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만으로 '진짜 좋은 기업'을 가려내겠다는 야심찬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속가능발전소가 제공하는 '후즈굿(Who's Good)'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지난해 말부터 베타테스트로 제공되던 '후즈굿'을 최근 정식 서비스로 전환했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만으로 매출, 영업 이익 같은 수치 너머에 있는 진짜 기업 가치를 판별해주겠다는 것이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가능발전소의 야심이다.
오픈웹 형태로 제공되는 후즈굿 사이트(www.whosgood.org)에 접속하면 구글처럼 검색창이 보인다. 이곳에 기업명을 입력하면 해당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수치화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유엔 사회책임투자 원칙(UN PRI)에 따라 기업의 비재무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세 가지 항목의 앞글자를 따서 'ESG'라 부른다.
예를들어 삼성전자를 입력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물 사용량 및 재활용 현황 ▲독성 화화물질 배출 현황 등 환경 지수와 ▲임직원 평균 연봉 ▲비정규직 ▲여성 고용률 등 사회 관련 지수 ▲임직원 평균 연봉 대비 임원 평균 연봉 ▲대주주 현황 등 지배구조 관련 지수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 "사회적 책임 투자 비중 갈수록 커져"
이런 지수들이 왜 중요한 걸까? 이에 대해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비재무 리스크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더이상 장사만 잘 한다고 투자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표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 투자의 기본 원칙인 ESG를 고려해 투자를 집행하는 미국, 유럽 기관투자자들의 자산 규모는 3경원이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에 관심을 갖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을 찾는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참고할만한 ESG 데이터가 없는 탓에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이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ESG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을 때 비즈니스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경우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폭스바겐 그룹은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미국에서만 약 16조3천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했다. 2013년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재고를 밀어넣기해 갑질논란이 벌어졌던 남양유업은 직전 해 대비 1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ESG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후즈굿은 이 같이 ESG가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에 맞춰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보다 객관적인 분석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우존스, 톰슨로이터 등과 같은 곳에서도 비재무 정보들을 분석해 제공하지만 대부분 사람 손을 거친다. 조사 방식도 기업 담당자가 약 80페이지 분량에 해당하는 질문지에 답하는 수준에 그친다. 심지어 이 같은 질문지에 모범답안을 제시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 해주는 회사까지 있는 실정이다.
■ 공공 데이터+ 뉴스 데이터 토대로 ESG 데이터 산출
윤 대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데이터와 뉴스데이터에 주목했다. 국내 기업들에 대한 공공데이터는 국내 기관들로부터 수집한다. 뉴스에 포함된 팩트를 분석해 사건의 심각성을 평가한 뒤 ESG 데이터를 산출하는데 활용한다.
예를들어 국내 산업단지 공장에서 사고가 나서 인근 주민이 죽거나 다쳤다는 내용이 지역언론사에 보도됐을 경우 이와 관련된 기업이 어느 곳인지, 어떤 화학물질이 얼마나 유출됐는지 등을 수치화해 사건의 심각성을 평가한다. 후즈굿은 특히 관련 사건의 빈도(frequency)와 파급력(impact)을 점수화한다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이렇게 분석한 정보는 후즈굿 사이트 외에 코스콤이 운영 중인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과 연동해 오픈API 형태로 일부 증권사에도 제공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팩트셋이라는 회사에도 정보가 제공될 예정이다.
후즈굿의 수익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온라인 웹사이트를 통해 투자기관이나 관심있는 기업, 개인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월 구독료를 받는 모델이 첫째다. 두번째는 코스콤, 팩트셋과 같은 금융플랫폼이나 증권사에 API 형태로 정보서비스를 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태클톡스(www.tackletox.com)'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 지역별로 어떤 공장에서 어떤 종류의 독성화학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를 비교해 유독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는 사업장수가 48개로 총 배출량은 5988톤에 그쳤지만 독성점수는 51개 사업장에서 5만110톤이 배출되고 있는 강원도에 비해 570배나 높게 나타났다. 1차 금속제조업 분야에서 배출하는 크롬화합물의 독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내년 상반기부터 일본, 호주 연기금을 대상으로 한국기업에 대한 ESG 정보를 제공해 이들 나라 기관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유치하기 위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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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기업이 바뀌려면 최고경영자(CEO)가 바뀐다고 되지 않는다"며 "투자자와 소비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쁜 회사에 투자 하지 않고, 제품을 사지 않는다면 그 기업이 진짜 좋은 기업으로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ESG 리스크에 대한 관리는 기업 입장에서도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더러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척도로 부상하는 중이다.
윤 대표와 동료들의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