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재무 전략

[김형민의 창업공학⑪] I (Investment & Financing) I편

전문가 칼럼입력 :2018/08/24 13:36    수정: 2018/08/24 14:19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2017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기업생멸행정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창업한 기업 중 2015년에도 살아남은 기업 비율은 62.7%다. 하지만 창업 2년 후 생존율은 49.5%로, 창업 3년 후 생존율은 39.1%까지 떨어졌다. 창업 기업 10곳 중 6곳이 3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은 셈이다. (출처 : 2016년 기준 기업생멸행정통계, 통계청) 실제 주위에서 체험적으로 느끼는 3년 생존율은 통계청 발표자료 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림 1) 기업생존율 (출처 : 통계청, 기업생멸행정통계 2016년)

한 기업이 창업을 하여 아이디어를 아이템화하고 사업화 한 후, 기업의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매출 이익만으로 실현하기까지는 지난한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마치 아이가 태어나고 수유에서 이유식으로 그리고 음식을 먹어 기고 서고 걷고 뛸 때까지 본인 뿐만 아니라 주위에 부모형제들의 대단한 노고와 수고를 통하여 성장하는 것처럼, 기업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기업의 CEO를 포함하여 기업의 임직원, 고객, 시장 등 복잡하고도 다양한 형태의 노력과 시간이 함께 투자되어야 기업도 성장하는 것이다. 즉, 스타트업도 창업이후 여러 성장 단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국가 창업과제를 살펴보면, 지원 자격 부문에서 ‘창업상태’를 보통은 예비창업자와 1년 이내, 3년 이내, 7년 이내 그리고 3년 이상 7년 이하의 4가지로 나눈다. SNK비타민센터 김종하 센터장에 의하면 “국가의 창업과제는 중소기업법상, 창업 기업이 설립이후 7년까지로 정해져 있으니, 예비창업자나 창업초기 기업으로의 개념으로 1년, 3년 하여 나름대로 정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창업 기업이란 7년 이내의 기업, 예비창업자란 설립하지 않은 상태로 준비중이거나 1년 이내의 기업, 창업초기기업은 3년 이내의 기업으로 분류를 일반적으로 하는 것이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어디를 봐도 창업상태를 나누는 분명한 기준이나 규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단지 설립 이후 7년 이내의 기업을 창업기업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창업의 상태를 나누어서 과제를 제안하게 하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많은 전문가들, 특히 투자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업의 성장 단계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라는 나름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럼 어디서부터 이 생각을 정리해 볼까?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J곡선을 가지고 이런 생각을 정리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J곡선(J Curve Effect)의 원래 뜻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환율상승(원화절화)을 유도하게 되면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오히려 악화되다가 상당기간이 경과한 후 개선되는 현상을 이른다. 환율변동 후 시간이 경과되면서 무역수지가 변동되는 모습이 마치 알파벳 J 모양과 유사하다고 해 J커브 효과라는 명칭이 붙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그림 2) 스타트업의 J-커브 (출처 : How to escape from the start-up ‘valley of death’, AptoNova Ltd.)

그런데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J곡선은 출발 지점에서부터 자금이 소진되어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어떤 변곡점을 지나면서부터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이론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초기부터 변곡점 까지를 통상 “Valley of Death”(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창업 초기에는 매출을 통하여 기업을 경영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때 J곡선에서의 변곡점을 대략 기업이 창업한지 3년이 되는 시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기업의 3년 생존율은 통계청에서 얘기하는 기업생멸행정통계의 39.1% 보다 현저하게 낮은 15%라는 자료도 있다. (출처 : 2016년 4월 26일 한국일보, 기획재정부 자료 인용) 즉, 기업이 창업을 한 이후 아이디어 수준을 아이템으로 만들고 시장에 진출해서 나름 고객을 만들고 자리를 잡아 성장할 때 까지의 기간을 3년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창업 후 1년 정도는 아이디어를 아이템화 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 이 기간에는 시장을 조사하고 이해하여 서비스를 기획하며, 개발이 필요할 경우 시제품이나 베타버젼 정도를 만드는 시기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출은 거의 없이 대부분 투자만 진행되는 시기이다.

2년차 정도가 되어야 어느 정도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시장의 피드백을 받아서 기틀을 갖추어 나가는 시기에 접어든다. 시장에 진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고객에게 타진하게 되고 그 피드백을 기반 삼아 비로소 거의 제품화에 이르러게 된다. 제품화가 되었다고 해서 바로 매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끊임없이 제품을 제품 답게, 시장이 원하는 대로 고도화를 진행해야 한다. 3년 차가 되어서야 비로소 제품이 제품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초기 창업팀과 비교해서 인원들도 보다 더 충원이 되어 규모도 갖춰지고 기업의 틀을 조금씩 띄게 된다. 매출이 발생하고 영업 이익이 발생하여 BEP(Break Even Point)에 다다른다. 그제서야 죽음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지점을 넘어서게 된다.

숨가쁘게 쉴 틈없이 달려왔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3년을 넘기기만 하면 다 잘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며 역경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다. 이 모든 과정이 생각보다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늘 자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기업의 CEO는 끊임없이 자금을 준비한다. 기업도 사람처럼 성장 단계가 있다. 따라서 성장 단계별로 자금을 마련하는 재무 전략도 그 시기에 맞게 적절하게 이해하고 최적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초기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는 3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투자를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것, 대출, 융자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조달하는 방법, 그리고 국가의 지원프로그램을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매출을 통해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아이디어를 이미 제품으로 만든 기업이나, 제품이 있다손 치더라도 시장 진출을 하자 마자 영업이 되어 고객이 확보되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므로 초기 창업 기업에게 매출을 통하여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가급적이면 배제하는 것이 현실적이겠다.

(그림 3) 기업의 일반적인 자금 조달 체계

먼저 투자를 통한 자금 확보를 하는 것이 있다. 초기 죽음의 계곡을 넘어가는 시기에 필요한 자금을 종자돈(Seed Capital)으로 부른다. 마련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종자돈으로 창업 자본금을 마련하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으로는 소위 ‘3F’라 불리우는 ‘Family, Friend, Founder (or Fool)’ 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창업 준비가 잘 되어서 자본금을 다소 규모 있게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자금은 늘 부족하다.

그래서 외부 투자자에게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런데 창업 초기에 제품도, 시장 진출도, 고객 확보도, 매출도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은 기업이 투자를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창업 환경이 많이 개선되어서 초기 창업기업들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이 다소 존재한다. 다음번에 보다 더 자세하게 기고하겠지만 보통 초기 창업 기업들은 클라우드펀딩, 엑셀러레이터, 엔젤(엔젤클럽), 초기VC 등의 투자자를 통한 외부 투자가 가능하다.

대출/융자프로그램을 통하여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반드시 기업 입장에서는 채무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상환할 여력이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하고 따져서 신중하게 융자를 통한 자금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을 경영하는 내내 채무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에는 창업 기업에 한하여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대표자의 개인 연대보증을 면제하고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개인의 연대보증이 면제되기에 대출 심사가 엄격하고 까다롭다. 일반 금융 기관을 통하여 융자를 받을 경우 기업의 필요한 융자규모가 담보의 범위를 넘는다면 거의 대부분 대표자의 개인 연대보증을 담보로 기업 대출이 일어난다. 따라서 금융 기관을 통한 융자는 더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인의 채무 상환이 불가능 할 경우 개인 연대 보증을 한 대표자 개인에게 채무 상환의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대표자의 개인 연대보증이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빚은 빚이다. 가능하면 대출을 통하여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국가를 통하여 지원을 받는 방법이 있다. 국가를 통한 창업지원과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 기고를 통히야 기술하였으므로 자세하게 얘기하지는 않겠다. 초기 창업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관련기사

기업을 영위함에 있어 필요한 3가지 자원은 인력, 아이템 그리고 자금이다. 처음 사업을 하는 많은 분들이 넉넉하지 않은 자금을 가지고 세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채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창업자들이 팀빌딩이나 아이템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고민하고 준비를 하는 편이지만 자금적인 부분은 경험해 본 경우가 많지 않기에 두루뭉술하며, 심지어 ‘나는 괜찮을거야’ 라고 생각하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지기까지 한다. 창업 후 1년 정도의 자금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도 그다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최소한 기업이 3년 정도는 지나야 초기 창업 기업의 시기를 지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어느정도 갖추어 진다고 생각한다. 명확히 초기기업은 창업 후 3년이라는 규정은 없지만 말이다.

기획재정부 조사 보고 자료를 다시 인용하면, 창업 후 3년 이내 기업의 85%가 바로 저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폐업한다고 하니 3년을 넘어서 생존하는 것은 어쩌면 초기 창업기업에게는 과제이자 숙명일 수도 있겠다. 그런 관점에서 국가의 창업지원 자격 부문인 ‘창업상태’의 3년 이하를 창업 초기 기업이라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잡은 것이 그냥 우연이기만 할까?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 / 창업공학 전문가

現,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現, 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 객원교수 現, 중소벤처기업부 창업패키지도약사업 평가위원 現,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 평가위원 現, 과학기술부 엑셀러레이팅연계지원사업 멘토 現, 창업진흥원 1인창조비즈센터 전문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