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야놀자 대표 “사랑받는 기업 되고 싶다"

스타트업→강소기업…“5년 후 매출 1조 목표”

인터넷입력 :2017/09/08 09:50    수정: 2019/01/10 14:12

지난 2015년 설립 10주년을 맞았던 야놀자는 당시 업계에서 ‘노장 스타트업’ 정도로 불렸다.

야놀자를 스타트업으로 봐야 하는지, 중소기업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많이들 헷갈려 하던 시기였다. 그 때만 해도 야놀자 매출은 200억~300억원대로, 외부 투자 없이도 흑자를 냈지만 크게 주목 받던 회사는 아니었다.

재작년 6월 이수진 대표를 만났을 때 그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처를 찾아 도장을 찍기 직전이었다. ‘안정’이냐 ‘도전’이냐를 놓고 고민하다, 이제 막 도전을 결심한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2년 3개월이 지난 9월, 다시 이수진 대표를 만났다. 스타트업인지, 중소기업인지 헷갈려하던 그 때의 야놀자 대신, 강소기업 야놀자를 마주한 기운이 들었다. 이수진 대표의 눈빛과 말투에서 자연스레 뿜어져 나오는 진정성은 변함없었지만,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사업가의 느낌이 강하게 배어 나왔다.

■ 2년 간 910억원 투자 유치…“못하는 게 보였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년 간 야놀자의 지위는 많이 달라졌다. 또 바라보는 고지도 한층 높아졌다. 약간의 투자금을 받아 사업을 좀 더 키울까 싶었던 회사가 이제는 5년 뒤 매출 1조원을 꿈꾸는 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 동안 받은 투자금만 91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682억원)은 전년 대비 86.3%나 뛰었다.

야놀자는 지난 6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주도하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달라 보였다. 짧다면 짧고, 길면 긴 2년이란 시간 동안 이수진 대표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했다.

“새로운 게 나오면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요. 100미터 고지에 올라가면 또 다른 고지가 보이더라고요. 처음부터 어떤 기업가가 돼야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에요. 2년 전만 해도 빚을 지는 게 싫어서, 또 간섭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 유치를 망설였어요. 그런데 투자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조직을 하나씩 나눠서 들여다보니 우리가 생각보다 못하는 것들이 보였어요. 그런데도 가만히 있다면 직무유기란 생각이 들었죠. 자연스럽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큰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 중소 숙박 예약 서비스 정착…“더 큰 경쟁 시작될 것”

야놀자 앱.

2년 만에 국내 중소형 숙박 시장에 달라진 변화는 온라인 예약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가능은 했으나 대중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모텔의 경우 워낙 예약 문화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점주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모텔을 비롯해 호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을 야놀자 앱에서 검색부터 예약과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대대적인 마케팅과 사용성 개선으로 야놀자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도 올라갔고, 숙박 예약 서비스에 대한 인식 또한 개선됐다. 회사가 계획한 대로 숙박 공간이 ‘자는 곳’에서 ‘노는 곳’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한국은 여행하기 쉽고 즐길거리가 많은 나라예요. 공간 예약이 보다 쉬워지고 질적으로 편안한 숙박 시설이 많아지면 이용 가능한 볼거리, 먹을거리가 훨씬 더 많아지게 돼 있어요. 저희가 예약 문화를 만들고, 시설에 대한 질적 개선을 함으로써 이런 시기가 앞당겨질 거라 생각합니다.”

야놀자가 오픈한 신개념 렌트 하우스 ‘휘게리 홍천 하우스’.

이수진 대표는 숙박 앱 사용성이 이제 막 초기를 넘어 중반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보고 있다. 앞으로 모바일 숙박 예약 시장 경쟁이 더욱 커지고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예약알선업체(OTA)들이 시장을 넓혀가고 있고, 이커머스 업체들도 자체 여행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을 통한 숙박 정보 및 예약 서비스도 본격 도입되고 있어서다. 지금의 경쟁은 경쟁도 아니란 설명이다.

“지금도 굉장히 경쟁이 뜨거운 것 같지만 아직도 숙박 예약 앱은 아는 사람만 쓰는 단계예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자유롭게 쓸 정도가 돼야 선진화된 수준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야놀자는 채널링 계약을 통해 글로벌 OTA에 야놀자를 연결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그들(외국 관광객)이 사용하는 플랫폼에 연동시키는 게 최우선 방법이기 때문이죠. 여행 산업이 커지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도 굉장히 세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이커머스 업체들도 마찬가지예요. 생존 전략을 짜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 글로벌 전략 투 트랙…“예약 서비스 굳어지면 선진화될 것”

야놀자 마이룸. 마이룸은 이용 고객이 내 방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야놀자가 중소형 숙박시설에 도입한 객실 서비스다.

야놀자는 글로벌 전략으로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모두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해외에는 야놀자가 가진 숙박과 관련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와 기술을 수출하고, 국내에서는 외국 관광객들이 지갑을 더 열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회사는 숙박사업에 필요한 전문 기술과 노하우부터 인테리어와 소모성 자재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인력까지 모두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더욱 단단히 구축하고 있다.

해외에 지점을 내거나, 지사를 세울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최소한의 비용과 인력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전략으로 방향을 정했다.

야놀자의 노력에도 아직 모텔과 같은 중소형 숙박은 기대만큼 선진화 되지 않았다. 아직 음성적인 영업을 하는 곳도 있고, 청결하지 못한 곳도 많다. 올해 초 야놀자 역시 불법 영업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가맹점이 적발돼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용자 수준이 높아지면 숙박업, 숙박중개업 모두 성숙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중소형 숙박에 예약 서비스가 정착되면 숙박업소들은 더 깨끗하고 투명하게 영업을 할 수밖에 없어요. 소비자들이 숙소를 고를 때 예약 가능 여부뿐 아니라 가격이나 서비스를 비교해보고 판단을 하기 때문이죠. 지금도 서비스, 청결, 환불정책 등 엄청 많이 좋아졌습니다. 앞으로 1, 2년 지나면 자동적으로 선진화 되고 성숙해질 거라 생각해요.”

■ 5년 뒤 매출 1조원…“직장보다 직업 찾아라”

야놀자는 5년 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1천억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수진 대표는 야놀자의 5년 뒤를 전망하며 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성장이냐 수익이냐를 놓고 저울질 하면서 그 때 그 때 필요한 전략을 취한다는 계획이다. 내년까지는 성장에 초점을 두고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적자를 보더라도 말이다. 5년 뒤 목표로 정한 매출은 1조원이다. 이는 올해 수준의 10배 가까운 매출이다.

“야놀자가 5년 뒤 매출이 1조 정도까지 성장하면 사용자들이 잘 컸다고, 유용한 서비스라고 인정해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기분 좋은 브랜드로 키우고 싶어요. 100% 완벽할 순 없겠지만 스타벅스처럼 사랑 받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내년까지는 성장에 초점을 두고 뛰려고 합니다. 성장이 커져서 영업이익이 저절로 커지는 그림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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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대표는 직원들의 행복에 대해서도 과거와 달라진 생각과 고민을 털어놨다. 과거에는 전 직원들의 행복을 본인이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에 대한 현실적인 한계를 깨달았다고.

“내가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오만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직원들도 많아졌고, 일도 바빠졌어요. 그래서 올해부터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게 직장보다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요. 평생을 가져갈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준점을 나를 위해 일한다고 하면 성과도 좋아지고, 본인 삶의 가치도 큰 발전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회사는 이들이 이직을 하더라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