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을 보면 생활 속 인공지능이 굉장히 많은 분야에 응용돼 서비스 되고 있다.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 생활 속 편리함을 준다. 해외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한 원격진료, 로봇을 이용한 무인화, 핀테크를 통한 편리함, 차량 공유 등을 통한 이동의 편의성 등이 일상화 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년 간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던 것 같다.”
파괴적 혁신의 시대다. 지난 시대와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눈 깜짝할 사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실감될 만큼 모든 산업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변화를 주저하는 정부와, 기득권과의 이해관계로 엉켜 만들어진 낡은 규제 때문에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6일 굿인터넷클럽 9차 행사를 열고 ‘파괴적 혁신의 시대, 정부 역할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시대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먼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2년 새 가장 많은 변화를 체감했던 지역으로 중국을 꼽았다. 공유자전거, 핀테크, 원격 업무 등 사람들의 삶 자체가 많은 영역에서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년 간 사람들이 체감할 정도로 생산성을 높이는 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 석종훈 실장은 이전부터 존재하던 산업에 첨단 기술이 융합되면서 기존의 경쟁력을 올리는 방향으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경쟁국에 비해 국내 변화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 산업에 스며들어가고 있어 어느 순간이 되면 그 변화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핀테크 산업 현장에 있는 김성준 렌딧 대표는 아직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책적으로 지정대리인제도 등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 역시 기존 금융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구조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금융과 반드시 협업해야 하는 구조기 때문에 새 융합 모델의 발생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
이에 임정욱 센터장은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정부가 젊은 세대와 미래를 위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높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도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 역시 규제 혁신의 틀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해야 함에도 그 권한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신속하게, 또 집중해서 규제 혁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정상 위원은 “우리 산업이 매우 큰 위기상황에 놓여있는데 정부나 입법부, 교육기관 등이 아직도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규제혁신을 입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혁신이 사회적 운동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성준 대표는 ‘경제 자유화’란 말을 꺼내며, 기업이 신산업을 하려고 할 때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환경 부분만 신경 써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시장의 변화는 두 발짝 먼저 나가 있는 만큼,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민간이 변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첨언했다.
김 대표는 “(규제 혁신과 관련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거나 태스크 포스 회의를 할 때 보면 두 발짝 뒤에 있는 정부나 언론에서 이를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효성을 거두려면 앞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이 관련 자리에 더 많이 참석하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관계자들이 변화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지 때문에 시도를 못하는 게 크다 생각한다. 책임에 대해 면책 시켜주고 얼마나 변화와 혁신을 일으켰는지를 (공무원들의) 평가 지표로 삼아야 혁신이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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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상 위원은 “모든 조직은 이해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승자 독식 구조기 때문에 먼저 앞서가지 않으면 마냥 뒤에서 따라다녀야 한다”면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정부가 민간의 목소리에 진정성을 갖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종훈 실장은 “대통령도 손대기 어려운 규제도 있고, 대통령과 장관이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는 규제도 있다. 또 실무단에서 유권해석만으로 해소할 수 있는 규제도 있다. 규제 카테고리 별로 크기나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한다”며 “정부가 때로는 모를 때도 있으니, 민간이 정부와 자주 만난다면 규제가 줄어드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