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 1500억 해외 NID사업 '잭팟'

디젠트, 말레이시아 전자주민증 사업 수주

일반입력 :2014/12/01 16:49    수정: 2014/12/01 18:31

손경호 기자

10여년 동안 지문인식 알고리즘이라는 한 기술만 파왔던 토종기업 디젠트가 1억4천만달러(약 1천558억4천800만원)에 달하는 말레이시아 전자주민증(NID) 사업을 수주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벤처기업의 기술력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또 다른 성공사례로 꼽힌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오는 2017년 총선을 위한 지문인식기반 전자투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각 정부기관별로 별도 스마트카드를 발급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사업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젠트(대표 안필현)는 1일 말레이시아 수상 산하 직속기관으로 우리나라 국민연금관리공단에 해당하는 야야산(YAYASAN RAKYAT Malaysia)과 2016년 말까지 말레이시아 NID 시스템 구축 1차 사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디젠트는 지문 인식 알고리즘을 탑재한 스마트카드 3천500만장과 이를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 6만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디젠트 김종배 이사에 따르면 이 회사가 개발한 기술은 '매치온카드(Match-On-Card, MOC)'를 적용한 스마트카드다. 일반적으로 IC칩이 사용되는 스마트카드는 암호화된 지문 정보를 저장하기에는 메모리 용량이 부족하다.

김 이사는 독자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지문 정보, 암호화 알고리즘, 실제 지문과 스마트카드에 저장된 지문에 대한 비교 분석 알고리즘을 탑재해 보안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지문은 다른 생체정보에 비해 손쉽게 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MOC다. 김 이사는 본인 인증을 위해 스마트카드에 저장된 지문정보와 실제 자신의 지문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도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해킹조직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지문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독자 암호화 알고리즘을 활용해 지문정보를 저장한 스마트카드까지 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생체정보(지문)와 스마트카드를 조합해 전자주민증, 결제용 신용카드 등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0월에는 '국제 온라인 인증 컨소시엄(FIDO) 얼라이언스' 연례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다. 국내 삼성전자, 크루셜텍과 구글,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페이팔, 레노버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 협회는 생체인식과 신용카드를 결합하기 위한 표준을 연구하고 있다.

디젠트의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등록증을 처음 등록할 때 사용하는 안전행정부 지문인식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활용되고 있으며, 인천공항 내 자동출입국 지문인식시스템, 외국인 지문등록시스템 등에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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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필현 디젠트 대표는 1년 간 (말레이시아) 사업 수주를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다며 벤처기업으로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보람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 대표는 또 1차 사업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전체 공급량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돼 있어 앞으로 10년 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전 세계 전자주민증 사업에 적극 참여해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