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버리고 '경비지출' 집중했더니 떴다

[강소기업이 미래다 ㉓] 비즈플레이

컴퓨팅입력 :2017/12/01 14:33    수정: 2019/01/10 13:51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㉓ 종이영수증 추방하겠다는 비즈플레이의 야심

'버리자! 빼자! 바꾸자!'

비즈플레이 석창규 대표 집무실 입구엔 이런 문구가 '사훈'처럼 걸려있다. 송곳 같이 날카로운 솔루션이 고객의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정확하게 찌를 수 있다는 생각이 담긴 문구다.

3년 전만 해도 비즈플레이는 40개 이상의 기업용 앱이 운영되는 앱 스토어이자 플랫폼이었다. 석 대표는 1년반 전 비즈플레이 대표를 맡으면서 대폭 정리했다. 경비지출관리 솔루션을 뺀 나머지 앱을 모두 버렸다.

"한 제품만 열심히 해도 글로벌에서 통하는 제품을 만들기가 힘든데 70여명 남짓한 우리가 여러가지를 어떻게 다 잘 할 수 있겠느냐"는 반성과 성찰의 결과다.

비즈플레이는 "모든 쓸데없는 기능을 다 버리자.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은 다 빼자. 그리고 예쁘고 간단하고 쉽게 바꾸자"는 구호를 상품의 기본 원리 삼아 달렸다. 덕분에 1년 반만에 메이저 업그레이드를 세 번이나 할 수 있었다.

18년 차 CEO인 석 대표의 진단은 정확했다. 경비지출관리에 집중하면서 월 손익분기점(BEP) 돌파가 코앞에 다가왔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엔 월 BEP를 맞출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비즈플레이는 점점 더 날카로운 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젠 중견·대기업으로 타깃을 좁혔다. "까다로운 고객부터 먼저 만족시키자"는 생각에서 나온 전략이다. 중견·대기업의 요구사항을 성공적으로 적용해야 대한민국 시장에서 살아남고, 글로벌로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비즈플레이는 국내 중견·대기업의 등에 업고 글로벌로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대기업이 해외 법인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맞추는 것이 곧 비즈플레이가 글로벌로 진출하는 길"이라고 봤다.

비즈플레이는 매월 직원 1천명 이상의 대기업 2곳을 고객사로 영입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 AJ렌터카, 에듀윌, 대한민국농구협회, 농우바이오, 유유제약 등 다양한 분야의 대형 고객사가 포함됐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목표한 '중견·대기업 300개 유치'는 초과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엔 1천개 기업 확보를 목표로 잡았다.

핵심 기술과 제품: ERP 보다 큰 틈새 시장 '경비지출관리' 솔루션

비즈플레이는 대한민국 회사에서 '종이 영수증을 없애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회사에선 돈을 쓸 때마다 지출 결의가 필요한데, 비즈플레이를 쓰면, 별도 증빙이 없어도 자동 처리할 수 있다. 법인카드, 개인카드, 현금영수증, 해외발급 카드, 국세청매입세금계산서, 차량에 대해 경비 인증 등 6가지의 지출 결의 모델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비즈플레이는 경비지출 자동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경영자, 경비 담당자, 경비 사용자 모두 만족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먼저 경비 사용자(직원)는 경비 영수증을 모으고 회사에 제출하는 잡무가 없어진다. 경비 담당자는 영수증을 취합하고, ERP에 입력하고, 편철해 보관하는 업무가 사라진다.

비즈플레이로 사용 모습

한 회사의 매입 규모가 1천억 정도면, 전표 치는 데 투입되는 사람은 약 30-40명 정도 된다. 영수증 처리가 자동화되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좋아지고, 직원들은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전념할 수 있다.

실제 유유제약은 비즈플레이를 사용하고 관련 업무를 하던 12명의 직원이 다른 업무로 발령났다. 그만큼 영수증 처리 업무가 솔루션으로 자동화될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즈플레이 측은 강조한다.

또, 경영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경비 지출 현황을 실시간으로 상세하게 분석해 회사 경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에 큰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업 환경이 좋아진다.

경영자들은 비즈플레이에서 회사의 경비지출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석창규 대표는 "경비지출관리 분야는 아주 큰 틈새 시장"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용 솔루션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ERP와 비교해도 절대 작은 시장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ERP는 회계 담당 직원 일부만 쓰지만 경비지출관리는 전직원이 쓰는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비즈플레이는 사용자 당 월 과금을 내고 사용하는 서비스다. 사용자 한 명이 한 장의 카드를 쓸 경우 월 사용료는 보통 2천원~3천원으로, 직원이 1천 명인 기업은 월 200만원~300만원 정도를 내게 된다. 개인카드, 해외 카드, 공인전자문서보관소 등 필요한 서비스를 추가할 때마다 사용료가 올라간다.

미래비전: 경비 지출이 발생하는 '플랫폼'으로 진화...200조 경비 거래 시장 독점 야심

석창규 대표는 향후 경비지출 자동화 시장은 ERP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법인 카드 거래 규모는 200조로 ERP 시장을 합찬 것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경비 지출 거래 규모를 경비지출관리 솔루션 시장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석 대표는 "경비지출 관리뿐 아니라 비즈플레이 안에서 항공권, 호텔, 커피숍, 택시 등 온라인 매장을 바로 이용하게 되면 곧 법인 카드 거래 자체가 비즈플레이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플레이의 목표는 내년까지 1천개 중견 대기업 고객 확보다. 법인카드를 관리할 수 있는 비즈플레이에서 결제까지 이뤄지면, 온라인 매장들이 앞다퉈 입점하는 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석 대표는 "기업 출장비를 유치하고 싶은 업체들이 많다"며 "내년부터는 이런 업체들을 비즈플레이에 입점시키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비즈플레이에서 지원하는 은행과 카드사들.

이미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글로벌 기업 컨커도 한국에 진출해 있다. 비즈플레이는 컨커와의 경쟁이 시장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또 컨커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고, 한국 기업 실정을 잘 알고 요구사항을 빠르게 솔루션에 반영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저장 기능이나 첫화면에 카드사를 바로 보여주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한국 기업 고객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나온 것이다.

기존 ERP, CRM, 그룹웨어 솔루션과 쉬운 연동을 지원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ERP는 영림원, 포렌, 아이퀘스트, 스틸아이티, 온아이티 제품을 지원한다. 그룹웨어 및 CRM업체는 핸디소프트, 세일즈 인사이트, 핑거세일즈, 한비로, 다우기술 제품과 연동된다.

비즈플레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우선 국내 중견대기업의 해외 법인으로 사용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 법인을 둔 해외법인들이 비즈플레이를 사용하면 비즈플레이는 자연스럽게 글로벌화되는 셈이다.

이와 별도로 일본과 동남아시아에는 비즈플레이라는 브랜드로 전혀 다른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에는 글로벌 계좌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일본 기업 중 해외 법인을 가진 경우, 한 곳에서 계좌를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동남아시아는 그룹웨어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비즈플레이가 40여 개 앱 스토어 및 플랫폼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나라별로 다른 서비스 공급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석 대표는 "플랫폼 구조이고 그 위에 앱 콘텐츠가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각 나라에 맞게 출시할 수 있다"며 "마치 기차 플랫폼은 동일한데 한국에선 KTX로 운영하고 일본에서 SRT 열차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CEO 탤런트가 되야 한다"...석창규 대표의 CEO

석창규 대표의 집무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심지어 중요한 회의를 하거나 손님이 있어도 문을 닫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가 '열려 있는 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직원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아오라는 의도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대표이사가 일하는 모습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대표이사는 자신을 탤런트라고 생각해야 한다"게 석 대표의 'CEO론(論)'이다. "쇼의 대상은 직원이고 고객들이다. 직원들에게 좋은 바이러스를 퍼트리기 위한 쇼다. 열심히 일하고, 토론하는 모습도 보여주고싶다. 또 어떨 땐 좀 덜떨어진 모습도 보여준다. 너무 똑똑하기만 하면 안되니까(웃음). 서로 관계할 수 있는 쇼를 만드는 것이다"고 그는 설명했다.

석창규 비즈플레이 대표

석 대표는 은행원 출신으로 인터넷이 도입된 직후 새로운 전자금융 시장이 열릴 것을 직감하고 '웹케시'를 창업했다. 석 대표는 "웹케시가 남들이 하지 않는 사업으로 시장을 만들어내는 성공사례를 써왔다"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웹케시는 경쟁하는 비즈니스가 아니고 창의적인 비즈니스로 시장을 독식하며 성장했다. 가상계좌, 기업 인터넷뱅킹 등 웹케시가 처음 한 비즈니스다. 비즈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전체 시장을 차지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업 모델이라 생각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석 대표는 이런 경험에 따라 "훌륭한 직원과 인사이트 있는 경영자"가 차별화된 소프트웨어(SW) 제품을 만든다고 믿는다.

그는 '좋은 회사를 만드는조건'으로 "좋은 비전, 좋은 직원, 착한 경영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올해 개최된 한 전시회에서 석창규 대표(가운데)가 직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석 대표는 "대한민국 회사에서 영수증이 없어지는 시대가 왔을 때 우리가 그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비즈플레이가 좋은 비전을 가진 회사라고 자부했다.

그는 좋은 직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직원은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고 자기 능력만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직원인데, 비즈플레이를 1년 반 경영해보니 우리 직원들은 다 좋은 직원같다. 눈빛이 살아있다고 느낀다(웃음)"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 직원들이 좋아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 흑자로 전환하면, 지금까지 아껴두었던 '잔치'를 제대로 열어줄 계획이다. "적자회사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까지 못해 준 것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대표인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스스로도 "사장의 대우를 받으면 안된다. 비즈플레이 팀장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석 대표는 "내년엔 흑자전환이 확실한 만큼 해줄 것이 많다"며 "일단 전직원 해외여행부터 보내줄 것이고, 복지 포인트도 팍팍 올려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비즈플레이는 30% 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럼 성장률의 절반은 직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석 대표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인간미가 있는 따뜻한 회사를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여름 회사 워크샵을 앞두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에서 듣고싶은 말'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직원 중 70%가 꼽은 가장 듣고싶은 말이 '네가 있어 다행이다. 든든하다'였다로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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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반적으로 '보너스 많이 줄게'같은 말을 듣고싶을 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착한 경영인에 대해선 "자신의 직원들에게 잘해주기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나한테 월급 적다고 할때 내가 줄 수 있는게 없으면 가슴아파야 한다. 가슴아픈 걸 표현해줘야 한다. 또 열심히 성장시켜서 함께 나눠 주겠다는 믿음을 줘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