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김봉진·김상헌이 생각하는 성공 방정식

“증명할 때, 영감 줄 때, 나로 살 때 행복해”

인터넷입력 :2018/02/02 01:46    수정: 2018/02/02 11:22

“뭔가 증명하는 과정에 내 삶이 녹아있는 것 같아요. 블루홀스튜디오를 통해 제작 리더십이라는 업의 본질을 증명하고 싶었고, 4차산업혁명혁신위원장으로서도 규제혁신 해커톤이 사회적 협의와 합의를 이끌 수 있는 좋은 툴이란 걸 계속 증명하고 싶어요.”(장병규)

“돈을 목표로 하면 안 되겠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크 저커버그 보다 돈을 더 벌 수 없는 게 분명하고, 돈으로 1등 하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내가 내린 성공의 정의는 배우자에게 사랑받고 존경 받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에요.”(김봉진)

“나는 창업을 한 적은 없었지만 행운이 많았어요. 판사를 했고 엘지에 근무했으며, 네이버가 상당히 성장한 뒤 전문 경영인을 했죠. 남은 기간에는 나만의 브랜드, 삶을 살고 싶어요. 이것이 성공이라 생각하고 목표로 살고 있습니다.”(김상헌)

창업가로서, 또 인터넷 업계에서 남 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둔 ‘거물’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끝은 어디일까. 큰 부, 혹은 사회에 큰 기여와 역할을 함으로써 얻게되는 존경 받는 삶일까. 그들은 어디서 행복과 만족감을 얻을까.

왼쪽부터 장병규 위원장, 김봉진 대표, 김상헌 대표.

이에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증명’이란 키워드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영감’이란 키워드를 제시했다.

또 지난해 네이버 대표직에서 물러나 지금은 프라이머 파트너로서 좋은 스타트업 발굴에 힘쓰고 있는 김상헌 대표는 “나만의 브랜드를 가진 삶”이라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일 위워크 강남점에서 회원사 대상으로 ‘장병규와 김봉진, 스타트업 한국을 말한다’라는 대담 행사를 열고, 창업가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대담은 장병규 4차위원장과 김봉진 대표가, 사회는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가 맡았다.

■ 장병규-김봉진-김상헌 인연, 운명이 되다

먼저 장병규 위원장은 게임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의 의장이자 엔젤 투자사인 본엘젤스의 창업가로서 김봉진 대표와의 각별한 인연과 투자 사례를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장 위원장이 만든 본엔젤스는 ‘배달의민족’ 서비스 초창기 우아한형제들에 초기 투자한 벤처 캐피탈이다. 네오위즈 시절부터 회사 대표와 직원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투자자와 투자를 받는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됐다.

“김봉진 대표를 만났을 때 배달통이 1위였어요. 그런데 김 대표가 그 때 이미 우리가 1위라고 주장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내부에 간단한 보고서를 쓰는데, 배달통이 1위지만 이 업체가 반드시 1위가 될 것 같다고 적혀있었거든요. 그래서 제 기억이 정확하다고 봅니다.”(장병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행사가 열린 위워크 강남점.

“사실 2위였고, (1위라고) 우겼어요. 1위가 된 다음 증명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투자를 받고 1년 반 뒤 정말 배달의민족이 1위가 됐죠.”(김봉진)

김봉진 대표는 장병규 위원장이 네오위즈 대표였던 시절, 그리고 자신이 네오위즈에서 디자이너였던 때 장 대표가 본인 결혼식에 축의금을 10만원을 줬던 일화를 언급했다. 또 네이버에서 근무할 당시 김상헌 대표가 부임해 한 달에 한 번 집에 가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 오아시스 데이를 만들겠다고 한 김 대표의 메일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네오위즈 근무 때 결혼했는데 장병규 대표가 저를 잘 모르는데도 10만원을 부조하더라고요. 그 후 사업에 실패하고 네이버에 갔는데 김상헌 대표가 부임해서 첫 메일을 보냈는데 가족과 저녁 식사하라며 오아시스 데이를 만들더군요. 그 때 회사에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이런 성공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배우고 싶었고, 투자 받고 싶었어요.”(김봉진)

■ “확 변해야 성장한다”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민족을 키우는 과정에서 아찔했던 지난날의 경험도 솔직히 털어놨다. 모바일 앱에서 바로주문 서비스를 경쟁사인 요기요가 도입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것이다.

“요기요는 독일에서 했던 걸 가져왔기 때문에 앱 내 주문을 먼저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저희도 앱 내 주문으로 전환하려고 했는데, 경쟁사에서 먼저 하는 바람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그래서 일단 앱으로 주문하도록 하고 모든 직원들이 일일이 음식점에 전화를 했어요. 디자이너든 뭐로 입사했든 저를 포함해 밤에는 다 이 작업을 했어요.”(김봉진)

지금은 월 매출 100억원 이상을 버는 건실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우아한형제들도 성장 전환기를 맞았던 시점이 있었다. 2013년 맛집 배달 서비스 '띵동'에 우아한형제들이 투자하게 된 ‘사건’이었다.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이례적인 사례였다. 투자를 고민하고 망설일 때 장병규 위원장이 김봉진 대표를 찾아갔다.

“1억 투자하고 지분 10% 획득을 고민하고 있었을 때예요. 여전히 회사에는 돈이 없고, 처음 외부 투자 건이고, 그 회사랑 어떤 시너지가 날지 모르는데 투자해야 하나 하던 때였어요. 진지하게 찾아갔죠. 무조건 변해야 한다, 무조건 투자하라고 했어요. 그래야 배운다고요. 1억을 투자할 수 있어야 나중에 10억도 투자할 수 있다고 강하게 말했어요. 이게 우아한형제들의 DNA가 변화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봐요.”(장병규)

그 뒤로도 우아한형제들은 모바일 식권 '식권대장'을 서비스 하는 벤디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장병규 위원장은 ‘배틀 그라운드’로 그야말로 초대박을 친 블루홀스튜디오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지금 아무리 잘 나가도 확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블루홀스튜디오도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 했던 거를 다 새롭게 보고 있어요. 블루홀도 완전히 새로워져야 하기 때문이죠. 정체성 빼고 다 바꿔야 돼요. 혁신과 변화를 멈추면 성장도 끝이에요. 의지를 갖고 늘 변화해야 성장이 가능한 거죠.”(장병규)

■ “떠나야 되나 질문해야 남아있는 이유도 알게 돼”

두 사람의 대화가 흥미롭게 이어지는 가운데 청중들의 귀를 의심하게 만든 깜짝 발언도 나왔다.

성공한 기업가로서, 수장으로서 계속 국내 인터넷 업계와 스타트업 업계에서 성공 신화를 쓸 것 같은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떠나야할 때’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은 하는데 어느 순간 땜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내가 하는데 하다 보면 업무 질이 떨어지고 이를 메꾸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때요. 그 땐 이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 해요. 내가 떠나야 되는 건가 질문을 해야 남아있는 이유도 발견할 수 있어요. 끝까지 있겠다고 생각하면 회사뿐 아니라 개인도 발전 못해요. 블루홀도 마찬가지예요. 향후 10년 간 회사는 성장할 텐데 내 역할과 책임이 있느냐, 없으면 나도 떠나겠다 생각을 해봐야 해요.”(장병규)

“벌써 5~6년 전 얘긴데, 투자 받고 회사가 성장하는 단계에서 언젠가 나도 회사를 떠날 수 있겠구나, 떠나야 하는 건가 생각이 들어 당시 투자 심사역이었던 강석흔 현 본엔젤스 대표를 찾아가 고민을 말했어요. 바로 자르더군요. 이만한 회사엔 전문 경영인이 안 온다고요. 그래서 그냥 돌아왔죠. 직원이 100~200명 되면 대표가 책임질게 많아요. 내 개인이 중요하냐, 회사나 조직이 중요하냐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 오게 되죠.”(김봉진)

■ “중국이 좋다고? 사회 시스템 전체 바라봐야!”

최근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중국과 비교하며 국내의 강력한 규제를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도 스타트업을 적극 키운다며, 우리 정부에 쓴 소리를 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에 장병규 위원장은 중국의 공산당 일당 체제의 사회 시스템을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중국은 규제 없이 어떤 아이템으로든 창업한다고 하지만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예요. 어떤 회사든 공산당이 날릴 수 있는 강력한 사후 브레이크가 있죠. 우리는 그렇게 못하죠. 사회 시스템 전체를 봐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문제는 사회 신뢰 지수가 너무 낮기 때문이에요. 스타트업들도 뭉쳐야 해요. 목소리를 내야 사회가 바뀌어요. 좋은 이기주의가 사회를 결국 바꾸는 거거든요. 그리고 모두가 개방적으로 대화하고, 모르면 일단 믿어줘야 사회 신뢰 지수가 올라갑니다.”(장병규)

■ “성공이란 나를 증명하고, 나를 알리고, 나로 사는 것”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병규 대표는 개인적인 성공의 종착지와 의미를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증명해 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블루홀스튜디오가 테라와 배틀 그라운드의 성공으로 장 대표의 리더십을 증명했듯, 4차위에서는 규제혁신 해커톤이 제도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풀어내는 좋은 툴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김봉진 대표는 작가인 짐콜린스 스탠포드 MBA 교수의 책을 인용, 해가 지날수록 배우자에게 사랑받고 존중받는 남편으로, 또 본인의 영감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파되는 것에 앞으로도 기쁨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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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법조인으로서, 또 국내 최대 포털을 경영했던 김상헌 대표는 남은 인생을 ‘어느 회사의 누구’가 아닌 김상헌 본인만의 브랜드를 갖고 살고 싶다는 입장이다. ‘나의 삶’을 사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100여 명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존경받는 세 사람이 남긴 교훈은 부와 명예가 전부가 아닌 "나를 증명하고, 나를 알리고, 나로 사는 것이 성공"이란 말로 요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