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파이칩' 논란…애플·블룸버그 "퇴로없는 공방"

탐사보도에 "완전 엉터리" 반박…향후 추이 관심

컴퓨팅입력 :2018/10/08 16:06    수정: 2018/10/08 21:0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계를 뒤흔들 특종일까? 아니면 희대의 오보일까?

미국과 중국 두 나라를 뒤흔들었던 ‘해킹 의혹’ 보도를 둘러싼 공방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해킹 도구로 거론된 애플, 아마존 등이 유례 없이 강한 어조로 부인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공방의 발단을 제공한 것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였다. 블룸버그는 지난 4일(현지시간) 슈퍼마이크로가 스파이 칩을 심은 서버를 중국에서 조립한 뒤 미국 업체에 판매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 업체에 판매된 서버들이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됐다는 게 블룸버그 보도의 골자였다. 특히 이 매체는 애플, 아마존 등 30여 개 미국 업체들이 중국의 해킹 도구로 악용됐다고 보도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블룸버그는 지난 주 중국 업체 슈퍼마이크로가 초소형 스파이 칩을 탑재한 서버를 미국업체들에게 판매해왔다고 보도해 파장을 몰고 왔다. (사진=블룸버그)

블룸버그는 이번 기사가 17명의 취재원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터뷰한 끝에 나온 탐사보도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 치 양보 없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보도인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파장을 몰고 왔다.

슈퍼마이크로는 보도 직후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41%나 폭락했다. 애플, 아마존 등 미국 주요 IT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블룸버그가 세상을 뒤흔든 특종을 한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주말부터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해킹 당사자로 지목된 슈퍼마이크로 뿐 아니라 애플, 아마존 등이 일제히 블룸버그 보도를 부인하고 나선 것. 여기에다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들까지 블룸버그가 거론한 칩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면서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 애플, '해석 여지 없는 전면적인 부인' 눈길

가장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은 애플이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복수의 애플 고위 관계자들은 블룸버그의 주장을 어떻게 반박해야 할 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애플 관계자들은 블룸버그 기사에 거론된 주장들이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일부는 관계 없는 사건과 혼동한 흔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보안 분야의 애플 고위 관계자는 버즈피드와 인터뷰에서 “(블룸버그가 주장한) 뭔가가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심지어 그 유사한 것들로 판명된 것이라도 있는지 살펴봤다”면서 “그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보안 전문 엔지니어 역시 내시경을 하듯이 샅샅이 애플 내부를 조사했지만 블룸버그 기사에서 묘사한 칩 같은 것들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사진=씨넷)

애플은 연방수사국(FBI) 수사에 협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FBI에 (중국업체의) 해킹 건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애플 관계자는 FBI에 보고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FBI로부터 문의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버즈피드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주면서 “애플의 이런 광범위한 부인은 상당히 이례적이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불리한 보도가 나올 경우 퇴로 여지도 없이 반박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주요 IT 기업들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폭로로 공개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 사찰 프로그램에 협조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매우 조심스럽게 부인했다.

당시 주요 기업들은 “정부 기관이 우리 서버에 직접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진 않았다”는 정도로 해명했다. 사실로 판명될 경우 어느 정도 빠져나갈 여지가 있는 수준의 반박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른 편이다. 버즈피드는 “애플의 해명에는 해석이나 다른 설명의 여지조차 없다”고 평가했다.

■ 사실 땐 애플 치명적 타격…오보로 판명되면 블룸버그 엄청난 타격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향후 전개 과정에 더 관심이 쏠리게 됐다. 블룸버그 보도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애플을 비롯한 관련 기업들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해석의 여지가 없이 전면적으로 부인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이나 정부 기관들의 주장대로 이번 보도가 오보로 판명날 경우엔 블룸버그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자칫하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관계까지 뒤흔들 정도로 폭발력을 지닌 보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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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역시 당분간 신뢰성을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치킨 게임’을 연상케하는 블룸버그와 미국 유력 기업들의 진실 공방은 어떻게 결론 내려질까? 보도가 강력했던 만큼이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은 블룸버그 보도를 둘러싼 진실공방의 결망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