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달폰’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 1차 출시국에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아이패드 시리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1차 출시국에 한국이 포함된 횟수는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아이폰6와 아이패드에어2 모두 한국은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아이폰6는 이미 ‘담달폰’이 돼버렸고 아이패드에어2는 아슬아슬하다.
■애플의 비밀주의 vs 국립전파연구원의 공개 원칙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한국을 1차 출시국에 넣지 못하는 이유는 ‘비밀 유지’에 대한 애플의 보안 원칙 때문이다.애플은 신제품 출시 전까지 모든 정보에 대해 입을 다문다. 협력 업체들을 통해 일부 정보가 새어나가긴 하지만, 그 어떠한 힌트도 주지 않는다. 공개 행사를 앞두고 배포하는 초대장 이미지에 매우 우회적이고 비유적인 힌트가 일부 있을 뿐이다.
심지어 정보를 유출한 협력사를 적발하면 거액의 벌금을 물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비밀 원칙 때문에 애플이 한국을 1차 출시국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이 주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애플을 비롯해 모든 제조사들은 각 국가가 정한 절차에 따라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적합성 평가, 소위 ‘전파인증’을 획득해야 제품 판매가 가능하다. 전파인증에는 통상 일주일 가량이 소요된다. 그리고 국립전파연구원은 전파인증을 획득한 모든 제품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애플은 제품 출시 때마다 국내 국립전파연구원을 비롯해 각 국의 담당기관에 비밀유지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요청에 응해 애플이 해당 국가 출시 소식을 발표하기 전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국립전파연구원은 예외를 두지 않고 공개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1차 출시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호인정협정(MRA) 2단계만 타결 되면 가능하긴 하지만…
물론 한국이 향후 1차 출시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상대 국가에서 받은 인증을 인정해 자국에서 별도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는 상호인정협정(MRA)도 이어 체결했다.다만 현재 체결이 완료된 협정은 1단계로, 상대 국가의 기관이 규정한 기준과 양식대로 진행한 인증에 대해서만 서로 인정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한국의 국립전파인증연구원 인증 없이 들여오려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한국 기준으로 인증을 해줘야만 가능한 상태다. 사실상 이뤄질 가능성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양 국은 2단계 협정 체결을 추진 중에 있다. 2단계 협정이 체결되면 상호간에 인증서 자체를 인정해주기 때문에 미국 FCC는 미국 기준대로, 한국 국립전파연구원은 한국 기준대로 인증한 뒤 인증서를 발급하면 그것만으로 상대국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애플은 한국에, 삼성과 LG는 미국에 각각 자국의 인증만 받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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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2단계 협정을 현재 추진 중에 있다”면서도 “여러가지로 국가간에 상당히 민감한 문제로, 체결 시 어떤 이득이 있느냐에 대해 (양 국이 각각)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복잡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1단계 체결이 지난 2005년에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9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애플이 지난달 공개한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국내에서 오는 24일 오후 3시부터 예약판매가 시작되며 출시는 오는 31일이다. 아이패드에어2와 아이패드미니3도 이달 말께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