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업체 영림원소프트랩이 클라우드 기업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
권영범 대표의 각오도 남다르다. 권 대표는 지난 37년을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이자 경영인으로 의미 있는 결실을 거뒀다. 올해 63세인 그는 클라우드에 SW인으로서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는 각오다.
“클라우드는 국내 IT비즈니스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실크로드”라며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일념으로 남은 생을 바치겠다”는 그의 말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지난 23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영림원소프트랩과 동반성장에의 초대’ 행사에서 권 대표는 400여 명의 SW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클라우드 사업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며 “영림원의 동반자가 되어 세계 시장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영림원의 클라우드 전략을 소개하고 파트너를 모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권 대표는 자신이 엔지니어와 경영인으로 주도해 온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국내외 SW 시장에서 체득한 성공 노하우를 공개했다. 권 대표는 실패를 딛고 일어난 경험에서 성공 방정식을 찾았고, 클라우드 사업도 해쳐 나갈 묘안을 찾았다는 점을 예비 파트너사들 앞에서 강조하고 싶어했다.
권 대표는 먼저 1997년 국내 최초 ERP를 만들어 출시했을 때 얘기를 꺼냈다.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았다. ERP를 알리려고 온갖 일은 다 해본 것 같다. 각종 세미나에 나가 약장수 노릇도 숱하게 했다. 고객이 우리 ERP를 실제 잘 쓸 수 있을 때까지 원하는 것은 무조건 지원해줬다. 5천만원에 패키지 SW를 팔았는데, 결국엔 2~3억원 어치 일을 해주는 상황이 일어났다. 회사가 망할 것 같았다.”
권 대표는 커스터마이징(고객이 원하는 대로 SW를 고쳐주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의 판단의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못 팔아도 좋으니 ‘노(No) 커스터마이징 프로젝트’만 하겠다고 결정했다. 첫 해엔 10개 밖에 안 팔리더니, 해가 지나면서 40-50개 씩 팔리기 시작했다. 같은 소스코드를 계속 사용할 수 있으니까 고객 수가 늘 수록 회사에 엄청난 힘이 됐다. 유지보수로 받는 수익으로 다른 투자를 가능케 하는 전환점이 됐다. 경영을 하면서 가장 잘한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 ERP는 중소기업 밖에 못 쓴다는 편견이 따라 붙어, 기업 성장에 한계가 됐다. 권 대표는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1조 규모의 회사인 롯데제과의 전사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맡았고, 이를 밑거름 삼아 영림원 ERP 구조를 대기업도 사용가능한 방식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이후 대형 프로젝트를 최소의 커스터마이징으로 맞춰줄 수 있도록 아예 ERP를 서비스지향아키텍쳐(SOA)구조로 바꿔 기능별로 탈착이 가능하케 했다.
권 대표는 “커스터마이징이 손쉬워졌기 때문에 비즈니스에서 커스터마이징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프로젝트 규모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클라우드 ERP를 개발하면서 지금까지 경험을 십분 녹여냈다. 개발사 입장에서 제품을 관리하기 쉽게 코드의 재활용성, 개발 생산성, 코드 해독성을 확보했고, 사용자 입장에선 원하는 프로세스를 골라서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 손쉬운 유지보수 요청이 가능케 했다.
권 대표는 “클라우드 ERP 개발 프로젝트는 개인적으로 SW엔지니어로서 엔지니어링의 완성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감을 가진 프로젝트”라며 “프로젝트 끝나고 환갑이 됐고, 이후 CTO에서 (미련없이) 손을 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림원 클라우드 ERP는 외부 개발사가 쉽게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붙일 수 있는 구조와 개발도구(K스튜디오)를 갖춰 놓고 있다. 영림원이 자신있게 클라우드 동반자가 되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 시장 진출은 좁은 내수시장에서 태어난 국내 SW기업의 공통된 과제인 만큼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권 대표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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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며 다투지 말고 세계 시장에 나가는 데 힘을 합하자”면서 “SW의 재사용(리유즈)성을 극대화해 메리트를 함께 나누는 일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클라우드는 사람이 직접 나가지 않아도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IT비즈니스의 실크로드라고 생각한다”며 “영림원은 기업 SW 시장에서 ‘아시아 넘버원’이란 꿈을 가지고 있고 동반자 기업들과 함께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