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트리밍, 천편일률적 아닌가요?"

미투데이 떠나 음악 SNS '비트'로, 박수만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4/03/14 13:47    수정: 2014/03/14 13:47

남혜현 기자

음원 서비스들이 하나같이 똑같잖아요. 가격 할인 폭에서 조금 차이가 있는 거지 서비스 모델은 획일적이에요. 그래서는 시장에 도움이 안돼요. 상품이 아닌 서비스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죠.

지난 12일 국내 첫 종량제 음원 서비스 '비트'가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으로 공식 출시됐다. 애플 아이튠즈 라디오, 스포티파이 같은 해외 유명 음원 서비스처럼 '스트리밍 라디오'를 도입했다. 정액제 대신 종량제 카드를 꺼냈다. 스트리밍 라디오와 음원 종량제 서비스, 모두 국내 첫 사례다.

비트를 만들어낸 박수만㊺ 대표를 최근 경기도 성남 정자동에 자리한 비트팩킹컴퍼니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는 유명인이다. 한국판 트위터라 불리는 미투데이를 만들었고, 네이버 밴드를 기획했다. 그가 네이버를 떠나 지난해 창업한 회사가 비트패킹컴퍼니다. 음악을 새 업으로 삼은 것은, 모든 서비스가 모바일로 태어나는 때 음원만이 그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니팡, 네이버 밴드처럼 모바일에서 태어난 서비스들이 1등을 하는 구조예요. 음원은 안 그렇죠.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3천500만명인데, 음악 유료 서비스 가입자는 500만명에 불과해요. PC 시절 음원 서비스가 그대로 모바일에 넘어오면서 이용자들에 별다른 매력을 못 준 거죠.

그가 보기에 PC 시절 음원 서비스와 스마트폰의 그것을 별반 차이가 없다. PC 서비스에 적합했던 서비스를 그대로 모바일에 집어 넣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매체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는데 서비스의 성격이나 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저변을 확대할만한 촉매제가 없었다는 평가다.

유료 스트리밍 정액제를 이용하는 사람들 수가 대략 500만~600만 명이에요. 같은 서비스 모델을 하나 놓고 10여개 업체가 경쟁 중입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나머지 3천만명은, 굳이 돈 내고 음악을 듣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비트 경쟁 모델은 정액제 모델이 아니예요. 그러니까 새로운 모델, 회원을 만들어 낼 수 있죠.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매월 6천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이들이 그렇게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는다. 한달에 앨범 하나, 일년에 두 세개 CD만 구매하던 이들에 6천원은 진입장벽이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들을 잡아야 음원 시장도 넓어질 수 있다.

박 대표가 생각한 핵심은 '스트리밍 라디오'다. 이용자들은 라디오를 듣듯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추억 속 팝' '핫 200가요'처럼, 테마에 맞는 음악을 무작위로 틀어주고 대신 중간중간 광고를 삽입하는 모델이다. 애플 아이튠즈 라디오, 스포티파이 등에서 도입해 인기를 얻었다. 아마존도 유사한 모델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음악을 듣다가 좋은 노래가 나오면 다시 듣고 싶어지지 않겠어요? 그러면 해당 곡을 다운로드 하거나, 한 번 더 들을 수 있는 기회를 파는 거예요. 지금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어요. 종량제라면 부담 스럽게 생각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다운받아 듣게 되면 그 비용이 더 적게 들죠.

정액제가 아닌 종량제를 선택한 이유다. 음원 다운로드 묶음 상품을 구매하면, 곡당 100원 정도의 비용으로 원하는 노래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음악(beat)를 묶어서(packing) 파는 서비스다. 매일 음악을 듣지 않아 정액제 상품 구매가 아깝게 느껴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위해 100원, 200원은 쓸 수 있다. 종량제 상품이 가지는 기회다.

여기에 친구 추천, 관계라는 소셜네트워크 성격을 집어 넣었다. 박 대표는 친구들의 선택은 항상 옳다를 모토로 삼았다고 했다. 내가 듣다가 좋은 노래가 있으면 친구에 추천과 함께 '하트 하나'를 선물한다. 하트는 하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이용권 개념이다. 하트 250개 묶음은 3천300원으로 부담없다.

소셜이란 관점에서 미투데이와 비트는 성격상 정 반대 서비스다. 미투데이가 모르는 사람들을 엮어주는 공공의 장이였다면 비트는 잘 아는 친구끼리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토록 하는 폐쇄형 서비스의 성격이 짙다. 그래서 비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믹스'로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하고, 함께 같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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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환경과 경험 측면에서 비트는 조금 독특하다. 추천과 공유에 중심을 뒀기 때문에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쉽게 좋은 노래에 입문할 수 있게 했다. 예컨대 친구가 '별표'를 해놓거나 믹스에 담아 놓은 노래, 또는 비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도 있다. 아날로그 라디오 감성과 디지털 소셜네트워크 기술을 적절히 섞었다고나 할까.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람들의 소셜 경험을 음악 앱에 다는 거죠. 음악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음악 소비에 참여시키는 거예요. 무조건 인기 톱100 노래를 듣는것과는 다른 음악 청취 경험을 제공하고 개인의 음악 선택 데이터에 맞춰 추천 시스템을 적용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셜 음악 서비스가 나오지 않겠습니까?