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강국, 정찰제 도입-유지보수 입찰제 폐지부터"

[인터뷰] 조풍연 SW-ICT 총연합회 공동상임대표

컴퓨팅입력 :2017/05/26 10:55    수정: 2017/05/26 10:58

“공공시장에서 구매하는 소프트웨어(SW)도 이제는 옷 같은 제품처럼 정찰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옷 같은 제품은 가격표에 100원이라고 붙어 있으면 100원을 다 주고 삽니다. 이른바 정찰제입니다. 그런데 공공 시장 SW는 그렇지 않습니다. 툴 기반으로 계산해 A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이 100원이라고 하면 이 100원을 다 주지 않습니다.

기재부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깎입니다. 마지막 단계에는 60~70원으로 쪼그라듭니다. 공공시장 SW에 정찰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공공SW 시장의 유지보수 입찰제도 큰 문제입니다. 이 것 때문에 SW회사들이 황폐해집니다. SW가격 정찰제와 유지보수 낙찰제 폐지, 이 두가지만 실현되도 우리나라가 SW 강국이 되는 데 초석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조풍연 메타빌드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SW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SW가격 정찰제와▲유지보수 낙찰제 폐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메타빌드는 미들웨어 회사다. 세계 1위 미들웨어를 비전으로 조 대표가 1998년 설립했다. 조 대표는 SW 및 ICT 단체 80여 곳이 참여해 지난 3월말 발족한 SW, ICT 총연합회의 상임 대표도 맡고 있다.

연합회는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각 정당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SW,ICT 강국 실현 11대 요구를 전달,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 제안이 더불어민주당 공약에 녹아들어 ‘세계에서 SW를 가장 잘 하는 나라’와 ‘SW기업 하기 가장 좋은 나라’라는 대선 공약이 탄생했다.

조풍연 메타빌드 대표 겸 한국SW,ICT총연합회 공동 상임대표.

조 대표는 연합회 성격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만들었지만 결코 정치적 조직이 아니다. 상임 대표가 나를 포함해 4명이다. 이들 4명의 공동 상임대표 밑에 15개 단체를 대표하는 공동대표 15명이 있어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근 20년 가까이 SW사업을 해온 그는 특히 공공시장에서 SW가 제 대접을 받는데 앞장서 왔다.

현재 공공분야에서 보편화한 상용SW라는 말도 그가 만들어 정착시켰다. 이전에는 공공기관들이 제안요청서(RFP)에 상용SW라는 말 대신 패키지SW, 솔루션, 애플리케이션 SW라는 말을 혼용했는데, 이를 지식재산권이 있는 SW라는 의미의 상용SW로 통일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조 대표다.

그는 SW 기업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SW기업이 돈을 벌어야 연구개발(R&D)로 품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구글과 같은 직원(개발자) 질 좋은 복지와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면서 “현재의 공공SW시장 생태계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메타빌드가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근 20년간 이런 열악한 환경이 바뀌지 않았다는 그는 “마침 새로 들어선 정부가 SW기업 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표방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 "SW 강국 되려면 4저-3불부터 없애야"

조 대표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SW) 강국이 되려면 ‘4저(低) 3불(不)’을 없애야 한다고 말해왔다. 4저는 제 값을 받지 못하는 SW인건비와 SW구입비, 유지보수비, 최저가를 말한다. 3불은 정가예산, SW소유권, 유지보수 수의 계약 등 인정을 받지 못하는 3가지 권리를 뜻한다. 조 대표는 4저 3불중 ‘SW 정가제’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으며 “SW강국 위해 이번 정부에서 꼭 해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찰제를 시행하는 옷 등은 정해진 가격을 다 준다. 그런데 공공 분야 SW는 그러질 않는다. 프로젝트 비용이 얼마라고 계산돼 나오면 이 가격을 다 줘야 하는데 깍이고 깍인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기재부에서 먼저 깍고, 예가(예정가격)라는 제도를 만들어 또 한번 깍고, 결국 최종 사업 수행자는 100원짜리 프로젝트를 60원~70원에 수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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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감사도 개선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가 '살리는 감사'가 돼야 하는데 '죽이는 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감사해야 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프로젝트 구현에 제 값을 줬는지, 또 프로젝트 수행으로 업무를 얼마나 개선했는지, 이런 부분을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최저가로 사업을 수행했는지를 감사하다 보니 공공SW 시장 가격구조가 왜곡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SW가 지식산업인 만큼 SW사업 대가에서 사용하는 ‘용역’이나 ‘노임비’라는 말도 다른 말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노임비 대신 개발비라는 말을 쓰자는 것이다.

조 대표는 정찰제와 함께 공공기관의 유지보수 입찰제를 폐지 1순위로 꼽았다. 공공기관이 편의상 시행하는 유지보수 입찰제로 다단계 구조가 형성, SW기업을 피폐케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여러 유지 보수를 모아서 입찰에 붙이면 컨소시엄이 이를 낙찰, 결국 다단계 구조가 만들어지고 유지보수 가격이 형편없이 낮아진다”면서 “공공기관이 유지보수를 입찰하는 건 말도 안된다”며 민간처럼 공공분야도 유지보수를 수의계약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