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학부모연대, 게임진흥 서병수에 침묵할까

6.4 선거 전 게임 규제에서 당선 후 진흥으로 돌아서

일반입력 :2014/06/27 11:21    수정: 2014/06/27 15:28

게임규제 법안에 찬성 입장으로 부산학부모연대로부터 지지를 받은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갈지자 행보’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6·4 지방선거 전에는 학부모 표심을 의식한 듯 게임 진흥에 소극적인 목소리를 내던 서 당선인이, 뒤늦게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고 나섰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는 지방선거 당시 부산학부모단체들이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에게 게임산업 진흥정책 철회를 요구했는데, 서병수 당선인에게도 같은 목소리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부산학부모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6·4 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아이들의 인터넷게임 중독문제를 외면하는 발언을 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오거돈 후보가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는 법률안에 서명한 서병수 후보를 비방하고, 게임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의 인터넷게임 중독 피해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거돈 후보가 인터넷게임중독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에게 사과하고, 게임산업 진흥 위주의 공약을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낙선 운동에 나서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였다.

이 내용은 서병수 당선인의 공식 블로그에도 게재돼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달라진 서병수 당선인의 행보에 학부모단체들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서 당선인이 지난 19일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를 찾아 부산 최대 축제인 ‘지스타’ 참가를 독려한데 이어, 25일에는 부산에 위치한 트리노드 등 여러 게임사 대표들과 만나 게임산업의 육성과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면서 “지스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지역 게임업계를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마련해 게임을 부산의 대표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인 맥락을 따지고 보면 선거 전 부산학부모단체들이 오거돈 후보를 비판하며 문제 삼은 바로 게임산업 진흥 정책들을 서병수 후보가 뒤늦게 약속한 셈이다. 나아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는 서 당선인의 말은 손인춘법 찬성의 입장을 번복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관련기사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방선거 전 부산학부모연대는 오거돈 후보의 게임산업 진흥 정책을 잘못된 것으로 평가 절하하고,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면서 “같은 기준으로 보면 현재 서병수 당선인이 게임사들을 방문하고 게임산업 진흥에 힘쓰겠다는 약속 역시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부추기는 일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많은 정치인들이 진흥과 규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잘 포장된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이미 국내 게임산업은 정부의 중복 규제로 몸살을 앓아 진흥과 규제를 동시에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