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민 부대표는 전형적인 운동 마니아다. 7년간 태권도장을 운영한 경력이 있을 정도다. 평소에도 점심시간에 밥 대신 운동을 택하고 닭가슴살로 식사를 때운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들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쯤 되면 운동에 관심을 갖다 보니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는 뻔한 창업 이야기가 연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이야기는 그리 간단치 않다.
김두민 부대표는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와 인연이 깊다. 김 부대표는 2010년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와 함께 소셜커머스 '헬로디씨'를 시작하면서 소셜커머스 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에는 고관호 대표와 그루폰코리아 출범을 함께 했다. 그외 주문·배달 앱 배달통·요기요에서 함께 재직하기도 했다.
고관호 대표가 '케이핏'이라는 서비스의 한국 대표를 맡고 김 부대표가 이에 합류하면서 운동 O2O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놨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면서 현지화와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다는 김 부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합리적 가격·시장 문제 해결 좇는 방식 모색
펀패스코리아를 말하기 위해서는 사업 모델의 원형 격이라 할 수 있는 케이핏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글로벌 운동 O2O 플랫폼 케이핏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월 이용권을 결제하면 헬스장 등 제휴된 매장 어디서든 운동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당시 케이핏 한국 대표와 부대표였던 고관호 현 펀패스 대표와 김두민 부대표는 깊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핏의 사업 모델이 한국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사소하게는 UX·UI부터, 비자·마스터 카드만 지원하면 충분했던 해외와 다른 한국의 결제 환경, 말레이시아가 중심이 됐던 개발, 필리핀·호주·홍콩 등에서 주로 서비스 됐던 탓에 고객 대응을 영어로 했던 점 등이 걸림돌로 받아들여졌다.
사업모델에서 느낀 한계도 있었다. 케이핏은 결제 고객이 이용권을 자주 사용할수록 제휴 매장에 정산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나 손해가 커졌다. 운동 O2O 플랫폼인데도 고객에게 운동을 권장할 수 없는 모델이었다.
케이핏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작년 4월 새로 창립한 게 펀패스코리아다. 결제 방식부터 변경했다. 기본적으로 이용 횟수에 따라 결제하는 방식을 적용하면서 1회권, 정기권으로 선택지를 나눴다. 고객이 결제 후 제휴 매장을 자주 찾지 않아 발생하는 낙전 수입은 제휴 매장의 몫으로 돌리고, 결제 금액의 수수료만 가져가는 모델을 선택했다.
이용료 책정 방식에서 소셜커머스 시장 경험이 발휘됐다. 박리다매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제휴 업체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별로 저렴하지 않으면 고객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는 점을 의식해 함께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할인율을 찾았다. 고객이 늘수록 큰 비용 없이 수익이 늘어나는 헬스장 사업의 특성도 이런 운영 방식에 적합했다.
결제 방식을 바꾸자 헬스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먹튀' 문제도 자연히 해결됐다. 헬스장에서는 할인을 빌미로 고객에게 장기 할부 결제를 유도한 뒤 갑자기 폐업 후 사라져버리는 사건이 빈번하다. 결제한 금액이 한 번에 헬스장에 입금돼 발생할 수 있던 문제인데, 이를 고객의 이용 횟수에 따라 제휴 매장에 분할 입금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인 것이다.
앱으로 제휴 매장의 정보를 게시하면서 그간 매장에 직접 일일히 연락해 가격 등 매장 정보를 확인하고, 가격 협의도 직접 해야 했던 고객의 불편함도 해소할 수 있었다.
현재 전국 펀패스 제휴 매장은 1천개 수준이다. 김 부대표는 "헬스장, 필라테스, 스크린골프 등 전체 DB에 등록된 매장이 10만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매장의 약 100분의 1 정도와 제휴를 끝낸 셈"이라고 말했다.
아직 제휴 매장은 적지만, 고객 충성도는 높게 나타난다. 김 부대표에 따르면 1회권을 이용한 고객의 정기권 구매 비율이 약 40%까지 나온다.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e쿠폰 제도도 도입했다. 기프티콘처럼 일정 금액의 이용권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한 것. 8월 초부터 위메프나 11번가 등 주요 전자상거래몰에 상품을 등록해 접근성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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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계획에 대해 김두민 부대표는 비품 유통(MRO) 사업을 언급했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프랜차이즈 헬스장이 따로 오픈마켓 등에서 구입하는 수건, 샴푸 등의 비품의 구매처를 일원화하고, 비품 구입 데이터를 제공해 각 매장의 현황을 분석·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목으로 흔히 음악이나 체육을 말하지만, 실제로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누가 권하지 않아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