 기업'이며, 이들이 새해 마크베이스 시계열DB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확산 흐름은 지난해 9월 대규모 센서 데이터 처리 기능을 품고 나온 마크베이스 5 버전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미 마크베이스 5 버전도 "국내 반도체 장비·공정, 스마트 물류, 로보틱스 기업의 센서 데이터 폭증 문제 해결을 위한 검증 중"이라며 "SL코퍼레이션에서도 지난 12월 미팅에서 관심을 보였고 새해 IIoT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