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블록으로 무언가 만드는 모습. 언뜻 미술수업으로도 보이지만 다루는 블록이 일반적이지 않다. 센서와 모터, LED 등의 블록인데, 모여서 일종의 교육용 키트를 구성한다. 조명이 들어오니 모터가 움직이는가 하면,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고사리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 키트의 이름은 '비트브릭'이며 '헬로긱스'라는 교육기술 스타트업이 제작했다. 올해 초 기준으로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소프트웨어 교육 연구선도학교 1천600여곳 중 400여 곳에 판매된 제품이다. 헬로긱스는 비트브릭 판매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공, 강사 교육 등도 진행한다.
지난 2013년 헬로긱스를 창업한 이신영 대표㊸의 특기는 컴퓨터공학, 특히 인공지능으로 감정을 인식하는 분야다. 인연이 닿은 미디어 아티스트, 3D 콘텐츠 전문가 등과 헬로긱스로 뜻을 모았다. 목표는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쉽게 교육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요즘 아이들 대부분 스마트폰을 비롯한 뉴미디어 기기에 익숙해요. 관건은 그 기기로 아이들이 무엇을 할까에 있어요. 방치할 시 흔히 말하는 중독자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기기를 도구 삼아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데 익숙해진다면 창의력도 쑥쑥 크겠죠. 기기의 진정한 활용자가 되는 것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이른바 '쓴맛'도 봤다. 너무 고급스럽게 만든 게 탈이었다. 센서마다 다른 모양의 고급 플라스틱을 입혔는데, 금형비가 만만치 않았다. 나름대로 낮춘 가격이 20만원대. 학교에선 비싸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이들은 별의 별 방법으로 플라스틱 부분을 망가뜨렸다. 시장성 성적표는 회의적이었다.
여기서 멈췄다면 이슈몰이는 없었을 터. 밤낮을 잊은 전략 수정이 계속됐다. 어린이에 맞춘 실용성구현이 숙제였다. 실험 과정에서 '레고블록'을 기기에 맞춰보기도. 절치부심 약 1년 만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더해 지금의 비트브릭이 탄생했다.
"가격을 낮추는 데에도 만만치 않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필요했어요. 기기 판과 부품만 어린이들에게 내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보드(PCB)에 장착할 수 있는 저희만의 소프트 블록을 만들면서 일이 풀렸어요. 플라스틱처럼 깨지지 않고, 가격 부담이 덜하죠. 그래도 만드는 과정의 지원은 정교합니다. 가격대도 10만원대로 낮출 수 있었어요."
소프트웨어 언어로는 미국 MIT 미디어 연구소가 개발한 오픈소스 '스크래치'를 도입했다. 물론 이 역시 비트브릭에 맞춘 최적화 과정을 거쳤다. 이에 맞춰 현재까지 내놓은 교육도서 콘텐츠가 무려 16권이다. 교육도서 없이 키트만 내놓은 타 브랜드들과의 차별점이 도드라졌다. 카페24로 운영 중인 페이지로의 고객 유입도 증가세다.
때마침 불어온 어린이 코딩교육 열기도 호재였다. 지난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SW 교육발전공로상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교육 연구선도학교로의 잇단 진입은 이런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2월에는 정부 지원을 받아 영국에 대형 교육전시회에 참여했고, 오는 6월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ISTE' 박람회에도 부스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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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목표 중 핵심은 교육센터 구축. 키트와 교제를 아이들에게 직접 교육하면서 정보를 얻고, 다시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그려졌다. 현재까지는 아이들을 가르칠 강사 교육에 집중했으나, 앞으로 범위를 더 넓혀간다는 설명이다.
"미국에 이른바 '메이커 문화'라는 개념이 있어요. 아이들이 모여 만들고 창작하는 문화에 IT 요소를 접목한 것이죠. 이 아이들이 성장하면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열기도 합니다. 꼭 이런 사업가나 개발자가 되지 않더라도, 어려서부터 키워준 창의력이 사회발전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