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공무원들은 회식할 때 '소세지'와 '대중소'를 외친다. 소세지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뜻이고, 대중소는 '대한민국 중심은 소프트웨어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미래부 공무원들 구호와 달리 국내 SW환경은 척박하다.
SW기업 대부분은 영세하고, 개발자들은 '월화수목금금금'이라며 열악한 근무환경을 하소연한다. 변변한 글로벌 SW기업도 없다.
보안SW업체인 제이컴정보를 이끌고 있는 문재웅 대표도 국내 SW환경에 할말이 많았다. 그는 SW개발자를 과학자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SW 중요성과 20년 이상 바뀌지 않은 SW환경을 개선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 ‘SW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때 검사가 꿈이었던 그는 2002년 5월 제이컴정보를 창업했다.
보안SW업체 모임인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월말 약 80개 SWㆍICT 단체가 만든 SWㆍICT 총연합회 상임 공동위원장이기도하다. 지난 대통령선거때는 더불어민주당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민주당 사이버보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SWㆍICT 총연합회 상임공동위원장으로 2일 인터뷰에 응한 그는 “유지보수비 현실화 등 지난 20여년간 목소리를 내왔는데 SW기업 환경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면서 “융합과 초연결이 강조되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4차산업혁멱시대를 주도하고 20년 이상 지속된 열악한 SW환경을 개선하려면 SW에 관한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SW강국이 되려면 개발자를 과학자로 대접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발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과학자입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급여도 제일 높은 수준이고 과학자 대우를 받습니다. 지난 20여년간 SW개발자 처우가 개선 되지 않은 것은 개발자를 과학자로 보지 않는 사회 풍토 때문입니다”.
문 위원장은 이런 차원에서 SW 평가는 용역이 아닌 ‘가치’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W는 용역이 아닙니다. 부가가치 창출이 큰 지식산업입니다. 용역을 기반으로 인건비를 계산하는 현재의 ‘맨먼스 방식 계산’은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합니다”.
논란이 많은 유지보수비용 문제 역시 도마에 올랐다. 이 문제는 국내 SW업체들이 오래전부터 개선을 요구해온 사항이다. 외산에 비해 국산 SW는 유지보수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개발자를 과학자로 본다면 당연히 유지보수비도 현실화, 높여줘야합니다. 외산은 20% 이상 받는데 국산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5~6%밖에 안됩니다. 국산도 외산과 동등한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외산 유지보수 비용을 먼저 책정하고 나머지 돈으로 국산제품을 나눠주니 이런 현상이 생깁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국내 SW기업이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문 위원장은 바람직한 유지보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보화 예산에 소프트웨어 제품과 유지보수를 처음부터 따로 분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W 분야 연구개발(R&D)도 ‘메스’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 위원장 생각이다.
무엇보다 에트리(ETRI) 같은 공공기관 연구소가 5년이상 걸리는 원천SW 개발에 주력하지 않고 1~2년짜리 과제를 기업과 경쟁, 수주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SW 연구개발 과제시 공공기관 연구소와 기업의 인건비가 4배나 차이 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문 위원장은 제이컴정보 실제 사례를 들며 SW 연구개발 지원액이 너무 작다고 하소연했다.
“우리 회사가 모바일 보안 신제품을 만들어 상용화하는데 4년이 걸렸습니다. 직원 10명이 매달렸습니다. 총 비용이 20억 원 이상 들었습니다. 그런데 연구개발 지원액은 최대가 5억원 정도입니다. 한정된 예산을 배분해야 하는 정부 고충도 이해하지만 돈을 쪼개서 많은 기업에 지원하는 현재의 방식은 개선해야 합니다”.
문 위원장은 SW 연구개발은 하나의 원천기술이 A나 B, C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복 개발해도 문제가 없는데 이를 허용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기표현을 잘 안하는 SW업계에서 줄곧 총대를 매며 업계 의견을 말해왔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수석부회장 등 여러 직책을 맡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관련기사
- 찬밥된 SW와 IT2017.06.05
- "SW강국, 정찰제 도입-유지보수 입찰제 폐지부터"2017.06.05
- 새 정부 SW전략, '4저-3불타파'부터2017.06.05
- 탄핵 정국 속 네이버·카카오…규제 리스크 커져도 갈길 간다2024.12.26
몇 년전 정부 측 위원으로 일하며 제도를 개선하기도 했다.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SW하도급 태스크포스(TF)위원으로 1년간 일하면서 SW관련 하도급법을 개선했다. 또 SW개발물에 대한 개발사 권한을 강화, 개발사가 SW개발물의 저작권을 50% 갖도록 했다.
문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이 조류를 활용해 SW 및 산업 강국이 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1차산업혁명은 영국이, 2ㆍ3차 산업혁명은 미국이 주도해 세계 최강국이 됐다”면서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 하면 결코 SW강국이 될 수 없다. SW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산업과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