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된 이해진 GIO…뭐가 바뀌나?

배우자·6촌 내 혈족·4촌 내 인척 간 거래 공시

인터넷입력 :2017/09/03 14:32    수정: 2017/09/04 17:24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됨과 동시에, 회사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는데, 향후 네이버가 받게될 규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네이버는 더 많은 계열사에 대한 공시 의무가 발생하고, 이해진 GIO는 배우자는 물론 6촌 내 혈족, 4촌 내 인척 간 거래에 제약이 발생함과 동시에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

■공정위, 네이버-넥슨 등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네이버 등 5곳이 새롭게 포함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했다. 새롭게 추가된 곳은 네이버를 비롯해 동원, SM, 호반건설, 넥슨 등이다.[☞관련기사: 네이버-넥슨 등 57개 社 ‘준대기업’ 지정]

또 기업에 실질적 지배력을 지닌 동일인(총수)으로는 각각 이해진 GIO, 김재철 회장, 우오현 회장, 김상열 회장, 김정주 회장 등이 지정됐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는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한 제도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에서는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동일인이라는 항목을 두고 있다. 동일인은 회사나 개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데, 개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것은 재벌 총수를 뜻한다.

개정법에서는 공시 의무, 사익 편취 규제의 적용 대상이 대기업집단에서 준대기업집단으로 확대된다. 즉, 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가 준대기업집단, 즉 네이버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 네이버, 71개 계열사 관리…6촌 이내 혈족 거래까지 공시

네이버 분당 사옥

네이버는 기업집단 현황 및 비상장사의 중요 사항과 더불어 동일인으로 지정된 개인(이해진 GIO)의 배우자 및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간의 거래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기존에는 회사의 일반 현황이나 회사의 주주 및 임원 구성 등을 공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특수관계인 현황이나 이들의 주식소유 현황 등 보다 자세한 내역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순환출자 현황, 채무보증 현황,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내계열사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 등도 정기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번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네이버가 포함되면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네이버 계열 24개사, 라인 계열 13개사, 휴맥스 계열 19개사, 재단 및 기타 15개사(총 71곳)에 대한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타기업의 기업군에는 휴맥스홀딩스 및 그 계열사, 휴맥스 계열사 임원의 지분이 있는 회사, 벤처 투자사인 프라이머 계열사 5곳 등이 속한다.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

휴맥스가 공시 의무 계열사에 포함된 이유는 올 3월부터 변대규 휴맥스 회장이 네이버의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돼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머 계열사의 경우 권도균 대표가 네이버 커넥트 재단의 이사를 맡아 공정거래법(계열회사 및 출연 재단의 임원들이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으며 최다출자자인 회사)상 계열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기타 회사로는 지음, 영풍항공여행사, 화음 등이 분류됐는데 이중 지음은 이해진 GIO가 사재를 출연해 2011년 11월 설립한 100% 개인 회사다. 총자산 642억원(2016년 말 기준)으로, 일본과 싱가포르에 100%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음은 이 GIO가 벤처 투자 등의 목적으로 회사를 운영 중이며, 네이버와는 사업적, 금전적 연관이 없다.

영풍항공여행사와 화음 역시 이해진 GIO와 친족과 연관된 회사지만, 네이버와는 아무런 사업적, 금전적 연관이 없는 회사다.

이해진 네이버 GIO.

네이버는 “동일인으로 네이버가 되든, 이해진 GIO가 되든 휴맥스홀딩스 및 그 계열사들, 유한회사 지음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고 해당 내용이 공개되는 점은 같다”면서 “다만 이해진 GIO가 동일인으로 지정됨으로써 이해진 GIO의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친인척 관련 자료 등을 매년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게 된 네이버는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에 따라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을 상대방으로 하거나 특수관계인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거래행위를 할 때는 미리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후 이를 공시해야 한다.

아울러 총수일가 사익편취금지 규정에 따라 네이버는 특수관계인에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할 수 없다.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부당 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뜻이다.[☞관련기사: 공정위는 이해진 GIO를 왜 '총수'라 했을까?]

■ 네이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네이버는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는 이해진 전 의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따른 불이익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는 공정위의 이번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과 함께 이해진 GIO의 동일인 지정으로 글로벌 사업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네이버를 바라볼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적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재벌 총수가 지배하는 투명하지 못한 회사‘로 낙인 찍을 수 있다는 것.

이에 네이버는 이해진 GIO의 배우자, 6촌 내 혈족, 4촌 내 인척 간 거래까지 공시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해외 사업에 전념하기로 한 이 GIO가 총수로서 국내에서 해야할 과도한 역할과 책임 때문에 사업상 여러 제약과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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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오늘 공정위 발표에 대해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이에 공시대상기업집단이 공개해야할 자료 제출 요청에 성실하게 임하고, 앞으로도 법이 정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는 “순수 민간기업의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 성장했을 때 지금까지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된 사례는 민영화된 기업과 외국계, 법정관리 기업을 제외하고는 없었다”면서 “국가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기업들에게 재벌과 총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각이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표했다.[☞관련기사: 네이버 “공정위 이해진 GIO 총수 지정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