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임민철 기자>IBM이 향후 50년간 산업계의 변화를 이끌 새로운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하드웨어의 역할론을 제시했다. 과거 데이터 트랜잭션과 애플리케이션 운영, 2가지 영역을 분담했던 각 시스템의 성격은 다소 흐려질 것을 암시했다.
수십년간 메인프레임은 기업 내부에서 업무에 핵심적인 데이터를 기록하는 코어시스템 용도였다. 반면 유닉스는 좀더 사용자와 연계성이 높은 애플리케이션에 대응한다. 크고 작은 규모의 워크로드를 위한 선택지를 제공할 뿐아니라, 분석 작업같은 특수 용도에 강한 하드웨어다.
스티브 밀스 IBM 수석부사장은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IBM의 메인프레임 50주년 기념행사에서 2가지 하드웨어의 역할에 대해 묻자 굳이 구별한다면 유닉스는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프론트엔드 시스템을, 메인프레임은 그 처리되는 데이터를 집대성하는 백오피스 인프라를 구성하는 용도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런 역할 분담은 과거 메인프레임 중심의 기업내 운영 인프라 규모와 투자를 모두 축소하려는 흐름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비쳤다. 밀스 수석부사장은 오히려 유닉스로 '다운사이징'을 시도했던 고객사 가운데 다시 메인프레임으로 선회하면서 'z리눅스'를 채택한 사례가 수백여곳에 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IBM은 지난해까지 STG 조직에서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사업에 함께 묶였던 x86서버 부문을 올초 레노버에 매각하기로 했다. 인텔에 의존해야 하는 x86서버 기반 부가기능 패키지 사업에 수익성 한계를 느끼고 자체 기술 비중이 큰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IBM은 메인프레임을 만들었고, 유닉스 시스템에 들어가는 파워 칩도 개발했다. 메인프레임과 파워시스템, 스토리지를 포함해 계속 부가가치 영역을 만들고 자체 하드웨어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원래 x86 서버 사업은 크지 않았고, 이를 매각하는 건 PC 사업을 정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밀스 수석부사장은 z리눅스를 돌리는 메인프레임에서 온라인커머스, 모바일 뱅킹 등 새로운 유형의 업무들이 지원되고 향후 분석과 새로운 데이터 가공 작업에 연계되는 등의 사업 변화가 조직의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스 수석부사장은 IBM의 소프트웨어 사업과 하드웨어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임원으로 최고경영자(CEO) 다음 가는 실세다. 밑그림을 제시하는 역할이라 아무래도 디테일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을 더 잘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향후 50년의 산업 변화를 주도할 메인프레임은 종전의 역할을 고스란히 이어받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린다 S. 샌포드 IBM 수석부사장의 설명이다.
IBM의 하드웨어는 새로운 데이터와 사업을 운영하는 새로운 방식을 지원한다. 우리는 메인프레임, 파워, 스토리지를 아우르는 고성능 시스템에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온갖 데이터를 기록하는 장소인 '시스템즈 오브 레코드'와 사용자 개입에 대응하는 상호작용 공간 '시스템즈 오브 인게이지먼트'가 핵심 역할이다.
S. 샌포드 수석부사장에 따르면 시스템즈 오브 레코드 역할은 주로 메인프레임이, 시스템즈 오브 인게이지먼트 역할은 유닉스가 수행한다. 물론 꼭 1대1로 연결된다는 뜻은 아니다. 유닉스가 데이터의 기록 공간이 되기도 하고 메인프레임이 상호작용을 위한 클라우드, 분석, 모바일 시스템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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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전략은 클라우드, 분석, 모바일, 소셜의 머릿글자를 딴 키워드 '캠스(CAMS)'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분야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개발하고 데이터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API같은 수단을 제공한다. 메인프레임이 산업계를 바꿔놨듯 산업환경도 메인프레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는 IBM에서 1993년부터 1998년사이 메인프레임 사업 부문을 담당하면서 그 조직의 핵심 구조를 개선하는 일을 수행했다. 현재는 그 경험을 살려 IBM 전체 사업조직에 적용하는 '엔터프라이즈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