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4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유전병을 앓고 있는 이 회장의 몸 상태가 아직은 완전하지 않지만 엄중한 시기에 더 이상 경영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본인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경영 복귀로 해석된다.
이재현 회장은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 신도시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 컨퍼런스 (ONLYONE Conference)'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해 오늘 4년만에 여러분 앞에 섰다. 정말 고맙다"며 "2010년 제2도약 선언 이후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글로벌사업도 부진했다.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저는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며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 이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혀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이날 행사에는 CJ주식회사 이채욱 대표이사 부회장, CJ제일제당 김철하 대표이사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와 국내외 임원 등 통합연구소 직원 등 약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건강 회복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곧바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그룹이 이에 연루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당초 5월 대선정국과 새 정부 출범,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재판, 건강 문제 등을 감안해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다소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중대한 시기에 더 이상 경영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 회장의 뜻이 강해 일선 복귀를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날 여전히 휠체어와 부축에 의지하긴 했지만,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할 정도로 건강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CJ그룹 관계자는 "몸 상태가 100% 회복된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 하루빨리 경영에 복귀해 그룹을 챙겨야 한다는 (이 회장)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 (복귀를)더 이상 늦출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식품회사에서 문화기업으로 그룹을 성장시키며 숨가쁘게 달려오다가 위기를 맞았던 이 회장은 이날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 회장은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지금, CJ의 콘텐츠, 생활문화서비스, 물류, 식품, 바이오의 사업군은 국가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며"CJ그룹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때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선대회장과 저의 사업보국 철학도 실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2020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는 '그레이트 CJ(Great CJ)'를 넘어 2030년 '월드 베스트(World Best) CJ'를 달성하자는 새로운 경영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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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자는 것을 의미한다.
CJ그룹은 올해 5조원을 비롯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 분야에 M&A를 포함해 총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