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쟁자는 삼성, LG같은 기업"

염재호 고대 총장 '4차 산업혁명 포럼 2018'서 강연

컴퓨팅입력 :2018/10/25 20:54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경쟁자는 자신보다 높은 순위권의 대학이 아닌, 삼성, SK, LG와 같은 기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식을 전수해내는 곳이 아닌 지식을 생산해내는 곳으로 대학교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정보처리학회와 고려대학교 기계학습 및 빅데이터 연구원이 주최하고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후원하는 '4차 산업혁명 포럼 2018'이 고려대 하나스퀘어 강당에서 25일 열렸다.

안문석 공동대회장이 25일 고려대 하나스퀘어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포럼 2018'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안문석 공동대회장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정책국장, 이정배 부산외대 교수, 이세영 행정안전부 전자정부정책과장, 변태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정보본부장, 정필승 우정사업본부 기술투자혁신담당관, 이영상 데이터스트림즈 대표 등이 참석했다.

안문석 공동대회장은 "4차산업의 거대한 파도는 잘 대비하면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쓰나미가 될 것"이라며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거버넌스와 문화를 만들어내기를 바란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 “4차산업혁명 시대, 대학 교육 변해야”

기조 강연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교육의 미래와 변화'를 주제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맡았다. 염 총장은 "앞으로는 10년이 안 돼서 지식의 반이 쓸모없어지는 데 대학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제 대학은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지식을 생산해내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대기업에 올라타 평생 30년 정도 즐기다 내려오는 유람선 시대는 끝났다"며 "자기가 직접 뗏목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보다 기업이 먼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모두 자신들의 회사를 캠퍼스라고 지칭, 대학처럼 연구하고 토론하며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비 투자 금액과 연구자 수도 이미 기업이 대학을 넘어섰다.

그는 대기업의 형태도 미래에는 굉장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과 애플을 보면 끊임없이 M&A를 통해 비즈니스를 하지, 한 사람을 잘 키워 오래 데리고 있는 비즈니스로 성장하지 않는다”며 “한 사람을 30년 동안 먹여 살리는 기업이 21세기에도 존재할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미래 사회 리더는 전문성을 넘어 용기와 상상력, 포용성, 넓은 시야, 명확한 사고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세번, 네번 실패한 사람들에게 펀드가 더 많이 들어간다”며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펀드가 가지 않는데, 우리는 아직도 공기업, 대기업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살 때의 성적을 가지고 평생을 먹고 살려고 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단언했다.

이에 맞춰 교육의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강의를 듣고 외워 답안지를 잘 쓰면 A학점을 받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20초만 주면 휴대폰에서 다 찾을 수 있는데 그걸 머리에 넣는 게 그렇게 뛰어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제는 이런 지식 습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상상력 위주의 문제 해결 위주의 교육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고려대는 제도, 연구, 공간의 혁신을 통해 이를 탈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적으로는 출석부, 상대평가, 시험감독을 없애는 3무 정책과 유연학기제, 장학금제도 개편, 입시제도 개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적으로는 “글로벌 기업과 협약을 맺어 펀드를 받는 등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과 산업체 장벽을 없애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공간적으로는 “학생들과 중소기업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메이커스 스페이스(Maker’s Space) 등을 만들어 캠퍼스를 지식의 놀이동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25일 고려대 하나스퀘어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포럼 2018'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소프트웨어는 조직, 개인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무기…빠르게 대응해야”

기조 강연이 끝난 후, 1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정책 혁신 전략’을 주제로 발제 발표가 이뤄졌다.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정책국장은 소프트웨어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노 국장은 “지금은 에르메스의 시대”라며 바람의 신인 에르메스에 속도의 시대를 빗대어 표현했다. 노 국장이 말하는 속도는 정보의 속도와 혁신의 속도, 또 혁신의 확산 속도다.

그는 “외부의 변화 속도가 내부의 변화 속도보다 빠르면 위험하다”며 “변화의 속도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가 바라보는 현재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다.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이 2008년에는 하나였지만, 지금은 7개”라며 “소프트웨어는 조직, 개인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내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며 “이제는 10%보다 10배 혁신하게 하는 급진적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공공SW시장 제도 혁신과 SW기업·개발자 성장을 지원해 SW산업 생태계를 혁신하고, SW융합 신시장을 창출, SW 법체계 전면 개편 등의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영 행정안전부 전자정부정책과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전자정부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과장은 “전자정부는 국내에 있는 민간서비스와 비교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기존 온라인 위주의 서비스를 넘어 실생활 오프라인 서비스까지 제공해 국민들이 어디서나 체감할 수 있는 전자정부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변태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본부장은 ‘미래 사회를 대비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미래에는 학생들이 컴퓨팅 사고력을 갖춰야 한다”며 “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체험과 놀이 중심으로, 중학교는 실생활 문제 해결 중심으로, 고등학교에서는 진로와 연계한 심화내용 중심으로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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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직까지도 많은 분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프로그래머 양성교육이라고 오해한다”며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은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정필승 우정사업본부 기술투자혁신담당관은 지능정보 기술 적용 혁신 사례로 우정사업본부를 소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정부의 4차산업혁명 대응 방향에 따라 이륜차로 배달하던 집배원 환경을 전기자동차 초소형 4륜 자동차로 바꿀 계획이다. 정 담당관은 “내년부터 본격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금융에 블록체인을 적용, 차세대 금융 시스템을 구축한다. 빅데이터센터도 운영해 연간 38억 개의 물류 데이터를 금융데이터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