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탁월한 분석 기술로 유명한 업체다. 소비자들이 어떤 동영상 콘텐츠를 어떻게 보는지 정교하게 분석한다.
넷플릭스가 경쟁업체에 비해 많지 않은 콘텐츠로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추천 시스템 덕분이다.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넷플릭스 못지 않은 분석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업체가 있다. 동영상 분석 전문 스타트업인 트르림라이저가 그 주인공이다.
스트림라이저는 넷플릭스 출신인 에릭 김 대표가 4년 전 설립한 업체다. 아직 스타트업인 스트림라이저는 차세대 영상 분석 플랫폼을 앞세워 동영상 시장의 실력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의 성능을 인정받아 글로벌 영상 기술업체 칼투라와 협력해 지상파 방송 3사 합작 법인 코리아콘텐츠플랫폼에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2015년 본엔젤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현재 시리즈A 투자 유치도 논의하고 있다.
에릭 김 대표를 만나 스트림라이저의 차세대 영상 분석 플랫폼 얘기를 들어봤다.
■ "구글 애널리틱스보다도 뛰어난 심층 분석"
에릭 김 대표는 스트림라이저 영상 분석 플랫폼의 강점을 크게 4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시청자 집단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몇 명이 해당 콘텐츠를 언제 어떻게 보는지, 도중 이탈 가능성은 높은지에 대해 분석한다.
두 번째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시청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는 모바일 기기, 텔레비전, PC 등 여러 기기에서 소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동영상 분석 서비스에서는 보통 콘텐츠의 URL을 기준으로 한 분석만을 제공한다.
이렇게 분석할 경우 여러 종류의 기기에서 나타나는 콘텐츠 이용 행태가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는 것이 힘들다. 스트림라이저는 시청 기기별 콘텐츠 소비 행태를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이런 한계를 메워준다.
세 번째는 영상에 대한 몰입도를 의미하는 '인게이지먼트' 분석이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인게이지먼트의 경우 고객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수치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치화 과정에서는 콘텐츠 페이지의 조회 수보다 얼마나 오래 콘텐츠을 소비했는지에 더 중점을 둔다고도 설명했다. 인게이지먼트는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매길 때의 주요 기준이 되고, 어떤 콘텐츠가 언제 인기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마케팅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재생 품질 분석이다. 영상 콘텐츠들은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중요한 것들이 많지만 다량의 데이터를 사용하기 대문에 재생에 있어 장애가 빈번히 발생한다. 에릭 김 대표는 최근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소비자들이 동영상 화질에 대해 앞으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봤다.
고화질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가 경쟁 상대로 들어오면서 초고속 인터넷 망의 수준에 비해 떨어졌던 한국의 영상 콘텐츠의 화질 개선도 향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연히 고화질 영상에 따르는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지도 서비스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중심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주기 위해 스트림라이저의 분석 플랫폼은 콘텐츠가 아닌, 사용자 기기에서 오류를 측정한다.
■"이용자에게 최고의 경험 주는 데 기여하는 차세대 분석 제공할 것"
글로벌 동영상 분석 솔루션 시장을 살펴보면 빅데이터 프로세싱 플랫폼 콘비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빅데이터 기업 NPAW 등이 주요 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주요 영상 분석 플랫폼들로는 심층적인 소비 행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다보니 기업에서 데이터를 정리, 분석한 뒤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역할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스트림라이저가 이들보다 심층적인 동영상 분석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미국 기반의 콘비바나 스페인의 NPAW 같은 경우 기술 측면의 접근을 많이 한다"며 "이 업체들은 재생 장애 등 서비스 퀄리티 측면에 집중된 서비스인데 반데 저희 같은 경우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측면에 집중한 솔루션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 경영이나 판매관리 차원에서 봤을 때 회사 성장 동력, 서비스 성장 현황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분석 틀"이라고 말했다.
에릭 김 대표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있었던 실제 사례를 통해 솔루션의 실효력을 입증했다.
콘텐츠 제작사들이 스트림라이저의 분석 결과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 중 하나는 콘텐츠의 전달력이다. 김 대표는 "우리 솔루션으로 영상 소비 현황을 분석했을 때 트래픽이 다른 분석 결과의 4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난 적이 있다"며 "단순히 페이지 상에 나타난 조회수를 그대로 기입하는 게 아니라, 허수를 제외하고 실제 동영상을 시청한 사람만 세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보안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김 대표는 "콘텐츠 제작사에 보고된 각종 분석 결과들 중 저희 쪽에서 조사한 자료가 마지막 단락에 있었는데, 앞에 언급된 타 회사들의 자료와 저희 쪽 자료의 수치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며 "조사해보니 불법 사이트가 콘텐츠의 URL을 따서 올리고 광고를 달아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알게 돼 이를 차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트림라이저는 향후에도 콘텐츠 제작사들이 자사 분석을 사업 전략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서비스 개선 방향에 대해 에릭 김 대표는 "광고 관련 분석에 아쉬움이 있다"며 "아직 구현되지 못한 부분들을 차츰 이뤄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에릭 김 대표는 스트림라이저를 통해서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송하는 것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콘텐츠 이용자가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게끔 지원 기술을 계속 개발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IT 기업에서는 '협업' 중요…프로젝트 성공이 최우선
에릭 김 스트림라이저 대표는 넷플릭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실리콘밸리에서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넷플릭스는 최고의 연봉과 대우를 받는 반면 사내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부에선 비인간적이란 비판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넷플릭스의 문화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며 "넷플릭스 외에도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독자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IT 기업들이 있는데, 각 기업의 비전에 적합한 문화를 지닌 것뿐"이라고 말했다.
스트림라이저에서 김 대표가 중시하는 것은 협업능력이었다.
김 대표는 "한국 인재는 학창시절 내내 경쟁 체제에서 길러지는 반면 IT 기업에서는 대개 협업이 중요하고 개개인의 등수를 가릴 이유가 없다"며 "팀 내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며 집단으로 움직이는 프로젝트 성과를 우수히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지금은 기술 경쟁력보다 문화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라며 "창업 초기 때부터 회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말한 김 대표는 스트림라이저 인력 채용 시 실력이 뛰어난 인재보다 겸손하고 협업에 능숙한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에 실리콘밸리의 개발 과정이나 기업 문화를 그대로 적용하며 겪은 시행착오 덕에 세워진 지론이다.
스트림라이저는 지난 2013년 창업된 스타트업이다. 창업 이후 여러 가지 난관도 당연히 존재했다.
김 대표는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는, 수요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시장에서 정말 자사 제품이 통할지 검증하는 과정이 길었다"며 "가격 경쟁력, 기능, 고객이 원하는 바와 부합하는지 등 여러 고민을 오래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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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출신으로서 네트워크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김 대표는 "사업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힘들었다"며 "해외에서는 전시회나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국내 사업을 위해서는 개별 만남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업계 문화 차이도 있었다. 에릭 김 대표는 "국내 업계는 솔루션을 이용한 만큼 지불하는 형식을 낯설어 한다"며 "그보다는 솔루션을 사고 말고의 문제로 여기는 업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