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트업 업계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진실 공방이 뜨거운 관심사입니다.
야놀자는 자사의 중요한 숙박 정보를 여기어때가 무단으로 긁어갔다는 주장을, 여기어때는 야놀자가 조직적으로 투자 방해 목적의 악성댓글을 달았다며 맞불을 놨습니다.
여기어때의 야놀자 무단 정보 수집 건은 검찰이 조사 중이고, 야놀자의 댓글 공작 건은 경찰 조사 결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선의의 경쟁을 벗어나 비방전으로 번진 양사의 다툼은 어떤 실익을 남기고 마무리 될까요. 당장의 이익과 억울함을 풀고 나면 두 회사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볼까 합니다.
돌이켜 보면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은 공통적으로 경쟁사 간 다툼을 벌여왔습니다.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잡음이 생기고 오해가 빚어지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진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좋게 보면 성장통이지만, 나쁘게 보면 물고 뜯기에 지나지 않습니다.[☞관련기사: 대물림 되는 스타트업 비방전, 지금도 'ing']
소셜커머스 시장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그랬고, 배달음식 중개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부동산 중개앱 시장에서는 직방과 다방이 싸우느라 오랜 시간과 비용을 소비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유명 법무법인을 앞세웠고, 또 특정 언론사를 이용해 경쟁사 비방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임에서 친분을 다진 대표가 경쟁 상대가 되더니 태도가 돌변 하더라”며 분개한 대표의 하소연도 실제 들었습니다.
생존을 걸고 싸우다 보니 오래 알고지낸 친분도 뒤로 밀려나고, 작은 광고 문구 하나에도 발끈 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졌습니다. 물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최근 불거진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싸움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두 회사 모두 상대의 과실이 먼저고 더 크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어느 쪽 잘못이 더 크고 작다는 판단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야놀자, 숙박 DB 긁어 간 여기어때에 “유감”]
[☞관련기사: 여기어때 “야놀자 DB 수집 불법 아냐”]
야놀자는 10년 넘게 모텔을 중심으로 숙박업에 투자해온 회사입니다. 스타트업 정신은 살아있지만, 업력 자체는 숙박 시장에서 노장으로 불릴 만큼 오래됐습니다.
반면 여기어때를 서비스 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최근 2, 3년 간 숙박 서비스에 집중 투자하며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 입니다. 매출 규모에서는 야놀자에 뒤지지만, 이용자 수에서는 여기어때가 앞선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기준을 둔 1위 다툼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외부에서 볼 때 알게 모르게 상대 회사의 견제가 도를 넘은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야놀자는 “매출도 얼마 안 되면서 1등이라 주장하다니”라며 무시했고, 여기어때는 “이용자 수와 앱 인기도가 중요 척도란 걸 모르나”란 시각을 갖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올초 야놀자는 특정 가맹점이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았고, 여기어때는 해킹 공격으로 이용자의 숙박 정보가 노출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이 와중에 겉으로 드러난 양사의 다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경찰 수사와 검찰 조사 결과가 밝혀지면 두 회사의 다툼은 멈추게 될까요, 아니면 또 다른 논쟁과 분란을 만들어낼까요. 지금까지 볼 때 후자의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가뜩이나 이들을 둘러싼 기업 환경을 만만치 않습니다. 둘이 1, 2등 경쟁을 하는 동안 업종 자체가 송두리째 거센 파도 위에 올라설 수도 있습니다.
최근 외신에는 페이스북이 미국에서 중고 매매 서비스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주택과 임대 주택 정보를 제공,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에 앞서서는 중고차 거래도 시작됐습니다.
취미, 출신, 성별, 관심사, 위치 등 자세한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강력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한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숙박 정보 서비스를 시작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또 이미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등과의 제휴로 호텔 예약 서비스를 하고 있는 네이버가 모텔 검색 및 예약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입지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O2O(Online to Offline) 시장에 적극적인 카카오가 카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모텔 시장까지 품게 되면 이용자들이 굳이 야놀자나 여기어때를 이용할 이유가 있을까요. 예약 시 카톡 이모티콘까지 준다면 어떨까요.
지난 9월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발족 1주년 행사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발전과 사회 구성원 지속성장을 위한 스타트업 신경제 선언문’을 공표했습니다.
당시 행사에서 김봉진 의장이 목표로 제시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신뢰 얻기’였습니다.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의 규제와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습니다.
야놀자, 여기어때 모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소속된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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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대표 스타트업입니다.
회사 간 이익 다툼을 무작정 비판하긴 어렵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의 불신 해소와 거대 기업과의 불리한 경쟁환경 개선에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두 회사가 서로 치고받는 게 아니라 힘을 합해 앞장서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